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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Nov 14. 2023

런던이 좋아? 몰타가 좋아? [런던어학연수]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6 같은 EC인데 왜 이렇게 달라?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6 런던과 몰타는 정반대

수업으로 갔었던 윌리스 컬렉션 


런던에서 어학원 수업 때 처음 만난 선생님은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왔다는 내게 대뜸 물었다. 

"몰타가 좋아? 런던이 좋아?"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다시 몰타로 돌아왔을 때 몰타에서도 약 2주간 어학연수를 하게 됐는데 그때도 선생님이, 학생들이 내게 물었다. 

"몰타가 좋아? 런던이 좋아?" 


이 질문은 이후에도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런던의 장점은 몰타의 단점이고 몰타의 단점은 런던의 장점이었다. 


+ 몰타에서 출발한 EC 어학원 

내가 다닌 어학원은 비교적 대형어학원에 속하는 EC 어학원이다. EC는 몰타에서 출발해 현재는 미국, 영국, 캐나다, 남아메리카공화국, 아일랜드에 어학원이 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몰타와 런던에서 연계연수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30+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30세 이상의 학생들만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나이가 주는 공통점이 있어서 심리적으로도 편하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EC 몰타에서 약 5개월간 어학연수를 받았기에 EC 시스템은 익숙해 있기 때문에 EC 런던 첫날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도 어학원 시스템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EC임에도 몰타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면 그러려니 하면서 바로 받아들였을 텐데 몰타의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려니 처음에는 좀 정신이 없었다. 



+ 국적 비율 

몰타의 경우  성수기에는 유럽권에서 온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70% 정도가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콜롬비아가 가장 많았고 그 외 멕시코, 페루, 브라질 등인데 브라질을 제외하고 대체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였다. 아시아로는 일본이 가장 많고 우리나라도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그래도 두 나라 합쳐도 10% 미만이었다. 


런던의 경우 중동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30~40%로 가장 비율이 많았고 일본도 꽤 많았다. 아시아의 경우 일본, 한국 순인데 몰타보다 런던을 어학연수지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대학생의 경우 어학연수 후 런던 대학 진학이나 워킹홀리데이까지 연계되는 경우였다. 특히 일본의 경우 만 30세까지인 워킹홀리데이 마지막 기회를 노리고 어학연수를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스위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비영어권의 유럽인들 경우 여름휴가나 가을 방학 등을 이용해 1~2주 짧은 기간 어학연수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십중팔구는 선생님이거나 CEO가 많았다.


몰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콜롬비아, 멕시코, 브라질 등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 런던은 많은 편은 아니었다. 남미는 런던을 포함한  EC 국가에서 비자를 요구하는데 비자를 받기 위한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했다. 몰타는 EU에서 유일하게 3개월 무비자 국가라 유럽 어학연수하면 자연히 몰타라고 했는데 런던에 와보니 그게 피부로 느껴졌다. 라틴 아메리카의 출신의 경우 30+는 기업 연수 프로그램의 어학연수가 많았다. 국가에서 보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부분 국영기업이거나 글로벌 회사 혹은 그에 준하는 곳에 다니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정도가 돼야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어학원에서도 기업 연수로 온 학생들의 경우 학사관리 등 특별히 신경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비즈니스 차원이 아닐까 싶었다. 기업 어학연수생이 아니라면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비단 비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1인당 GNP가 높지 않은 남미권에서는 엄청난 런던의 물가를 감당하려면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어학연수는 꿈도 못 꿀 테니 말이다. 


+ 인텐시브 수업까지 듣는다면 일주일에 4명의 선생님을 만난다.  

EC몰타와 EC 런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몰타는 1명의 선생님과 수업을 진행했다면 런던은 2명의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한다. 월, 수, 금의 선생님과 화, 목의 선생님이 달랐다. 정규 수업의 경우 월, 수, 금 선생님은 교재로 수업을 진행했고 화, 목 선생님은 매 시간 자신이 준비한 자료로 수업을 진행했다. EC 몰타의 경우에도 더러는  화, 목에 다른 자료로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있긴했는데 나의 경우는 일즈일 내내 교재로만 수업하는 선생님만 만났다. 

