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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Aug 16. 2023

[몰타어학연수] 난생처음 남미 음식, 바나나? 만두?

몰타 어학연수 제2장 #18 어학원 친구초대, 난생처음 남미음식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18 어학원 친구초대 난생처음 남미 음식, 그런데 바나나? 만두?


어학연수 기간 동안 꽤 많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를 했고 한식을 대접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자국의 음식을 맛보게 해 주겠다며 초대를 하더라고요. 지난번 일본인 친구에 이어 이번에는 남미 친구들의 초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남미 음식이었는데요. 바나나? 만두?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한국에서 남미 대륙은 거리가 너무 멀어 나에게는 아직 생소한 지역이고 남미 음식도 먹어본 적이 없다. 룸메와 내가 종종 친구들을 초대해 한식을 해주곤 했는데 남미 친구들이 우리를 초대했고 난생처음 남미 음식을 맛보게 됐다.


몰타 어학연수에서 가장 많은 국적비율은 생각도 못했던 남미 국가였다. 특히 콜롬비아의 경우 한 반에 50%가 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남미 출신은 왜 몰타를 어학연수지로 선택할까 궁금한데 그 이유는 바로 비자 때문이었다. 남미 출신의 나라들은 유럽으로 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한데 비자가 까다롭다고 했다. 한떄 우리나라가 미국비자를 받으려면 엄청난 조건이 달렸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몰타에서 3개월 이상 어학연수를 하게 되면 학생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고 비자를 받고 나면 같은 EU이기 때문에 유럽의 전역으로 여행이 가능하다. 따라서 남미 지역의 친구들은 이런 이유로 몰타를 어학연수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학연수에서 만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사람들도 중앙아메리카인 멕시코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라틴 아메리카인 파나마, 브라질, 콜롬비아 친구들이다.



친구의 집에 들어서니 동사의 3단 변화를 적은 포스트잇이 냉장고를 비롯해 곳곳에 한가득 붙어 있었다. 웃음이 빵 터졌다. 문법을 배울 때 동사의 3단 변화를 기초 영문법에서 배우는 우리와 달리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영어를 배울 때 동사의 3단 변화를 따로 배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시제를 배울 때 유독 어려워했다.

어학연수 생의 흔한 단어 외우기

    

오늘 친구들이 준비한 음식은 콜롬비아에서 식사로 흔히 먹는 음식들이라고 했다. 우리로 치자면 가정식 백반 정도. 조리하는 과정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로 정성이 가득했다. 처음 먹어본 콜롬비아 음식인데 다 입맛에도 잘 맞았고 맛있었다.

콜롬비아 친구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

+ 바나나 아니야~ 플랜틴(Plantain)

친구들은 음식을 하느라 굉장히 분주했다. 뭘 하고 있나 보니 바나나를 자르고 있는 게 아닌가. 바나나를 잘라서 무슨 음식을 하는 거냐고 했더니.... 바나나가 아니라고 한다. 생긴 건 영락없는 바나나인데 바나나가 아니라니. 그럼 도대체 뭐란 말인가?


바나나와 똑 닮은 건 '플랜틴'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요리용 바나나인데 바나나와 맛이 어떻게 다른지 먹을 보려 했더니 날 것으로는 먹지 않는다며 극구 말렸다. 마트에서 덜 익는 바나나를 팔고 있어서 신기하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플랜틴이었던 것.  


플랜틴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중남미 등 세계 곳곳의 더운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는데 이들은 플랜틴은 과일이 아니라 채소로 인식한단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게 요리를 할까 궁금했다.

노란색의 바나나보다 좀 더 크고 색깔도 바나나가 덜 익은 초록색이다.


뭔가 거창한 걸 기대했는데 너무도 간단했다. 올리브 오일에 튀겨내면 그걸로 끝이다. 잘 튀겨진 플랜틴을 먹어 보니 적절한 단맛인데 그냥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튀긴 플랜틴이 어찌나 맛있는지 나도 모르게 계속 손이 가더란 말이지. 플랜틴은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아보카도를 으깨서 소스로 곁들여서 먹는다고 했다. 이날 먹었던 콜롬비아 음식 중 진심 플랜틴이 가장 맛있었다.

