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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Aug 17. 2023

[몰타트레킹] 딩글리클리프, 어린왕자에게 보여주고 싶다

몰타 어학연수 제2장 #20 몰타트레킹(5)  딩글리클리프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20 몰타트레킹(5) 어린왕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몰타 딩글리클리프 일몰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한 몰타는 매일 지중해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항상 인기가 많은데요. 몰타 어학연수를 하게 되면 누구나 찾아가는 일몰 포인트는 따로 있지요. 바로 딩글리클리프입니다. 


몰타에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을 검색해 보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 한 곳은 딩글리클리프(Dinggli Cliffrs)다.  몰타 서쪽에 위치한 딩글리클리프는 동쪽과 달리 해안선이 깎아지른 절벽이 대부분이다. 이중 몰타 서쪽 중앙부의 절벽이 있는 지형을 특별히 딩글리 클리프라고 부르는데 딩글리(Dingli) 지역에 위치한 클리프(절벽)라는 의미다. 


깎아지른 절벽의 가장 높은 곳은 250m나 되는데 드라마틱하게 갈라진 해안선은 환상적이다. 제주도 같은 해안선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몰타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이 절벽이 많은 해안선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딩글리클리프는 몰타에서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인데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딩글리클리프는 긴 해안선을 따라 어디에서나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하게 되면 누구나 일몰을 보러 가는 곳, 바로 딩글리클리프다.  

딩글리 클리프는 몰타 서쪽의 중앙 부가 모두 절벽 지형으로 어디에서든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 트레킹으로 다녀온 첫 번째 딩글리클리프

몰타에서 지내는 동안 딩글리클리프는 여러 번 갔었다. 몰타에서 오자 마자 가장 먼저 가본 곳도 딩글리클리프였다. 트레킹으로 임디나에서부터 걸어서 갔는데 그때는 아침 트레킹이라 일몰을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https://brunch.co.kr/@haekyoung/96


+ 흐린 날의 두 번째 딩글리 클리프

3월에 일몰을 보지 못하고 온 게 내내 아쉬워서 다시 가보려고 생각만 하면서 두어 달이 흘렀다. 그동안 딩글리 클리프에서 멋진 일몰을 이미 봤다는 친구들이 여럿이었지만 몰타에서 6개월이나 지낼 예정이니 바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새로운 친구들이 몇 명 오면서 6월 초에 '일몰을 보러 가자'라고 의견이 모야졌다. 


3월에는 거센 바람으로 인해 딩글리클리프가 꽤 추워 오래 머물기는 힘들었다. 6월의 딩글리클리프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이번에도 걸어갔냐고? 노노노! 3월에 임디나에서 걸어서 보니 시간은 크게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줄곧 도로만 따라 걷는 길이라 걷는 건 한 번이면 족했다. 딩글리클리프는 버스 정류장에서 대략은 15분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동네를 지나다 보니 봄에 봤던 나무들이 전지작업이 되어 있었다. 

몰타의 가로수 


봄과 달리 여름이 되니 태양이 지는 방향이 위쪽으로 상당히 이동을 했다. 몰타에서 나의 시간도 이동하고 있는 것이겠지. 5월이 지나면서 몰타의 날씨는 갑자기 더워졌는데 미세먼지가 계속 있어 하늘이 뿌옇다. 결국 원하는 붉은 노을은 이날도 보지 못했다. 미준비해 간 간식과 샌드위치, 와인을 마시며 친구들과의 수다는 끊이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은 일몰이어도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이라 좋았다. 

미리 준비한 간식, 와인과 함께 일몰 구경 



+ 환상적인 일몰을 본 세 번째 딩글리클리프

딩글리클리프는 딱 어느 한 곳이 아니라 몰타 서쪽의 중앙 부분을 지칭한다. 몰타 섬 전체를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구글 지도를 확인해 보니 남쪽의 블루그라토부터 딩글리클리프까지 트래킹으로 가능할 것 같았다. 이때만 해도 몰타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를 걷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가장 친한 친구인 이본이 딩글리클리프도, 블루그로토도 못 가봤다고 했다. 이본도 걷기를 좋아하는 친구였기에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 먹은 후 만나서 블루그로토에서 배를 타고 딩글리클리프까지 약 7km 정도니 걸어가보자고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처음에는 둘이서 갈 예정이었는데 늘 그렇듯 이 친구, 저 친구들이 함께 가고 싶다고 해서 다 함께 전체 구간을 다 걷는 건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니 중간까지 버스를 이용하면 딩글리클리프까지 약 4.5km 정도만 걸으면 될 듯했다. 같이 가는 친구들도 모두 좋다고 했다. 

친구들과 블루그라토에서부터 딩글리클리프까지 가보기기로 했다. 클리프


블루그로토에서 재미있게 배도 타고 버스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맥주도 한잔했다. 약1시간에 1대가 운행하는 201번 버스를 타고 걷기가 시작되는  Bajjada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구글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대로 트래킹 코스를 따라 걸었다. 버스가 닿지 않는 곳을 열심히 걷다 보니 사카절벽(Xaqqa Cliffs)이라는 멋진 뷰 포인트도 만났다. 몰타는 나라는 작은데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비슷한 풍경인데도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이곳에서 보는 절벽 뷰는 딩글리클리프와는 또 달랐다. 친구들도 걷지 않았다면 이런 곳을 보지 못했을 거라며 색다른 풍경을 사진에 열심히 담았다. 