몰타가 좋냐 런던이 좋냐 수업시간마다 물어보던 마리암 선생님 


EC 런던에서는 인풋을 좀 더 늘리고 싶어서 정규수업(3시간) 외에 추가로 인텐시브 수업(1시간 30분)까지 들었다. 인텐시브 수업 역시 월수금 / 화목 2명의 선생님이 가르쳤다. 그러니 일주일에 내가 만나는 선생님은 총 4명이었다. 처음에는 가르치는 스타일이 모두 다른 4명의 선생님에게 적응하려니 너무 산만하고 정신이 없었다. 인터미디어트 레벨로 올라와 보니 교재도 공부할 것이 상당히 많은데 화, 목의 선생님이 준비해 온 자료는 따로 공부를 해야 했고 여기에 어휘 수업까지 더해지니 공부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2주 정도가 지나고 각각의 선생님의 스타일에 적응을 하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런던 출신이 많긴 해도 국적이 다른 선생님도 있었기에 BBC 아나운서 발음, 런던 발음, 미국 발음, 프랑스 발음 등 매주 만나는 4명의 선생님을 통해 각기 다른 억양, 다른 발음, 다른 교수법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니 다양성 면에서는 큰 장점이었다. 런던에서 15주를 머무는 동안 총 10명의 선생님을 만났다. 원래대로였다면 14명의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잘 가르치는 2명의 선생님이 있어 반을 바꾸지 않았다.   


다만, 교재 위주로 일주일 내내 수업을 진행했던 몰타와 달리 런던의 경우 일주일에 3회 수업으로 교재 한 챕터를 다 배우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니 그게 좀 아쉬웠다. 이후에 어퍼인터미디어트에서 만난 알렉시스는 3회 수업 만으로도 교재를 완벽하게 끝내고 금요일 두 번째 시간에는 복습까지 하는 교수법에 혀를 내둘렀다.

싱어송라이터였던 알렉시스 선생님은 EC 런던에서 가장 오랫동안 배웠던 선생님 


일주일에 무조건 2명(인텐시브 수업이면 4명)의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건 런던의 큰 장점이지만 무조건 그게 제일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런던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일주일에 2명을 만나는 시스템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몰타로 돌아와 2주간 어퍼인터미디어트 수업을 들으며 비교해 보니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몰타 선생님의 경우 교재를 중심으로 진도를 나가되 화, 목에는 교재에서 배우는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하는 스타일이었다. 개인적으로 교재에 나오는 내용만으로도 공부해야 할 양이 상당한데 화목에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보다 교재에 충실한 그분의 교수법도 런던의 선생님들 못지않게 좋았다. 결국은 '몰타가 좋냐 런던이 좋냐'라기보다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어학연수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 학생이 최우선 


난생처음 어학연수가 몰타였기에 몰타의 느릿한 행정시스템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다. 어학연수 주차가 쌓이면서 가끔 친구들과 몰타는 학생 중심이 아니라 행정중심이라는 우스갯 소리를 했었는데 런던에 와보니 그건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런던의 경우 몰타와 달리 어학원이 엄청 많으니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고 학생 서비스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지 않나 싶었다.


레벨테스트 

런던에서 7주 차가 됐을 때 금요일에 선생님에게 레벨테스트를 보겠다고 말을 하니 선생님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왜 내게 그걸 얘기하지 하는  느낌이었다. EC 몰타의 경우 레벨테스는 매주 월, 화에만 볼 수 있었다. 금요일까지 선생님에게 레벨테스트를 보겠다고 얘기를 하면 선생님이 어학원 시스템에 접속해 레벨테스트 명단에 올린다. 그러면 월요일에 어학원에서 시험 링크 메일을 보내주고 화요일 자정까지 레벨테스트를 보면 된다. 테스트 결과는 그 주의 금요일에 확인이 가능했는데 선생님에 따라 수업시간에 혹은 수업이 끝난 후 시험결과 리뷰를 진행했다. 


시험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결과 통보가 금요일이니 무조건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자칫 선생님이 실수해서 시험 명단에 올리지 않거나 혹은 내가 깜빡하고 시험을 보겠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경우 2주간의 시간이 딜레이 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510니 원화로 약 70만 원 정도다. 나의 경우 엘리멘터리 수업 때 이런 걸 모르고 수업이 너무 쉬워 월요일에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가 2주 동안 허송세월을 했다. 물론, 2주 동안 같은 레벨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니 꼭 70만 원이 손해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왠지 돈이 아까운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EC 런던의 경우 레벨에서 4주 차가 지나고 나면 EC 홈페이지 내 계정에 접속하면 시험 링크가 자동으로 생성이 되는 시스템이어서 선생님에게 시험을 본다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시험은 특정 요일이 아니라 아무 때나 가능했는데 심지어는 일요일도 가능했다. 처음에는 그걸 모르고 몰타에서처럼 화요일에 시험을 봤고 당연히 결과는 금요일에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다음 날 쉬는 시간에 시험을 본 것을 아는 친구들이 학업 담당 선생님인 다니엘을 찾아가라는 것이 아닌가. 그가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수업이 어려워도, 영어 슬럼프가 와도, 런던 생활이 고단해도 학업 선생님인 다니엘에게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 