올리브 오일에 튀기면 되는 아주 간단한 플랜틴.
콜롬비아 음식 원픽은 바로 너!!!!


+ 아레파(Arepa)

옥수수 가루로 만든 빵은 콜롬비아 주식이면서 콜롬비아 길거리 음식으로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슈퍼에도 옥수수 가루를 팔기 때문에 콜롬비아 친구들은 몰타에서도 아레파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고. 우리가 한식을 해 먹는 것처럼 콜롬비아 친구들 역시 집에서는 콜롬비아 음식을 직접 해 먹고 있단다.


스페인어로 아레파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어원이 '옥수수'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 음식이 궁금해 구글에서 찾아보니 콜롬비아에서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멕시코, 엘살바도르, 베네수엘라 등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먹는 음식이란다.  특이한 건 식사로도 애피타이저로도 간식으로도 다 먹는 음식이라고.


아레파는 아무것도 안 들어간 호떡 같이 생겼다. 밀가루 가루보다 옥수수 가루 입자가 굵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식감은 약간 까슬했는데 그냥 먹어도 고소했다. 아레파는 그냥 먹기보다 양념된 고기(소고기, 닭고기 등)에 양파볶음 등을 같이 곁들여 먹는다고 하는데 친구들은 데스메차다를 준비했다.



+ 데스메차다(desmechada)

아레파와  곁들이는 음식으로 준비한 데스메차다는 소고기를 얇게 찢어 양념을 해 졸인 음식이었다. 풀네임으로 카르네 데스메차다(carne desmechada)라고 하는데 '찢은 고기'라는 의미인데 주로 '양지'에 해당하는 부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파프리카도 들어가고 다양한 향신료로 사용해 졸인 것처럼 보였다. 장조림의 사촌즈음으로 느껴졌는데 맛은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각각 따로 먹어도 맛있는 음식인데 따로 먹기보다는 주로 아레파와 곁들여 먹는다고 했다. 친구들이 시키는 대로 아레파에 데스메차다를 듬뿍 올려 먹으니 맛도 영양도 완벽한 궁합이었다.

고기를 찢어서 양념을 한 데스메차다
아레파에 데스메차다를 듬뿍 얹어서 냠냠냠


+ 호가오(hogao)

감자만 따로 삶은 것이 있어 삶은 감자로 무엇을 만들지 궁금했는데 삶은 감자는 그냥 먹는다고 했다. 다만, 아주 특별한 소스를 곁들이는데 그게 호가오였다. 콜롬비아에서 아주 흔한 음식이라고 했다. 호가오(hogao)는 위키디피아에서 토마토, 양파, 파,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콜롬비아 전통 크리올 소스(COLOMBIAN CREOLE SAUCE)라고 알려줬다. 호가오는 삶은 감자와 곁들이니 한 알 먹으면 질리는 감자건만 감자가 술술 넘어간다.  아침식사로 감자에 호가오만 곁들어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그만일 것 같았다.

삶은 감자에 호가오를 곁들이면 별미 중에 별미


후식으로는 치즈와 함께 초콜릿으로 마무리.

처음 맛보게 된 콜롬비아 음식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들이었고 콜롬비아 음식은 기대이상으로 입맛에 잘 맞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콜롬비아는 미식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몇 안 되는 음식을 맛본 것일 뿐인데도 절로 수긍하게 되는 콜롬비아의 맛이었다.

디저트로 치즈에 초콜릿 듬뿍


+ 만두 아니야~ 엠파나다(Empanadas)

룸메의 친구 초대로 콜롬비아 음식을 맛보고 나니 며칠 지나지 않아서 나와 제일 친한 파나마 출신인 이본이 또 다른 남미 음식을 맛보게 해 주겠다고 초대를 했다.


친구의 주방에선 친구들이 음식을 준비하느라 시끌벅적 난리법석이다. 이본은 콜롬비아 친구들과 같이 살고 있었는데 어학원에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페루 등 다른 친구들도 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파나마, 콜롬비아, 페루 등 국적은 다양한데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어서인지 그들끼리 다른 나라라는 건 의미가 없었다.

