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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Oct 30. 2023

런던에서 방 하나가 3백만 원이라니![런던 어학연수]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2 런던 살떨리는 물가(월세)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2 런던 미친 월세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전형적인 런던의 맨션


+ 계획보다 일찍 가게 된 런던


어학연수는 몰타 6개월 + 런던 3개월을 생각했고 몰타에서 6개월 어학연수에 방학 한 달까지 쓰고 난 뒤 9월 중순 이후에 런던을 갈 생각이었다. 몰타는 24주로 어학원 등록을 했고 영국 일정은 정하지 않았다. 2020년에 어학연수 준비를 다 끝낸 후 출국 직전 코로나로 인해 결국 어학연수를 가지 못했고 이후 환불 등에 시간에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몰타 연수 중에 만에 하나 변수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런던 일정은 몰타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처음 계획은 몰타에서 모든 어학연수를 끝내고 런던을 갈 생각이었는데 두 달이나 당겨 런던을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몰타는 5월 중순이 되면서 갑자기 확 더워지는데 여름을 심하게 타는 나로서는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즈음부터 괜찮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던 프리 인터미디어트 선생님은 시간이 지나면서 최악이었고 영어 슬럼프까지 오니 총제적 난국이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바에야 차라리 런던을 빨리 가서 제대로 공부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날짜를 이리재고 저리 잰 끝에 7월 마지막 주부터 런던에서 수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에이전시에게 런던 수속을 요청했다.  어학원은 EC 몰타에서 EC 런던으로 예정이었기에 몰타에서 남은 학비는 EC 런던으로 넘기고 부족한 금액만 송금하는 것으로 처리하니 간단했다.


이때는 몰랐다.

런던 역시 7월 말이 초초초초 성수기라는 것을!!!


내가 런던을 가봤어야 알지.



+ 런던은 주로 홈스테이를 한다.


몰타는 어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숙소나 에이전시들이 보유하고 있는 숙소를 대부분 이용한다면 런던은 홈스테이를 많이 이용한다. 왜인고 하니 당연히 비용 때문이다. EC 런던의 홈페이지(2023년 10월)의 가격을 보자. 가장 비싼 홈스테이와 1인실 레지던시의  비용차이가 주당 £135니 환율 1,600원이라고 단순계산해도 주당 약 22만 원이고 4주면 약 88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 어학원까지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리고 기차와 튜브 혹은 버스를 갈아타야 하지만 대부분 홈스테이를 선택한다.


나의 경우는 2년 전에도 지금도 홈스테이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밥'인데 통상 홈스테이는 아침이 제공되는데 주로 시리얼, 식빵, 우유 등에 과일 정도다. 나의 경우는 아예 밀가루와 우유를 먹지 않는 데다가 시리얼은 해외여행 때 호텔 조식으로는 먹어도 평소에는 먹지 않는 음식이다. 그러니 아침 제공은 의미가 없었다. 어떤 경우는 주방 사용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주방 사용이 가능하더라도 김치 등 냄새가 나는 음식의 경우 홈맘과 플랫메이트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두 번째는 홈스테이가 대부분 어학원과 거리가 있어서 통학에만 대략 1시간 이상 걸린다. 교통편이 한 번에  연결되는 건 드물고 기차 혹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으로 환승을 해야 하는데 런던 교통요금이 만만치 않았다. 교통요금까지 감안하면 차라리 돈을 좀 더 주더라도 어학원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홈스테이는 나로서는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기숙사 플랫 1인 실의 경우는 화장실이 딸린 방 한 칸에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는데 비싼 비용이 문제였다. 4주면 £1,800인데 환율을 1,600원으로 계산하더라도 한 달에 약 300만 원이다. 런던 12주에 숙소비용만으로 대충 계산을 해도 약 900만 원이다. 말하자면 방 한 칸이 3백만 원인 셈이다.


'와- 미쳤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홈스테이의 장점이 있다. 홈스테이 가족들과 집에서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으니 영어가 늘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다. 통상 홈스테이의 경우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 홈스테이를 하기 때문에 마음만 잘 맞는다면 집에서도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일 좋은 케이스이고 별의별 케이스가 다 있기에 복불복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위와 같은 이유로 어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숙소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2023년 10월 현재 EC 런던 숙소 비용,  비싼 런던의 물가



+ 런던 1 존 방 하나 가격은 3백만 원!!!


몰타의 경우 어학원 플랫이 아니어도 에이전시가 임대한 숙소가 여러 군데 있어서 숙소 고민은 하지 않았다. 런던 가는 날짜를 확정한 딸이 런던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서울 지인에게 연락하니 첫마디가 '숙소'였다. 그때가 5월 초였이고 나는 7월 말이나 런던을 갈 예정이라 두 달이나 남았고 숙소는 에이전시가 알아봐 준다고 해서 느긋하게 있던 상황이었다.  


"언니, 숙소는 구했어요?"  

" 아니, 아직.. 날짜도 많이 남았는데..."

" 이 언니가 큰 일어날 소리 하네. 언니가 가는 시기는 학기 중인데 기간이 너무 애매해 숙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가격도 가격이지만 언니는 3개월이면 단기라서 숙소 구하기가 더 어려울 거예요."

" 3개월 정도면 장기가 아니야?"

" 런던은 유학생들이 많아서 기숙사로 운영하는 곳은 기본 계약이 1년인데 3개월이면 숙소 임대를 잘 안 할걸요."