다니엘을 찾아가니 '너 레벨테스트 통과했어. 축하해!'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내일 수업부터 어퍼인터미디어트로 가도 된다고 덧붙였다.  세상에. 어제 테스트를 봤는데 하루 만에 결과가 나온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월요일이 아닌데도 새로운 레벨로 갈 수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주중에 새로운 반을 옮기기보다 그냥 월요일에 옮기겠다고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리딩, 리스닝은 시험 문제은행에서 출제되니 테스트가 끝남과 동시에 결과가 나온다. 스피킹과 리딩은 선생님이 채첨을 하지만 매주 시험 보는 학생이 많아서 4~5명 정도니 채점에 그리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하루 만에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런던은 테스트만 담당하는 학업 선생님이 따로 있어 시험결과 리뷰도 학업 선생님이 직접 해주니 선생님의 경우도 수업만 진행하면 되고 다른 부분은 일절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몰타의 경우 금요일에 결과를 알려주는 것도 불만이었지만 최대의 불만은 수업시간에 테스트 본 사람들의 리뷰를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테스트를 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최소 20분에서 1시간가량 수업을 하지 않으니 매주 금요일이면 수업시간이 낭비되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 런던이 정상인게야. 


인텐시브 수업 그리고 체험수업(trial class) 

몰타에 있을 때는 인텐시브 수업을 듣지 않았기에 어떤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감이 없었다. 런던 첫 주차에 학업 담당선생님에게 문의를 하니 스피킹, 리딩, 문법 등등 어느 파트를 원하는지 물었다. 일단 스피킹 수업보다는 다른 수업을 듣고 싶은데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 인터미디어트 레벨에서 들을 수 있는 수업을 추천했고 그중 하나를 골라 수업을 들어갔는데 멘붕이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진행하는 수업이었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고 내용도 너무 어려웠다.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은 곧잘 따라 하기에 레벨을 물어보니 최소 어퍼인터미디어트였기에 이제 시작인 인터미디어트인 나로서는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아니었다. 


몰타의 경우 인텐시브 수업도 자신과 맞지 않더라도 반을 바꾸려면 무조건 일주일은 기다려야 했다. 아무 소용도 없는 수업을 일주일이나 들으려니 돈도 아깝고 시간도 아까워서 머리가 하얘졌다. 수업이 끝난 후 학업 선생님에게 수업이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못 듣겠다고 일단 말이라도 해보자 싶었다. 그랬는데 너무 쿨하게' 그럼 다른 수업을 들어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다음날은 다른 또 다른 내용의 인텐시브 수업을 들어갔는데 거기도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또 선생님을 찾아갔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말 안 해도 알겠다는 듯 어휘 수업에 마침 한 자리가 비었는데 인터미디어트면 괜찮을 것이라며 다른 반을 추천했다. 그렇게 세 번째로 들어간 인텐시브 수업은 내가 원하는 수업이었고 조금 어렵긴 해도 해볼 만한 수업이었다. 만약 그 수업도 안 맞았다면 나에게 맞는 수업을 찾을 때까지 계속 반을 바꾸는 건 런던에서는 당연했다. 


런던의 경우 트라이얼 클래스가 있었다. 말하자면 무료 체험수업인 셈인데 수업을 한번 들어보고 어학연수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런던의 경우 특히 여름에 체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한국에서 미리 어학원을 정하지 않고 런던에서 머물면서 여러 학원을 방문해 트라이얼 클래스를 들어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어학원을 결정한다고. 어학연수를 결정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어학원이 과연 나랑 잘 맞을까인데 미리 학원투어를 해보고 결정할 수 있으니 장점이었다. 


런던은 어학연수 후 대학진학까지 고려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최소 1년 이상 어학연수를 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미리 어학원을 체험할 수 있는 트라이얼 수업은 필수라고 할 수밖에. 이건 EC만 그런 게 아니고 런던에 있는 어학원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이었다. 


