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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Aug 15. 2023

[몰타여행]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 반하다  

몰타어학연수 제2장 #17 발레타(5)  슬리에마 포인트몰 산책로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17 발레타(5) 슬리에마 포인트몰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발레타   


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발레타 도심 안도 예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은 몰타 제1의 랜드마크입니다. 몰타를 소개하는 곳마다 빠지지 않는 풍경은 바로 먼발치서 바라보는 발레타의 모습입니다. 과연 그곳은 어디일까요? 


몰타에서 어학연수생들은 주로 세인트줄리안과 슬리에마다에 살게 된다. 이 두 곳은 어학원이 모두 밀집해 있고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어 어학연수생을 포함한 어학연수생들의 주요 주거지다. 내 경우에는 세인트줄리안에서 살다 보니 처음에는 사는 곳 위주로만 다녔다. 세인트줄리안의 경우 큰 쇼핑몰 하나 외에는 없는데 슬리에마의 경우 몰타에서 가장 큰 대형 쇼핑몰인 포인트몰과 자라 등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품목의 쇼핑을 위해서는 슬레에마를 자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봤자 몰타가 큰 곳이 아니라 세인트줄리안에서 슬리에마까지 걸어가면 약 30분, 버스 타면 15분 정도다. 

세인트줄리안과 조금 다른 느낌의 슬리에마 


몰타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더 포인트


더 포인트 몰은 세인트 줄리안과 슬리에마의 경계에 있는 곳으로 몰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쇼핑몰이긴 해도 몰타의 규모를 생각하면 동네 아웃렛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쇼핑몰에 필요한 게 있어서 사러 갔다가 시간을 내어 포인트 몰에서 슬리에마 도시 안쪽으로도 걸었다. 또 어떤 날은 버스를 타고 바닷가와 접하고 있는 곳에서 내리니 전망대 같은 것이 보였다. 몰타를 소개하는 곳에서 익숙하게 본 풍경이다. 이곳은 굳이 전망대가 필요 없다.  바다와 접하고 있는 슬리에마 대로변 어디에서나 몰타 제1의 풍경 발레타가 조금씩 각도만 달라질 뿐 멋진 경치를 조망할 수 있다. 

몰타를 소개하는 제1의 풍경 사진은 바로 이곳! 


전망대로 생각했던 곳을 올라가 보니 포인트 몰에서 도로로 이어지는 육교였는데 바다 쪽으로 철골 부분을 돌출시켜 전망대 역할을 하도록 해놓았다. 위쪽으로 올라서서 발레타를 바라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바다를 따라 안쪽까지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여 내친김에 산책로 데크를 따라 안쪽까지 걸었다. 

구름 좋은 날 발레타 
구름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은 천지차이


안쪽 끝까지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가보니 중간중간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맨 끝에는 감시 초소 같은 건물이 있는데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길은 거기서 끝나는데 중간 즈음 건물과 건물 사잇길로 올라가 보니 포인트 몰 앞 광장으로 연결됐다.  이 길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 달리는 사람 등 관광객들보다는 이 주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요 산책로이자 달리기 코스인 듯했다. 

산책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감시초소 아래에 티그네 포인트(Tigne Point)가 있다.


산책로 끝부분에는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상당히 가파른 편이었다. 티그네 포인트(Tigne Point)다. 슬리에마 동쪽의 곶으로 절벽아래쪽은 평평한 지형이었다. 지금은 용도를 다했지만 감시타워가 있는 거로 봐서는 이곳도 전쟁이 벌어지던 곳이었겠다 싶었다. 짐작대로 1565년 몰타 대공성전 당시 이곳에서 투르크 사령관 드라구트 레이스(Dragut Reis)가 성 엘모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 대포를 쏘았다고 한다. 주로 티그네 포인트라고도 하지만 이런 연유로 드라구트 포인트(Dragut  point)를 같이 설명하고 있기도 했다. 

티그네 포인트로 내려가는 길.


수도인 발레타는 길게 쭉 뻗은 지형인데 슬리에마도 티그네 포인트까지 발레타와 평행하게 뻗어있다. 그래서 이 산책로는 수도인 발레타를 평행하게 마주 보며 걷는 길이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조금씩 발레타 건물의 위치만 바뀔 뿐이다. 


