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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Jul 01. 2019

이케아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브런치무비패스 영화

영화 보고 나면 더 여행을 떠나게 싶게 만드는 희한한 영화!   

브런치 무비패스 영화 #5 /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소재가 '여행'인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만으로도 여행의 욕구가 충족되는 경우가 있고 영화가 오히려 여행을 떠나고 싶게 부추기는 영화도 있다.  '눈 떠보니 파리'라는 여행자의 로망을 한껏 담은 카피에 이끌린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여행>이라는 영화는 과연 전자일까 후자일까?



어쩌면 내가 한 번쯤 꾸어본 여행.

사람들은 한 번쯤 꿈을 꾼다. 이 지겨운 일상을 탈피해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그런 모습을. 하지만 늘 돈과 시간이 문제라며 여행을 떠나는 대신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읽고 때때로 여행이 소재가 되는 영화를 찾아보며 여행을 대리 만족하기 일쑤다. 하지만 그런 대리만족도 잠깐이다.  책은 책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치부하기 마련이다. 그러데 이 영화는 좀 달랐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상하게 현실적인 문제와 상관없이 바로 비행기표를 끊고 싶어 지더란 말씀. 과연 무엇이 나를 이토록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질렀을까. 


게다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것에 더해 우연한 장소에서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한순간에 사랑에 빠지고, 세계적인 톱스타와 만나는 것도 모자라 그와 인연을 이어가는 등. 나에게 전혀 일어날 리없다 생각하면서도 한 번쯤 그런 여행을, 그런 순간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그게 뭐라고 괜히 뭔가 뿌듯해지는 기분이 든다.  '눈 떠보니 파리'는 현실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나에게도 거짓말처럼 언젠가 그런 일이 생에 이벤트처럼 일어나길 바라는 건 나만의 기대는 아닐 것이다.


인도 뭄바이에서 나고 자란 '다누시'는 엄마가 돌아가자 위조지폐 100유로를 들고 무작정 파리로 떠났다. 그리고 그는 런던, 바르셀로나 등등등 말도 안 되는 세계여행이 시작된다. 영화를 보내는 내내 '아, 말도 안 돼, 너무 하잖아.'라는 뻔한 설정에도 상상력을 있는 대로 자극하는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유쾌함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토리의 구성은 어떤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영화답게 픽션과 논픽션을 적당히 오간다. 감독은 '인생은 아름다워', '오디세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모험 영화들을 참조했다고 하니 어떤 영화일지 감이 올 것이다. 여행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난민 문제 등 사회적인 문제까지 슬쩍슬쩍 건드림에도 불구하고 결코 무겁지 않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어느 영화에서인가 한 번쯤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넘쳐나지만 어느새 자신이 이 영화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찌 보면 21세기에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스토리의 심한 비약이 허용되지만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발리우드 특유의 영화적 감성이 아닐까 싶다. 또한,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유쾌함과 리듬감은 이 영화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총 천연색의 영화

인도 뭄바이를 가본 적은 없지만 EBS 테마 기행이나 여타 다른 프로그램에서 뭄바이의 빨래터는 숱하게 본 적이 있어 익숙한 곳이다. 주인공인 다누시는 이 마을에서 태어났고 그녀의 엄마는 빨래를 해서 돈을 번다. 지금은 법적으로 폐지된 계급제도인 카스트제도가 있을 때 빨래하는 계급은 최하층민으로 취급을 했다고 하는데 그들에게 여행은, 특히 세계여행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그런 최하층의 빈민가에서 생활하는 그들이지만 그 안에서 그들 나름대로 삶을 살아간다.


언뜻 보면 비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형형색색의 빨랫감들을 비롯해 알록달록한 색감들은 팍팍한 현실 대신 총천연색의 칼라로 다가온다. 마치 '꿈'을 색깔로 형상화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후 노랑, 에메랄드, 코발트, 블루, 고동색 등등 총 천연색의 찬라한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눈이 한껏 즐거워지는 영화다. 색채심리학에서는 이 색깔이 의미하는 다양한 심리적인 해석이 있지만 색채를 해석해내야 하는 영화는 아니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영화가 시종일관 유쾌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색깔'도 한몫한다는 생각이다.




여행은 돌아올 때 의미가 있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단순히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 그치는 영화는 아니다.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교훈적인 마무리는 여행이라기보다 '미래'에 더 맞춰져 있다. 흡사 영화 '세 얼간이'의 마지막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데 '다누시' 역할을 맡은 주연배우는 '세 얼간이'의 주인공을 이을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주인공이 여행한 곳 중에 내가 가본 곳이 나올 때면 더 감정이 이입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젠 오래돼서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그곳에서의 시간들이 갑자기 깨어났다. 그리고 문득 여행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여행' 하면 누구나 떠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여행은 돌아올 때 완성된다는 생각이다.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은 미완이다. 이 영화도 떠나는 것만 보여줬다면 뭔가 헛헛했을 것 같다.


주인공의 정말 말도 안되는 여행기와 어떻게 돌아오는지, 그래서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됐는지는 영화에서 확인하시라!      


그런데 이 영화가 정말 특이한 건,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가 대리만족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행을 더 떠나고 싶게 하더라 이 말이지. 게다가 어쩌면 이케아 옷장에 몸을 숨기고 눈을 뜨면 파리에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정말 희한했다. 우씨, 비행기를 못 타더라도 이케아라도 한번 갔다 와야 할까 보다.

이쯤 되면 이케아 의문의 1승이다. ^^


개봉 예정일 : 2019년 7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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