런던에서 다시 몰타로 돌아왔을 때 인텐시브 수업도 들어보고 싶은데 어떤 수업이 나랑 맞는지 알 수가 없어서 몰타 어학원 사무실에 트라이얼 클래스 문의를 했더니 없다고 딱 잘라서 말한다. 혹, 수업이 나랑 맞지 않으면 다음 날 반을 바꿀 수 있냐고 안 될 걸 알면서도 물으니 역시나 일주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몰타에서 남은 어학연수는 2주였기에 모험을 할 수가 없어 결국 인텐시브 수업은 포기했다. 


무료수업 

몰타에 없고 런던에만 있는 것 중 하나는 무료수업이었다. 비용이 몰타에 비해 월등히 비싼 대신 다양한 무료 수업이 있었다. 무료 수업은 일주일에 2번 진행되는데 발음, 어휘, 공부 방법 등등 다양한 클래스가 열렸다. 발음 수업, 구동사(phrasal verb) 수업 등을 들었는데 1시간만 진행되는 엑스트라 수업이다 보니 조금 아쉽긴 해도 가끔씩은 들어볼 만했다. 이 외에도 아침에 수업 30분 전에 휴게실에서는 선생님과 프리토킹 시간이 있었다. 어학원을 일찍 가는 편이었고 사람들이 모여서 활발하게 얘기를 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선생님과 프리토킹 시간이었다. 누구든 일찍 오면 휴게실에서 대화에 참석이 가능했다. 이때 이뤄지는 주제는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그날의 날씨, 뉴스에서 본 얘기, 런던의 이벤트, 어제 본 뮤지컬 등 다양했는데 이 경우 대체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게 마련이라 어퍼나 비즈니스 클래스 학생들이 독점하다 시피했기에 나는 그저 옆에서 듣기만 열심히 했다. 특이한 건 아침 8시에 스탭이 진행하는 요가 수업도 있었지만 시간이 안 맞아서 참석은 해보지 못했다. 

이름을 적으시오 


엔젤역으로 이사를 가고 난 뒤에  무료 수업 클래스는 그대로 진행됐는데 아침 요가와 프리토킹이 없어져서 아쉬웠다. 대신 젊은 선생님 주도하에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면 지정된 펍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금요일이 되면 데미안이 각반을 돌아다니며 맥주 마시러 가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서로 맥주를 마시며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학원의 다른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매주 금요일은 펍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분위기는 늘 데미안 선생님이 주도. 



+ 페어웰  

런던에 온 주 첫 주 금요일이 되니 휴게실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한바탕 난리법석이다. 매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수업이 끝나는 사람에게 수료증을 나누어 주는 풍경이 연출된다. 이 모습이 굉장히 낯설었다. 몰타에서는 어학원 수업 마지막 날 교실에서 선생님이 수료증을 나눠주니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박수도 쳐주고 어학연수 끝나는 것을 축하하니 서로가 마무리하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런던의 경우 휴게실에서 수료증을 나눠주니 친한 친구가 아니고서는 그들이 어학연수가 끝나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어학연수기간이 나름 길고 친구들이 있는 경우에는 축하를 해주기 위해 선생님과 친구들이 모여 환호성을 외치기도 했다. 어학연수가 끝나는 사람들끼리 한 곳에서 수료증을 일시에 나눠주는 것도 좋지만 몰타처럼 각자의 반에서 수료증을 나눠주는 몰타가 마무리하는 느낌이 있었기에 훨씬 좋았다.  

수료증 받던 순간, 
모든 수업이 끝나고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과 함께 


+ 액티비티 

런던 어학연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몰타에서 액티비티는 스포츠 활동 위주였다면 런던은 문화의 도시답게 뮤지컬 등 공연이 많았다. 각종 티켓은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했다.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있을 때는 어학원에서 각 구단의 티켓도 판매를 하고 있는데 런던이구나 싶었다.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좌석의 티켓을 구매할 수가 있는 걸 모르고 30만 원이나 주고 토트넘 티켓을 괜히 샀다고 후회를 했었다. 어학원에서 프리미어리그 티켓을 판매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액티비티 게시판  요가 수업도 있고 각종 다양한 무료 클래스도 진행된다. 
프리미어리그 티켓


런던 여행에서 경우 뮤지컬 관람은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도 유명하다는 뮤지컬을 거의 다 보았기에 큰 흥미는 없었고 다만 지인이 '라이언킹'을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보기로 했다. 한창 성수기였기에 좌석은 연일 매진이었고 좋은 자리가 아닌데도 대략 16만 원 정도에 예매를 했었다.  어학원에서는 매주 다른 뮤지컬 티켓을 판매하는대 가격도 비싸지가 않았다. 시중에서 살수 있는 가격보다 거의 두 배나 저렴하게 뮤지컬 티켓을 구할 수 있는 건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큰 장점이었다. 


