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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Aug 18. 2023

[몰타어학연수] 나이 50에 몰타 클럽을 갈 줄이야.

몰타어학연수 제2장 #20 몰타어학연수,파처빌 몰타 클럽 즐기기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20 몰타 어학원 액티비티, 파처빌 몰타 클럽 즐기기 


어학연수를 해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중 하나는 불금에 '몰타 클럽'을 가본 것이었습니다. 타의 반, 자의 반으로 가게 된 몰타 클럽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프리인터미디어트로 올라온 지도 두 달 남짓. 콜롬비아 국적이 대다수이고 1~2명을 제외하고 여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수업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한 편이었다. 그러던 차  콜롬비아가 아닌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 칠레 사람이 4명 들어왔는데 그중에 3명이 남자였다. 새로운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 뭘 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들들이었고 반 분위기가 그들로 인해 완전히 바뀌었다.  새 친구들도 내 친구들도 수업 끝나면 얘기 좀 하자, 밥 먹으러 가자, 차 마시러 가자 등등 말이 있었는데 있었지만 몰타에서 방송을 할 예정이라 이곳저곳 취재하러 다닌다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었다. 아쉽게도 나름 두 달 넘게 공부도 미루고 준비하고 있던 방송은 결국 취소됐다.


수업이 끝나도 나는 친구들과 같이 어울릴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원래 알던 친구들 외에 새 친구들과는 말할 기회가 별로 없어 대면대면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랬는데 어느 목요일 쉬는 시간에 갑자기 누군가가 금요일에 파처빌에 가자고 말이 나왔고 새로 온 친구들이 분위기를 잡으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냥 그런가 보다 싶어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랬는데 그중 그중 한 명이 

"해경, 너도 가는 거지?"라고 한다. 


"뭐? 어딜 간다고?"  


몰타에서는 클럽이 파처빌에 다 모여 있기 때문에  금요일 밤이면 몰타에 있는 젊은 청춘들이 이곳에 다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홍대처럼 클럽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이 일대를 '파처빌'이라고 부른다.  파처빌 간다고 하면 으레 클럽 가는 거로 여긴다. 대학생들이나 30대가 어학연수를 오게 되면 모르긴 몰라도 금요일 밤마다 파처빌에서 클럽을 즐기는 학생들도 상당할 것이다.  


소싯적엔 클럽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어디 있으며 안 놀아 본 사람이 어디겠냐만은 나이 50이 되니 저절로 사람들 떠들고 시끄러운 곳은 딱 질색이더란 말이지. 근데 희한한 건 나와 친한 외국인 친구들도 다 비슷해서 몰타에 온 지 3개월이 다 되어 가도록 클럽을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관심조차 없었다. 클럽이 관심 없는 이유도 다 비슷했다. 나이대가 30+만 모아둔 반이라서 더 그런 분위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생뚱맞게 이제 와서 갑자기 무슨 클럽인가 싶어 '안 간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반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던 친구들이 내 주위로 다 몰려들어 "안 돼. 같이 클럽 가야 돼."라며 끈질기게 들러붙어 놔주질 않았다.


연배가 비슷한 친한 친구들에게 "너희들 클럽 갈 거야"라고 물으니 다들 안 간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거봐, 다들 안 간다잖아. 나도 안 가."라고 하는데도 손을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다. 간절한 눈빛으로 어찌나 애원하던지 "그래, 까짓것, 내가 파처빌 가준다 가줘."가 됐다. 


친한 친구들이 아무도 안 간다고 하는 마당에 나만 죽을 순 없지 않은가. 안 간다는 애들 손 꼭 잡고 '내가 가는데 너희가 안 가면 안 되지 않냐. 우리끼리는 절대 파처빌 안 간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몰타에서 클럽을 가보겠냐'며 설득을 하니 친구들도 마지못해 응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반 전체가 파처빌 클럽에서 금요일 나이트라이프를 보내게 됐다. 


그리고 드디어 금요일이 됐다.  

사람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금요일 저녁의 파처빌


금요일의 파처빌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EC 어학원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 파처빌이어서 자주 이곳을 지나다녔는데 낮과 밤이 다르고 특히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나이트라이프에 이 일대는 불야성을 이룬다. 클럽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고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건사고에 대비해 경찰들이 클럽이 끝나는 시간까지 상기 대기하고 있었다. 