몰타를 소개하는 사진에서 가장 대표적인 모습은 발레타의 카르멜 산 성모 성당(Bażilika Santwarju tal-Madonna tal-Karmnu)과 성바울 성공회 대성당(St. Katidral ta ’Pawlu)을 함께 담은 사진이다. 영국의 지배를 받은 몰타이기에 발레타에도 성공회 성당이 지어졌다. 가톨릭과 성공회의 자존심 대결이었던지라 가톨릭 성당보다 조금 더 높게 지어졌는데 가톨릭에서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종탑을 수리하면서 기어이 첨탑을 한 뼘 더 올렸고 결과적으로는 가톨릭 성당이 성공회 성당보다 조금 더 높다. 현재는 성공회 성당이 공사 중인데 설마 가톨릭보다 다시 좀 더 높게 올리는 것은 아니겠지. 

몰타를 대표하는 풍경 사진은 발레타 뷰.  
 발레타의 일몰 


티그네 포인트에 서면발레타의 맨 끝에 위치한 성 엘모요새가 정면으로 보인다. 저곳까지 포탄을 쏘아대며 몰타를 거점 삼아 유럽으로 진출하고자 했던 오스만. 몰타기사단이 다스리고 있었던 몰타는 규모도 작고 병사도 오스만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지만 몰타기사단(성요한기사단)은 사투 끝에 오스만을 물리쳤고 지중해를 통한 유럽의 이슬람화를 막아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이곳에 요새도 있고 병영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탈리아와 독일의 침략에서 몰타를 지켜내는데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장소였다고 한다. 


다른 곳에 비해 가장 늦게까지 개발이 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던 듯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몰타에서 가장 호화로운 주거용 아파트와 몰타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 자리를 잡았다. 지금 곳곳에 개발공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잔잔한 이 바다가 피로 물들었을 전쟁의 시간은 흘러간 지 오래다. 이 방향에서 해가 떠오르기 때문에 이른 시간 요가나 명상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하다. 지명에 남은 역사의 흔적은 빠른 속도로 희미해지고 있는 건 몰타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명상 중. 


다른 이들이 담소를 나누며 여유롭게 앉아 있는 풍경은 바라보는 것 그 자체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몰타라고 한국과 다를 것 없다 싶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여유롭게 앉아 있어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대체 몰타가 무슨 마법을 부리고 있기에 이 사람들의 일상은 서울 사람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일까. 여전히 이곳에 앉아서도 마음은 분주하다. 쉼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구나. 

제멋대로 앉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여름에 몰타를 떠나 겨울에 런던에서 다시 몰타로 돌아왔을 때는 슬리에마에 살았기에 아침 산책을 늘 이곳으로 다녔다. 그때 보지 못했던 일출을 뒤늦게 보게 됐다. 티그네포인트는 언제 가도 좋은 곳이라고 늘 말했는데 일출을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온 하늘이, 온 바다가 붉은색으로 차츰 번져나간다. 이쯤 되면 차가운 심장을 가진 사람의 마음도 '붉음'에 내줄 밖에. 도리가 없다. 

일출때가 가장 멋진 곳


'영어'를 배우기 위해 비싼 돈을 내고 몰타에서 사는 생활은 '영어를 배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때론 주객이 전도되기도 하고 또 다른 것들이 삶을 비집고 들어오기도 한다. 삶은 오늘내일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어떤 식으로든 흘러간다. 치열하게 살아낸 삶은 그 누구와의 경쟁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아름다운 동행이었다는 걸 몰타에서 깨닫는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붉은 마음 한편이 '울컥'거리며 명치끝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치솟는다. 곧 마주할 이글거리는 태양은 이미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실로 몰타매직이다. 

티포네 일출 


ㅁ 발레타 한눈에 보기 

https://brunch.co.kr/@haekyoung/105

https://brunch.co.kr/@haekyoung/104


ㅁ BTS가 다녀간 주얼리 샵

https://brunch.co.kr/@haekyoung/71 



+ 다음 이야기 : 난생처음 콜롬비아 음식.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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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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