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
"뭐 하는데?"
"밖에 고양이."
친구는 짧막한 대답과 함께 막창을 집어 휴지로 기름을 꼼꼼히 닦는다.
낯선 모습이다. 대학교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된 사이.
그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그는 카드를 양손으로 받았다.
그는 서울에 4억 5천만 원짜리 둥지를 텄고,
나는 지방에 1억 8천만 원짜리 둥지를 텄다.
직장도, 결혼도, 집을 산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요즘 집 많이 올랐지?"
"어, 뭐..."
그가 얼버무리려 한다.
"한 20억 하려나?"
"17억 정도."
이내 덤덤한 답변이 돌아왔다.
"너희 집은?"
"3억 5천."
지구에서 달까지, 미세한 각도 차이가 있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다고 한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말을 온몸으로 처맞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