몰타가 성수기 시즌이 되니 어학원의 액티비티도 다양해졌는데 파처벌 클럽도 액티비티로 추가됐다. 목요일에 어학원에서 미리 클럽 밴드를 구매했었다. 금요일 저녁 파처빌에서 EC 어학원 액티비티 담당자 '알렝'이 나와 있었다. 미처 클럽 밴드를 구입하지 못한 EC 어학원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클럽 밴드를 판매를 하고 있었다. 외국 사람들은 퇴근하면 끝이 아닌가 싶어 "와 - 퇴근시간이 지나 이 시간에도 일을 하네. 극한 직업이다."라고 했더니 "내 할 일인 걸. 난 이 일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라며 눈을 찡긋한다. 알렝과는 액티비티 관련으로 종종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얼굴도 잘 생겼지만 무엇보다 마음 씀씀이가 확실히 좀 남달랐다. 


클럽이 아닌 어학원을 통해서 클럽 밴드를 구매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클럽은 들어가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 일정 인원에 도달하면 클럽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기 전까지는 입장이 안 되고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 밴드가 있으면 프리패스라 줄도 안 서고 바로 입장이 가능하고 2잔의 무료음료 쿠폰도 제공됐다. 

EC 어학원 액티비티 제휴 클럽 하바나


한국에서 클럽에서 가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노래방도 언제 갔었는지 기억도 없는데 몰타에서 클럽이라니 싶어 피식 웃음이 났다. 하바나 클럽은 몰타에서 인기 있는 클럽 중 하나로 2층까지 있긴 했지만 규모는 작았다.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 홍대클럽의 분위기보다는 훨씬 뒤떨어지는 몰타의 클럽이란 것만은 확실하다.  


게다가.. 와... 음악... 7080에 들었던 비스무레한 분위기의 음악들.... 어쩔..... 내가 아무리 클럽을 안 간지 수십 년이 됐다고 하더라도 요새 클럽 음악이 이렇지 않다는 건 짐작하고 있다. 비트가 느려도 너무 느린 클럽음악이라니 싶어..... 그저 웃음만 났다. 그런 음악 타임이 지나고 얼추 사람들이 밀려들어오는 시간이 되자 갑자기 라틴음악으로 바뀌었는데 클럽 안의 분위기가 폭발했다. 아무래도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보니 그들은 제 세상을 만남 셈... 

몰타의 클럽 나이트라이프 


정시에 온 친구들, 조금씩 늦게 온 친구들, 이미 1차를 하고 온 친구들. 어쨌거나 11시 정도가 되니 약속했던 반 애들이 대부분 다 모였다. 생각해 보니 반 전체가 의기투합해서 클럽을 간 건 어학연수 상 전무후무할 것 같다. 사진 찍을 때 꼭 빠지는 애들은 어디 가나 있다. 평소에 어학원에서 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멋 부린 옷차림에 풀메이크업으로 한껏 치장을 한 모습을 클럽에서 보게 되니 꽤 낯설지만 의외의 모습들이라 신선했다. 


데낄라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잊고 있던 내 안에 흥이란 게 폭발했다. 그동안 공부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 있었는데 그게 상당했구나 실감을 했다. 시끄러운 음악을 핑계 삼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모처럼 친구들과 이 말저말 아무 말 대잔치도 벌이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한 번씩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하는 건 외국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어학연수는 어학원에서 영어가 느는 것보다 친구들과 놀다 보니 영어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이날 그 말을 비로소 실감을 했던 것 같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만이 영어 공부의 전부가 아니구나 싶어 새삼스러웠다. 술이 한 잔 들어가면 왜들 그렇게 말을 잘하는지 영어가 술술술~ 

친구들과 함께 불금의 밤


처음에 클럽을 안 간다고 손사래를 쳤던 친한 친구들은, 물론 나를 포함하여, 언제 그랬냐 싶게 신나게 클럽을 즐겼다. 너나없이 한번 필을 받고 나니 끌어 오른 흥이 식을 줄 모른다. 노는 것도 체력이다. 자정이 넘어가니 체력이 슬슬 고갈되기 시작했고 버티고 버티다가 먼저 집에 간다고 안녕을 고했다. 나중에 보니 다른 애들은 새벽 4신가 5신가 아무튼 해 뜨는 걸 보고 집에 갔다나. 금요일을 하얗게 불태운 아이들이다. 그래 30대, 40대는 아직은 더 놀고 싶은 나이지 않은가. 


미친 듯이 잘 놀았으니 또 클럽을 가자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나도 그렇고 친한 친구들 역시 클럽은 한 번이면 족하다며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날 날 밤을 새우며 클럽을 맛본 남자애들 몇몇은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이면 클럽을 가자고 계속 졸라댔고 우리가 호응이 없자 그들끼리 한동안 클럽에서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 없이 신나게 놀았으나 다들 클럽은 한 번 경험한 걸로 족하다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우리에겐 또 한 번의 나이트 라이프가 남아 있었다. 


+ 다음 이야기 :  칠레 친구 초대, 너에게 라틴 춤을 가르쳐 주겠어.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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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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