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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Nov 06. 2023

런던 어학원 첫날, 몰타와 다르네 [런던 어학연수]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4 런던 오리엔테이션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3 런던 어학원 첫날, 몰타와 많이 다르네    


유스턴에 있었던 런던 EC


+ EC 런던


몰타에서 5개월이나 어학연수를 했기에 어느 정도 외국 생활에 익숙해졌다 싶었는데 모든 것이 리셋되어 버렸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여행으로도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도시, 런던이 주는 긴장감은 생각보다 꽤 컸다. 세계에서 최초로 지하철이 운행된 런던의 튜브를 타고 있자니 시간여행까지는 아니어도 기분이 묘했다.


튜브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낡았고 좌석폭도 좁고 터널을 통과하는데 창문도 열려있으니 튜브를 타고난 뒤 코를 풀면 코 안이 시커먼 먼지로 가득했다. 서울 지하철과 비교해도 너무 낡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런던의 튜브다. 하지만 우리가 발품을 팔아가며 대동여지도를 만들고 있을 때 런던에서는 이미 땅 속을 뚫고 튜브가 다니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지하철이 좁고 더럽고 와이파이가 안 돼도 그런 불편함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유스턴역


유스턴을 나와 왼쪽으로 걸어가면 큰 오피스 빌딩건물 한 층 전체가 EC 런던이었다. 런던의 1 존 시내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는 EC 런던은 온통 주위로 오피스 건물 천지라 유스턴에 있는 동안은 매일 종로의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나 싶은 생각을 가끔씩 하기는 했다. EC  런던은 지금은 엔젤역으로 이사를 갔고 아주 고풍스러운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유스턴에 있을 당시 EC 런던
현재는 엔젤역에 있는 EC 런던은 1층을 제외한 전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어학원에서 메일로 빌딩출입이 가능한 큐알코드를 미리 보내줬는데 이 큐알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했다. 서울에서도 익숙한 시스템인데 5개월 남짓의 몰타에 너무 적응이 된 탓에 대도시의 삶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갑자기 문명세계에 던져진 느낌이랄까. 이다지도 내가 환경에 최적화된 사람이었나 싶어 스스로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정면에 스탭이 상주하는 오피스가 있는데 첫날은 긴 줄이 늘어서 있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학생증 발급을 위한 줄이었다. 몰타는 어학원 학생증용 사진을 미리 제출했었고 수업 교재와 함께 학생증 등을 한꺼번에 받았다. 런던의 경우는 사진을 제출하라는 말이 없었는데 어학원 첫날 스탭이 일일이 학생 얼굴과 여권을 체크한 후 스마트폰을 이용해 직접 사진을 찍었고 오후에 학생증을 교부받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스태프들

내가 선택한 어학원인 EC는 몰타에서 시작해 영국, 미국, 캐나다, 두바이, 남아메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대형 어학원 중 한 곳이다. 같은 EC여서 시스템도 같을 줄 알았는데 어학원의 기본 컬러는 '오렌지'를 제외하고는 몰타와 런던은 차이가 있었다. 멘체스터, 캠브리지 등 영국 EC의 다른 지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런던 하고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같은 EC지만 각 도시의 스타일에 맞게 시스템은 어학원마다 조금씩 차이점이 있는 듯했다.



지금은 없어진 유스턴이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한 층에 다 모여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스태프, 선생님, 전체 학생들이 한 층에 모두 오며 가며 다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수업을 함께 듣지 않아도 서로 인사를 나누며 가벼운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엔젤로 이사를 가니 층이 나뉘어서 수업을 같이 듣는 사람들 외에는 다른 학생들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그건 좀 아쉬웠다.  


지금은 엔제롤 이사를 갔지만 기록을 위해서 남겨둔다. EC 런던의 경우 30대 이상의 나이대에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30+ 수업이 있었는데 특이한 건 교실과 휴게공간도 정면의 스탭 오피스를 기준으로 나눈 점이었다. 왼쪽은 30+, 오른쪽은 일반 교실인데 나이대가 달라서 그런지 휴게실도 다른 콘셉트로 꾸몄고 머무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완전히 달라서인지 분위기도 많이 달랐다.

