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캄캄 Sep 26. 2023

기획자가 사라진다던데

게임기획

최근 우리 회사에서는 실험적으로 4인이 4주동안 게임을 개발하는 소규모 게임 개발 정책을 시작했다.

원래도 빠른 템포로 게임 개발을 하는 회사로 유명했지만, 최근들어 큰 규모의 게임을 개발하면서 조금 더 큰 규모로, 비교적 오랜 개발 기간을 두고 업무를 진행했던 구성원들로서는 많이 놀란 것이 사실이다.


정책에 대한 선호와는 별개로, 어찌되었든 빠른 속도로 개발을 진행중인데, 이 정책에 게임 기획자로서의 나의 감흥은 대략 이렇다. 일하기에는 참 재미있는 방법이지만 게임 기획자로서 성장하기는 참 애매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기획자는 모름지기 게임의 재미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해당 고민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게임의 경험을 설계하는 직무인데, 이렇게 빠른 템포의 개발 방법론에서는 굉장히 빠른 판단과 이전의 경험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요구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더불어 개발 팀 전체를 바라보며 어떤 개발을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할지, 우선순위가 높은 작업은 무엇일지를 바라보며 디자이너로서 보다는 플래너로서의 기획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팀원들과 하는데, 구글이나 애플같은 빅테크 기업에서는 그러한 고민은 개발자와 아티스트 모두가 하고, 결국에는 기획자는 PM이나 PO와 같은 플래너로서의 기획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식으로 직무의 변화가 생기는데, 결국 게임 업계도 동일한 방향성을 띄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셨다. 


흠.. 흠.....

과연 그럴까?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사실 나는 이전에도 개발자나 아티스트가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디자이너의 마인드를 가진다면 꼭 게임 기획자가 팀에 필요하진 않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사실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4인 4주 프로젝트에서도 실제로 기획자 없이 운영되는 팀도 있고, 사실 구성원의 역량이나 인사이트를 봤을 때 그 팀이 만들어내는 제품이 기획자가 포함된 팀보다 못할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오히려 뛰어날지도. 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견해는 작은 스펙의 게임을 만드는 소규모 팀에 해당되는 말이지, 게임 산업 전체로 보았을 때 결국 게임 기획자가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유저의 행동을 설계하는 것은 UX 인사이트가 뛰어난 UI 디자이너가 할 수 있고, 연출이나 순간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감성적 설계는 뛰어난 아티스트나 개발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재미라는 것은 굉장히 진지하고 더 종합적인 어떠한 부분이라, 이것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으면 뛰어난 게임이 탄생하기는 힘들다. 


건축설계사가 사라지지 않는 맥락이랄까, 물론 건설업계에서도 그랬듯이, 정도에 따라 기획자가 필요하지 않은 규모의 게임의 수준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데에는 깊이 동의하는 바이나, 게임 기획자가 없어질 것이라는 말은 조금 뭐랄까, 어색하다. 


다만, 이러한 방향성에서 나의 커리어 설계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플래너로서의 강점을 살려야하나, 게임 기획자로서의 깊이를 더해가는 방향이어야 하나, 그것은 아직도 조금 고민이다. 호호

작가의 이전글 세월이 가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