지인과 통화 '에이 설마, 혼자인데 내가 있을 집이 없겠어?'라며 지인의 말이 진짜 인가 싶었다. 우선 에어비앤비로 조회를 해보니 내가 머무는 전체 기간에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아예 없었다.


'좋다, 그럼 일단 한 달로 검색을 해보자'


EC 런던이 1 존에 있으니 어학원까지 대략 30분 이내에 통학이 가능하되  가급적 2 존까지로 한정을 했다. 3 존부터는 대중교통 요금체계가 더 올라가는데 교통비보다  숙소에 돈을 더 쓰겠다고 결정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든 지역을 다 검색을 했고 가장 싸다는 곳이 £2,200이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월세가 350만 원인데 집 전체가 아니라 3평 남짓 방 한 하나 가격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방이 한 달에 삼 백만원. (이미지 EC 런던 홈페이지)


 에이전시에게 다시 숙소를 문의를 했더니 여름 정도에 게스트하우스 오픈을 하는 곳이 있으니 적당한 숙소가 없으면 거기라도 연결해 주겠다고 했지만 뭔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에이전시만 믿고 있다가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이 됐다. 지인은 지인 대로 나는 나대로 숙소 구하기에 돌입했다.


+ 학생 기숙사

런던은 세계 각국에서 유학온 학생들이 많아 임대업체에서 플랫형 기숙사를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내가 다닐 EC 런던 근처에 있는 학생 기숙사가 검색되는 곳은 전부 오퍼를 넣었다. 학생 기숙사의 경우 대학생이 아니어도 어학연수생은 입실이 가능했다. 오퍼라고 거창하게 썼지만 별거 없다. 공식 메일로 내가 누구이고 어느 어학원에 다니고 어느 정도 기간을 머물 것인지 적어서 보내면 된다.


학생 기숙사의 경우 1인실도 있기는 했지만 가격이 꽤 비싸기 때문에 다인실을 선택했다. 적게는 4명 혹은 6명이 셰어를 해야 하지만 비용이 £800~1,000이고 어학원까지 걸어 다닐 수 있으니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 했다. 내가 또 언제 런던에서 대학생들과 살아보겠나 싶었다.


오퍼에 대한 답은 빠르면 당일에 오는 경우도 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2~3주씩 걸리기도 했다. 결론은 전부 거절당했다. 런던의 7월은 한창 학기 중이라 방이 비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고 방이 있다고 해도 3개월은 단기라서 아예 받아 주지를 않았다.


+ 영국사랑

영국 유학생에게 가장 유명한 사이트는 '영국사랑'이다. 네이커 가페 같은 곳인데 영국에서 지낼 예정이라면 이 사이트는 필수다.  숙소 구하기, 벼룩 장터 외에도 영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총망라된 곳이다. 장 단기 숙소가 필요한 경우 매우 유용하기에 수도 없이 들락날락거렸지만 내가 머물 기간 동안의 숙소는 없었다. 5월 중순에 7월 중순부터 10월까지 머물 숙소는 이미 다 예약이 된 상태였다. 나중에 어학원에서 만난 사람에게 물으니 7월 연수인데 1월에 영국사랑을 통해서 집을 계약했다고 했다.


네이버 카페 같은 영국사랑


+한국인 부동산 에어전시

런던에도 한국인 유학생이 많다 보니 한국인 부동산 에이전시가 있었다. 주로 학생 기숙사를 중개하는데 지인에게 소개를 받았다. 혹시나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였고 학기 중이라 방을 구할 수가 없었다. 간혹 일이 생겨 고국으로 돌아가는 학생이 있긴 했지만 머물 수 있는 기간이 2주 혹은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최소 한 달 이상만 되더라도 일단 그곳에 들어가서 다시 집을 알아볼까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무리였다.


+ 한인민박

고민 끝에 1 존에 있는 한인민박과 게스트 하우스도 문의를 했다. 매일 사람이 바뀌겠지만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방만 있다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간절했다. 하지만 내가 머물 곳은 마땅치 않았다.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여행수요가 폭발하고 있는데 런던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싼 가격에도 숙박은 10월 정도까지 빠르게 예약이 되고 있었다. 겨우 한 곳, 어학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한인 민박은 3개월인 점을 고려해 1인실  할인 가격이  £2,000이라고 했다. 고작 방 하나가 320만 원이라니!!!


절로 한숨이 푹푹 나왔다.


7월~8월 중순까지 런던도 초성수기라서 비용이 비싼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방 하나에 300만 원.... 하.  몰타에서는 런던의 반 정도 가격에 집 전체를 사용하는데 두 배나 비싼 돈을 내면서 고작 방 한 칸이라니 욕이 절로 나왔다.


런던이 물가가 비싸다고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비로소 내가 가야 하는 런던이 얼마나 살인적인 물가인지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나 대로 서울 지인들은 서울 지인 대로 백방으로 숙소를 알아봤지만  내가 생각했던 예산으로는 숙소가 구해지지 않았다.


어영부영 3주가 지났다. 날이면 날마다 저녁 늦게까지 런던 숙소를 알아보느라 나는 점점 지쳐갔다. 7월에 어학연수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1~2월에는 방을 구해야 한다는 얘기만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 했다. 아, 물론 3개월에 숙소비용으로 천만 원 쓰겠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찬 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도 내 예산으로는 무리였다.


날짜는 어느새 6월 중순을 향하고 있었고 런던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여.

이러다가 한 달에  꼼짝없이 월세 3백만 원을 내야 하는 건가?


어떡하지?



+ 다음 이야기 : 런던숙소 구하다가 인종차별자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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