엔틱 한 분위기의 30+ 휴게실
점심시간에는 피아노를 칠 줄 아는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느라 늘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젊은 분위기의 일반 클래스 휴게실



스탭과 선생님이 추천하는 런던 명소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 게시판. 일반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현지인 추천 명소들과 펍, 레스토랑 소개로 가득했다. 유스턴에 있을 동안에는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보지 않았고 나중에 여기에서 소개한 곳을 따로 목록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엔제롤 이사를 가면서 이건 없애버려서 미리미리 체크를 해두지 않은 걸 굉장히 후회했었다.

선생님과 스태프들 추천명소


+ 어학원 첫날, 런던 오리엔테이션  


EC 몰타에서 레벨업 테스트를 했고 2번이나 시험을 떨어진 끝에 겨우 인터미디어트로 레벨업이 됐다. 2주 동안 인터미디어트에서 수업을 받았고 EC 런던으로 옮기게 된 상황인데 EC 런던으로 학원을 옮기니 다시 레벨테스트를 봐야 했다. 시험에 진절머리가 난 데다가 약간의 트라우마마저 생긴 상황이었다. 에이전시에게 시험을 보고 싶지 않다고 요청을 했고 레벨테스트 없이 런던에서도 인터미디어트로 같은 레벨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통상 어학연수의 경우 한국에서 반 배정을 위해 미리 레벨테스트를 보고 나면 어학원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스피킹 테스트를 해서 종합적으로 레벨을 배정한다.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할 때는 코로나로 아직 마스크를 써야 했던 시점이었기에 따로 오리엔테이션이 없었고 스피킹 테스트도 없었다. 온라인 시험을 본 성적만으로 반 배정이 됐고 첫날부터 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7월 말이 되니 유럽은 코로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첫날은 몰타와 달리 하루종일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몰타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없었기에 오리엔테이션은 어떻게 진행을 하는지 궁금했다.  


첫 시간은 어학원 생활에 필요한 내용에 관한 전반적인 안내와 함께 EC 런던 소개가 이루어졌다.

EC 런던 소개


둘째 시간에는 팀을 구성해 런던에 관한 퀴즈를 맞히는 시간을 가졌다.

런던의 주요 명소를 맞히는 퀴즈, 런던의 튜브역 이름을 맞히는 퀴즈, 런던의 주요 빌딩 이름을 맞히는 퀴즈, 누가 살고 있는 집인지를 맞히는 퀴즈 등등, 이게 뭐라고 다들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같은 팀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가봤니, 안 가봤니, 봤니, 못 봤니 하면서 시끌벅적 이었다. 자신들이 선택한 답이 맞으면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우리 팀은 2등을 했는데 물론 상품은 전혀 없었다.  이런 퀴즈를 풀면서 런던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한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데는 아주 유용한 시간이었다.

런던 튜브역 뱅크역


퀴즈 문제 중 대부분 다 틀린 문제는 타워브릿지와 엘리자베스 타워.  대부분 런던브릿지로 알고 있는 다리는 타워브릿지이고 빅벤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이름은 엘리자베스타워다. 빅벤은 엘리자베스타워의 꼭대기에 있는 시계가 빅벤이라고.  

런던브릿지와 빅벤이 아니랍니다.
패팅턴이 사는 집이고요.


셜록홈스의 도시답게 문제 중에 셜록 홈스 배경이 된 집도 출제가 됐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셜록홈스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었다. 런던에 있는 동안 셜록홈스 팬이라면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나는 전혀 몰랐던 우연한 장소였던 뱅크스트리트 스테이션(baket street station) 역에서 발견한 셜록홈스 동상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셜록 홈스의 도시, 런던

팀원들끼리 자유토론 시간도 주어졌는데 주제는 아주 쉬운 주제였다. 우리 팀에는 엘리멘터리부터 어퍼 인터미디어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첫날에는 영어 사용보다 모국어가 익숙한 상황이라 다들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 들었다.  