덕분에 대략 6~7만 원 정도면 뮤지컬 관람이 가능했다.  런던에서 뮤지컬 관람은 한 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페라의 유령, 메리포핀, 맘마미아를 봤다. 인기가 많아 언제나 가장 먼저 매진이 된 레미제라블도 그렇고 프리즌 등을 못 본 건 두고두고 아쉬웠다. 

런던에서 본 뮤지컬


흥미로운 점은 인텐시브 수업에서  '문화'와 관련된 어휘를 배울 때는 액티비티의 일환으로 선생님과 다 같이 월리스 컬렉션(The Wallace Collection)을 다녀왔다. 수업의 일환으로 전시를 관람한 다음 수업시간에 전시를 본 감상을 나누고 그간 영어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어휘였던 인상파(impressionism), 추상화(abstract) 등등 미술 관련 어휘들, 감상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과 문장들을 배우니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한 번은 테이트모던에서 있었던 야요이 전시가 런던에서 굉장한 인기였는데 어학원에서 특별 액티비티로 학업 담당 선생님과 함께 다녀왔다. 미술관을 가기 전에 야요이에 관한 자료를 통해 함께 유튜브 시청으로 야요이에 대한 공부를 했다. 야요이와 작품에 대해 알고 있는 나로서는 영어로 자료를 보니 공부도 되고 좋았다. 미술관에서 신이 나서 스티커를 부친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수업의 일환으로 월리스컬렉션 전시관람
테이트모던의 야요이 전시


런던 명소 중 스톤헨지, 캠브리지, 옥스퍼드 등 런던 교외지역의 경우 어학원 액티비티로 당일치기 투어가 있었다. 몰타의 경우 전문가이드가 동행을 하고 어학원 친구들만 투어가 진행되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었기에 런던도 어학원 액티비티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볼까 생각을 했었다.  다녀온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단체버스를 같이 타고 가는데 어학원 친구들 외에도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가이드가 따로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여러 사람 모객으로 운영되는 느낌이었기에 나중에 마이리얼트립으로 혼자 따로 다녀왔다. 



+ 아날로그 런던 

몰타는 교실에서 모두 전자 칠판을 사용하는데 선생님에 따라서 자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손글씨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런던으로 오니 갑자기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런던은 교실마다 전자칠판과 화이트보드가 함께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 선생님만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런던의 선생님 모두 편리한 전자칠판을 두고 화이트보드를 사용하고 했다. 

저자칠판과 화이트보드가 동시에 
전자칠판을 두고 굳이 화이트보드에


가장 신기했던 점은 화이트보드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매 수업시간 시작 전에 출석의 개념으로 앉은 순서대로 일일이 학생들의 이름을 적었고 또 하나는 오늘 공부할 내용과 목표를 적었다. 어떤 수업이고 상관없이 모든 선생님의 루틴이었다. 출석을 부르면 될 것을 일일이 얼굴을 보면서 앉은 순서대로 이름을 적는 수고로움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이니 이름도, 발음도 제각각인데 대부분의 선생님은 첫날에 발 이름을 외웠고 두 번째 시간부터는 묻지도 않고 칠판에 거침없이 앉은 순서대로 이름을 적었다. 매주 혹은 매일 새로운 학생이 들고나는데 학생 이름을 다 외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실지로 성수기에는 나도 반 애들 이름은 다 못 외웠다) 이름 잘 외우는 사람만 선생님으로 뽑는 건지 학생들의 이름을 틀리는 걸 본 적이 없다.  오랜만에 칠판 수업은 아날로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지각한 날 내 이름만 아주 크게 적어 놓고 나를 놀리던 선생님



