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정해경 Jul 22. 2019

영화 <알랭뒤카스: 위대한 여정>을 보고

세프 인생 미슐랭 스타 21개, 화려한 수식어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브런치무비패스 영화 #6  영화 <알랭뒤카스 : 위대한 여정> 


브런치무비패스 6번째로 보게 된 영화는 <알랭뒤카스 : 위대한 여정>이다. 영화 카피는 이렇다. 

"모든 감각에 맛있는 기억을 남겨 주고 싶어요."  


오호, 요리 영화구나! 요리 영화라는 것도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무엇보다 콧대 높은 베르사유 궁이 '알랭 뒤카스'에게 레스토랑을 내줬다는 사실에 이 영화가 더욱 궁금해졌다. 


몇 해 전 요리에 관한 영화 '엘 불리(El BULI)'를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쿡방이 대세도 아니었고 이제 막 쿡방이 태동하려고 하던 시점으로  기억된다. 미슐랭 가이드 최고등급에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도 5차례나 선정됐다는 스페인 레스토랑 엘 불리의 주방에서 벌어지는 분자요리의 향연은 요리가 단지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예술이구나 싶어 감탄에 감탄을 했었다.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분자요리도 생소했지만 '엘 블리'라는 다큐멘터리 요리 영화는 '요리'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영화였기에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랬기에 이번 영화 <알랭뒤카스 : 위대한 여정>은 어떤 영화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랭 뒤카스가 누구지? 

"정상에 올랐지만 끊임없이 탐구하고, 세상의 모든 맛을 알고 싶은 프렌치 요리의 거장, 알랭 뒤카스." 


미슐랭가이드 최고등급은 물론이고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도 5차례나 선정됐고 누구는 평생 가도 하나도 받기 힘들라는 미슐랭의 별을 하나도 아니고 무려 21개나 가지고 있는 알랭드 뒤카스. 이 정도면 그가 누구인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요리에 대해 문외한인 나조차 그의 이력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인데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만하겠다. 베일에 싸여 있던 스타 셰프를 2년 간 따라다니며 담은 다큐멘터리는 과연 어떤 것을 담았을까 굉장히 궁금해졌다. 


삶의 철학이 곧 '알랭 뒤카스'의 요리!   

영화는 베르사유 궁 안에 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열게 된 것을 시작으로 '알랭 뒤카스'의 세상으로 초대된다.  셰프가 멋지게 요리를 만드는 모습, 스크린을 통해 맛보게 될 아름다운 요리의 향연, 스타 셰프가 되기까지 그가 얼마나 고되고 치열하게 살았을까? 등등 이 영화를 보게 전에 기대한 것들은 대략 저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상당히 의외였다. 


알랭 뒤카스는  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에서 제자 셰프들이 신메뉴를 개발할 때 테스팅을 하며 조언하는 모습이라던지, 그가 새로운 맛을 찾아 일본, 미국, 중국 등등 다른 나라의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 평가하는 모습이 전부다. 이 영화는 나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영화에서도 2년 동안 다큐멘터리를 위해 그를 쫓았지만 그가 요리하는 모습은 일본 방송에 출연했을 때 딱 한 번 뿐이었다고 말한다. 좀 의외다 싶으면서도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차별점이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알랭 뒤카스 정도급의 스타 셰프라면 직접 요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건 요리의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한 것도 있으리라. 그는 다만 요리를 하지 않는다 뿐이지 한 순간도 요리와 떨어지지 않는다. 전 세계 각국을 다니며 새로운 것을 맛보고 새로운 재료를 찾아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동하는 비행기에서조차 요리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더 이상 언급하기에도 구차한 줄줄이 달린 수식어.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뎌야 했다고 했던가. 그런데 왕관의 크기와 무게에 비해 알랭 뒤카스는 그의 삶을 굉장히 즐기고 있는 듯 보이니 무슨 조화일까. 그런 노력 덕분일지 모르겠지만 콧대 높은 베르사유궁에서 다른 모든 사람을 제치고 그에게 레스토랑을 내어준 것도 다 이유가 있으리라. 


이 영화에서 좀 흥미로웠던 것은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그의 요리였다.  고급 식당인 파인 다이닝에 직접 공수한 농장의 재료로 음식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재료 하나를 위해 중국으로, 아프리카의 농장으로 기꺼이 날아간다. 그리고 농장들은 오직 그의 식당을 위해 작물들을 생산해낸다. 말하자면 주문자 생산방식인 셈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연주의 요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에 더욱 끌리게 된 알랭 뒤카스의 자연주의식 요리다.  


또한, 세계 각국의 자신의 이름으로 된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셰프들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도 자신의 철학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으로 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즉, 그는 단순한 셰프가 아니었던 것이다. 단순히 셰프라고만 생각했던 영화는 곳곳에 '요리'로 관통하고 있는 그의 삶의 철학을 엿보게 하는 영화였다. 


"모든 감각에 맛있는 기억을 남겨 주고 싶어요."라는 영화 카피처럼 스크린을 통해 만나는 요리들은 맛보지 않아도 자연이 그대로 내 입으로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은 베르사유 궁에서 알랭 뒤카스의 요리를 맛보고 싶어 졌다. 

 

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알랭 뒤카스'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끊임없이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이 거둔 모든 영광을 혼자 누리지 않고 세상과 나누며 직원들과의 파트너십도 셰프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겠다. 무엇보다 음식에 대해, 재료 본연에 대한 철학은 더욱 높이 살만하다.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이라는 영화 제목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영화는 딱 거기까지다. 뭔가 좀 더 알고 싶은데,,, 애매하게 끝난 느낌이랄까. 이상하게 뭔지 모르겠지만 계속 아쉬움이 남는 건 내가 요.알. 못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는 8월 1일 개봉 예정인 <알랭뒤카스 : 위대한 여정>는 요리에 관한 영화라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오세득 세프가 영화에서 영감을 만든 요리가 함께 제공되는 이벤트가 있단다.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CGV 시네 드 셰프에서 영화도 보고, 요리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이케아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브런치무비패스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