오전은 수업 없이 오리엔테이션만으로 채웠고 점심시간이 됐고 45분 이내에 점심 식사를 마쳐야 하는 것은 몰타와 똑같았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매우 촉박해졌고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도 근처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점심으로 브런치메뉴 세트가 있어서 주문했는데 기름기가 너무 많고 어찌나 맛이 없던지.. 첫날 결심했다. 런던에서는 무조건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야겠구나


전반적인 수업시간, 운영시스템은 몰타와 같았기에 오후시간인 13:00~ 14:30분에는 인텐시브 수업이 이루어졌다. 다만, 인텐시브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누구라도 첫날에는 무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스피킹, 문법, 어휘 등 다양한 수업이 있었다.  미리 신청한 사람의 경우 친절하게도 이렇게 안내장이 주어졌다.


몰타에 있을 때 나도 인텐시브 수업을 미리 신청했지만 뭐가 잘못된 것인지 인텐시브 수업 신청이 되어 있지 않아 따로 가서 신청을 했는데 인터미디어트라고 하니 어휘반 수업에 배정을 해주었다. 첫날 인텐시브 수업을 듣고 멘붕이 왔다.


인터미디어트로 올라온 지 고작 2주밖에 되지 않았고 실상은 그마저도 런던 가서 공부하자 싶어 몰타 생활 마무리 하느라 수업시간에 앉아만 있었을 뿐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였다. 원어민이 생활하는 유튜브를 보며 문장을 받아 적고 거기에 나오는 표현을 익히는 수업이었는데 완전 멘붕이었다. 선생님이 물어보지만 들리는 게 1도 없으니 미칠 지경이었고 이 수업이 나에겐 많이 어려워서 하나도 들리지도 않는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괜찮다고 계속 수업 들으면 나아질 거라고 했지만 자신의 실력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법. 온몸에 힘이 쫙 빠지고 완전 좌절모드가 된 상태로 수업이 끝났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의 레벨은 최소 어퍼이상이었다. 인터미디어트 2주 차인 내가 들을 수 있는 수준의 수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중에 어퍼미디어트까지 레벨이 올라갔지만 유튜브 수업만은 정말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어쨌거나 이날 수업 이후 런던 어학연수 생활이 만만치 않겠구나 싶었고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런던을 떠나는 날까지 매일매일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좌절감을 맛보았던 인텐시브수업


인텐시브 수업 후 다시 모였더니 배정된 레벨에 따라 책과 수업시간표가 주어졌다. 몰타에서는 30+ B뱅크였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A 뱅크로 배정이 됐다. 같은 팀으로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며 안면을 턴 친구도 인터미디어트였는데 B뱅크로 반이 갈렸다. 몰타에서는 내내 B뱅크였는데 런던의 A뱅크는 어떨지 일단 경험해 보기로 했다.

왜 나만 A 뱅크인거지?

첫날 오리엔테이션이 모두 끝나고 나니 오후 2시 30분. 집으로 가기엔 좀 이른 시간이다 싶었는데 어학원에서 근처의 펍으로 간다고 했다. 첫날 같이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대부분은 각자의 일정에 따라 다 흩어지고 몇 명만이 남았다. 7월 말의 런던은 9월 초 정도의 날씨라 그렇게 더운 편이 아닌 데다가 딱히 맥주를 마시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과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가자는 분위기가 형성이 돼서 따라나섰다.


유스턴 기차역 근처의 펍인데 현지인들에겐 꽤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낮술 아닌 낮술을 꽤 하고 있었다. 웰컴드링커인 줄 알았는데 각자 더치페이였고 안내해 준 스탭은 우리가 계산을 하고 자리를 잡자 이내 어학원으로 돌아갔다. 우리끼리 남아서 1시간 정도 수다 삼매경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몰타가 가족적이고 아기자기하면서 친밀감이 많았다면 런던은 대도시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몰타보다는 좀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터미디어트 수업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에 런던의 생활이 설렘보다는 걱정을 앉고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 다음 이야기 : [시크릿 런던] 런던 여행자는 절대로 가지 않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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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몰타'는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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