사카 절벽의 아름다운 풍경


멋진 절벽을 따라 얼마쯤 걸었을까. 길은 외길인데 절벽을 따라 걷던 길은 어느새 동네 안으로 구글 지도가 길을 안내한다. 지리산 산골짜기 동네 같은 곳을 지나고 나니 아예 길이 없어져 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농사를 짓는 사유지만 있었다. 사람도 없으니 누구에게 길을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유지를 가로질러가기엔 다소 부담스러웠다. 


걸어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구글 지도에 트래킹 코스가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전부 갈 수 있는 길은 아니었다. 몰타에 트래킹 인구가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몰타섬을 한 바퀴 걸었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구글 지도만 믿고 친구들을 괜히 고생시킨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다행히 친구들은 아무도 짜증도 내지 않고 이것도 다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괜찮다고 했다. 멋진 사카 절벽을 봤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며 나를 다독였다. 결국 하차를 했던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가 201번 버스를 타고 딩글리 클리프까지 가기로 했다. 약 40분을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걸어서 되돌아 갔고 20분쯤 기다려 딩글리 클리프로 가는 버스를 탔다.  

구글에 표시된 트래킹 표시는 믿지 말 것.  막상 걸어보면 길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 


딩글리클리프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려 약 10여분 남짓 걸으니 어느새 일몰 시간이 다 됐다. 딩글리클리프는 어느 한 지점이 아니라 어느 포인트를 잡느냐에 따라 전체 길이가 대략 5~7km 남짓이 된다. 딩글리클리프는 사진 포인트가 여러 군데가 있는데 우리가 도착한 곳은 딩글리클리프 윈도다.  임디나에서 버스를 타고 올 경우 도착하는 딩글리 클리프에서 이곳까지는 대략 4km 남짓 거리다. 

드디어 도착한 딩글리 클리프 윈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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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에 딩글리클리프 윈도(지금은 표시가 없어졌다)라고 되어 있는 곳이어서 친구들이 뭔가 상당히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이곳까지는 와보지 못했기에 딩글리클리프 윈도가 어떤 것인지 궁금했었다.  사람들이 바위 위에 올라서 있는데 몇 사람이 바위 아래쪽으로도 들어가고 있길래 따라가 보니 바위 밑으로 조그만 창이 나 있는 게 아닌가.! 하! 이게 딩글리클리프 윈도라고.. 힝.  다들 조금씩 실망 모드. 몰타는 화산 지형이 아닌데도 이런 동굴 처음 생긴 지형들이 상당히 많은 곳이다. 

딩클리클리프 윈도우


이곳에 서니 조금전까지 우리가 걸었던 트래킹 코스가 바로 지척으로 보인다. 절벽 아래쪽으로는 길이 나있는데 그 길을 따라 몇 사람들은 걷고 있었다. 이렇게 걷는 길이 있는데 왜 아까 그곳에서는 이 길로 연결이 되지 않았을까 너무 궁금했다. 구글 지도만 믿었던 것도 있지만 이전에 딩글리클리프를 왔을 때 분명히 걸을 수 있는 길이 보여서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  막상 친구들도 제 눈으로 확인하니 블루그라토에서 딩글리클리프까지 생각보다 가깝다며 길도 있는데 왜 연결이 안 되고 사유지로 막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몰타는 트래킹 인구도 많고 트래킹을 하기도 참 좋은 코스가 많은데 관리는 안 하는 느낌이었다. 골든베이 - 딩글리클리프 - 블루그라토로 이어지는 이 길은 몰타 서쪽 트래킹의 끝판왕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곳인데 군데군데 걸을 수 없도록 길이 끊어져 있어 상당히 아쉬웠다. 

블루그라토가 육안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쳐다보며 일몰을 기다린다. 그동안은 날씨가 흐려서 멋진 일몰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은 왠지 엄청난 일몰이 펼쳐질 듯했다. 이내 지중해가 붉은색으로 차츰차츰 물들어 간다. 나의 카메라도 덩달아 바빠진다. 왁자지껄 했던 사람들의 소리가 환상적인 노을에 사그라든다. 파도소리와 대서양으로 넘어가는 태양만이 모든 것을 채운다. 드디어 세 번만에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몰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몰타니 사방이 바다이고 딩글리클리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서쪽 아무 곳이면 일몰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딩글리클리프는 좀 특별한 느낌이다. 이상하리만치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고나 할까. 어린 왕자는 외로워서 그 작은 섬에서 해가 지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다고 했던가. 문득 어린 왕자를 딩클리클리프에 데려다 놓고 이 풍경을 보여 주고 싶었다.  

어린 왕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딩글리클리프의 일몰



카메라가 열일하는 순간


오늘의 하루와 안녕을 고하는 시간이 저물었다. 집으로 돌아가자는 친구들에게 진짜는 지금부터라고 하니 무슨 의미인지 못 알아듣는다. 다들 일렬로 세워 포토제닉 한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배치를 하고 포즈를 주문했다. 매직아워에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원 없이 찍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 딩글리클리프의 즐거운 한 때를 담았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와인, 그날의 웃음, 그날의 땀이 담긴 딩클리클리프의 추억이 사진으로 영원히 남았다.   

사진에 남은 딩글리클리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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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나이 50에 몰타 클럽을 가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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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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