설마 만두 빚는 건 아니지?


얘네는 또 뭘 만들어 줄 것인가 궁금했는데 모양은 영락없는 만두다.


"너네 설마 만두를 빚는 건 아니지?"


보자마자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만두 아니고 '엠파나다'야.

생긴 건 영락없는 만두 그 자체.


엠파나다는 특정 국가의 음식이 아니었다. 파나마 친구도, 칠레 친구도, 콜롬비아 친구도 모두가 엠파나다를 먹는다고 했다. 중국도, 한국도, 일본도 만두를 먹는 것과 같은 것인가 보다.


반죽은 밀가루만을 사용하는 건 아니었고 옥수수 등 다른 가루를 섞는다고 했던 것 같다. 소로 사용되는 것은 되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등에 채소를 섞는데 친구들은 고기를 넣은 소와 채소만 사용한 소 두 가지를 준비했다.  그런 다음 만두 튀기듯이 기름에 튀기면 그걸 로 끝.

엠파나다는 만두 만는 것과 아주 비슷했다.


자, 이게 이제 맛 좀 볼까?


와- 이거 뭔데? 뭐가 이렇게 맛있어? 맛의 신세계가 열렸다.!!!!!!!!!!


얇게 만드는 만두의 소와 달리 다소 두툼한 피가 감싸고 있는 엠파나다는 굉장히 바삭했다. 고기가 들어간 건 고기만두의 느낌인데 익숙하면서도 다른 맛이었고 채소가 들어간 건 또 다른 맛인데 개인적으로는 고기가 들어간 게 더 맛있었다.


그렇다면 이 음식은 왜 생겨난 건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다. 엠파나다는 카스티야어(Castellano)인데 빵 반죽 안에 재료를 넣은 것이라는 의미인데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서 먹던 음식이었단다. 스페인 순례여행지인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갈리시아 지방이 종착지인데 순례자들에게 엠파나다가 한 끼 식사 대용으로 그만이어서 이 엠파나다를 팔기도 했었다니 놀라웠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걸을 때 갈리시아 음식은 스페인 다른 지역의 음식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엠파나다는 그곳에서 보지도 못했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음식이었다.


엠파나다는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대부분 다 먹는 음식으로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국민 음식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스페인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을 때 그들의 음식문화가 스페인에 유입이 됐고 이후 스페인이 남미를 지배하면서 남미 전역으로 엠파나다가 퍼져 나간 거로 학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스페인보다는 남미에 더 정착한 음식이 아닌가 싶다. 친구들 덕분에 음식으로 세계사를 다시금 배워 나간다.

고기 맛과 채소 맛의 엠파나다.


엠파나다를 만들 때 갑자기 가스가 갑자기 떨어져서 일부만 만들고 나머지는 피자를 시켜 먹었다. 몰타의 경우는 도시가스가 없어서 가정에서는 LP가스 사용이 흔한 일이다. LP가 화력은 좋지만 가스가 언제 떨어지는지 알 수가 없으니 몰타도 전기를 사용하는 인덕션으로 바뀌는 추세이긴 하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엠파나다를 일부 싸줬다. 다음 날 아침 집에서 기름을 붓고 친구들이 했던 것처럼 엠파나다를 튀겼다. 한 번도 만두를 만들어본 적 없는 내가 엠파나다를 튀기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났다.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지만 먹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한 엠파나다는 만두와 뭐가 다르냐고. ㅎㅎㅎㅎ

친구가 싸준 엠파나다 집에서 튀기는 중.


몰타에서 함께 생활을 하면서 각자 나라의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건 생각보다 특별했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건 외국이라고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음식을 함께 나무며 우리는 점점 '식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일본인 친구의 초대로 맛보게 된 일본 가정식 https://brunch.co.kr/@haekyoung/114



+ 다음 이야기 : 몰타의 환상적인 일몰, 딩글리 클리프



 +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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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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