+ 친구 사귀기

런던에서 가장 큰 단점은 친구 사귀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30세 이하의 경우는 대학생이거나 20대 후반이라서 나이대가 비슷한 데다가 어학연수 기간이 긴 경우도 많아서  친구 사귀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았다.  내가 공부했던 15주간 30+의 경우 7월 말부터 수업을 시작했기에 초반 2~4주 정도는 대만, 일본에서 온 사람이 어쩌다 한 두 명 있기도 했는데 9월이 되자 인터미디어트, 어퍼인터미디어트에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다.  아시아인이 아무도 없는 건 상관이 없는데 어학연수가 길어도 4주가 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히 여름 성수기에는 대체로 1주 혹은 2주 정도만 어학연수를 오니 수업을 마치면 수많은 런던의 볼거리를 찾아 부리나케 교실을 빠져나갔다. 유럽인들의 경우 가족이 함께 런던으로 휴가를 와서 나머지 가족들은 런던을 여행하고 본인은 1~2주 어학연수를 하는 경우도 많아서 어학원 친구들과 교류가 필요가 없었다. 단지 수업시간만 같이 보낼 뿐 수업이 끝나면 다들 각자 자신의 일정에 따라 흩어지기 바빴다. 게다가 초단기로 연수로 오니 매주 사람들이 반 이상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는 상황이라 친구를 사귄다는 건 불가능했다. 간혹 국적이 같거나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반이 달라도 어울리는 모습을 더러 보기도 했는데 30+에는 한국인이 아무도 없으니 몰타에 두고 온 친구들이 너무 그리웠다. 


몰타는 수업을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 대다수가 24주 장기연수였기 때문에 첫날부터 같이 커피를 마시러 다니고 밥을 먹으러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꼭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몰타의 경우 수업을 마치고 어학원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같은 반이 아니어도 누군가와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런던은 그야말로 삭막 그 자체였다. 


또 하나의 이유라면 비싼 물가도 한몫했다. 외식 물가가 너무 비싸니 몰타에서 처럼 카페고 레스토랑이고 자주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친구들과 밥 먹고 맥주도 한 잔 할 경우 10만 원이 가볍게 넘어갔다. 사정이 이러니 집에서 간식과 도시락은 무조건 준비를 해야 했고 친구들과 친목도모는 빙 둘러앉아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나누는 얘기가 전부였다. 


다행이라면 성격적으로 혼자 잘 노는 스타일인 데다가 막상 런던에서 공부가 시작되니 공부할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친구들과 한가롭게 노닥거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런던에서 몹시 외로웠을 수도 있겠다. 여름이 지나고 9월로 접어들면서 공부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12월까지 런던에 있을 예정인 세실리아와 친해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공연도 보러 다니고 외식도 다니면서 진찐을 만들 수 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느끼는 개인적인 느낌으로 몰타와 런던 중 어학연수로 어디가 좋다고 잘라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오로지 영어 공부가 목적이라면 '런던'은 공부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좋은 선생님과 수업시간에  농담이나 쓸데없는 이야기로 낭비되는 시간이 1도 없이 정말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는 런던이 최고였다. 


그렇다면 무조건 런던이 좋단 말인가 싶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다.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동안은 아는 것을 복습하는 수준이었다면 런던에서 비로소 진짜 공부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개인적으로 타이트하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거니와 몰타에서 5개월 어학연수를 하는 동안 슬럼프도 겪는 등 이미 어느 정도 공부할 근력을 만들었기 때문에 런던에서는 공부에만 올인을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했다면 바로 학생시절로 다시 되돌아간 것 같아서 어쩌면 영어에 더 쉽게 질려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초를 런던에서 공부하기에는 비싼 학비가 너무 아깝다. 몰타에서 공부하는 듯 노는 듯 어느 정도 영어에 익숙해지고 난 다음에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면 런던으로 연계연수도 추천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어 목표가 인터미디어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면 (사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굳이 런던에서 영어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다. 50대에 영어 공부는 외국 대학 진학이 목표도 아니요, 학구적인 영어를 배우기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도 내 욕심에 런던에서 매일 꼬박 8~10시간 동안 3개월 내내 죽자고 영어 공부를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50대가 되니 영어는 노력대비 그렇게 쉽게 단시간에 느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을 경험해 봤기에 후회는 없다. 


결론, 

놀면서 영어에 대한 부담감도 없애고 여행도 하고 싶다면 몰타,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면 런던. 물론 비용은 배로 차이난다. 



 + 다음 이야기 :  그저 그랬던 노팅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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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몰타'는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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