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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Dec 21. 2019

연말추천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  

연말 지친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채워줄 영화! 

모든 것이 차분해지는 연말이다. 

긴장감 넘치게 살아온 1년의 막바지에는 보다 여유롭고, 보다 평화롭고, 보다 충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영화도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럽기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영화가 더 끌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해가 넘어가는 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2월이 되면 뭔가 정리를 하고 싶어 지는 이때,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는 그런 의미를 충분히 느끼게 줄 속 깊은 영화다. 종교가 가톨릭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 번쯤은 봐야 하는 영화라고 감히 말해본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현존하는 교황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니 대략 어떤 영화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렇게 뻔한 영화를 왜?'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뻔한 영화가 아니었다. 다만 영화를 보기 전에는 우리가 아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메마른 마음이 조금이라도 충만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마주했는데.. 과연 그랬을까?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는 현존하는 교황을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스토리가 있는 영화라기보다는 교황이 하고 있는 일을 교황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화면은 시간의 순서도 사건의 맥락도 없다.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영화를 보기 전에 넘겨짚었던 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뭔가 교훈적이거나, 위대한 인물에 대한 조건 없는 찬양이라거나, 감독의 의도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것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울림이 컸다. 감독의 연출이 있기나 한가 싶을 정도로 객관적인 시선과 객관적인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가끔 큰 스크린에는 화면 한 가득 프란치스코 교황의 웃는 얼굴이 때때로 가득 찰뿐이다. 

이토록 해맑은 표정의 웃는 얼굴을 본 지가 언제였더라.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영화 1/4 지점쯤이었나 옆 자리에 앉은 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계속 손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신경이 쓰여 슬쩍 옆을 쳐다보니 울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도대체, 왜? 영화를 보면서 왜 울지 싶어 의아했다.  


그런데,,, 영화 1/3 정도가 지나가자 나도 모르게 나도 울고 있었다. 

그리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라고.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누구인가? 

현재 교황의 이름인 '프란치스코'는 부자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평생 청빈의 삶을 살다가 간 성 프란치스코의 이름으로 교황 역시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프란치스코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영화의 출발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사람인지를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후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은 교황에게  제공되는 공식적인 차량이나 의전은 모두 생략하고 청빈의 삶을 이어가는 소탈한 모습에서부터 가난과 평화, 지구 환경, 빈민, 난민, 지구촌의 곳곳의 어려운 곳을 찾아가고 기꺼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의 모습을 총망라하고 있다. 심지어는 타 종교도 기꺼이 품는 모습까지도 보여준다. 그야말로 청빈의 삶을 실천하는 수도자의 모습이요,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랄까. 뭔가 가슴이 뜨끈뜨끈해졌다. 작금의 시대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교황이 처음 즉위한 후 피부병 환자에게 입을 맞추고 고난의 현장을 마다하지 않고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 그리고 그런 교황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환희에 찬 표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존재이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두 말이 필요 없겠다. 몇 해전 우리나라를 방문해 특별히 세월호 가족을 챙긴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교황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황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것이야 말로 물질이 전부가 아니고 물질이 모든 것에 위안이 될 수 없다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누구나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각박한 현실을 살아 내느라 애써 누르고 있는 내 속의 '선'을 이 영화를 통해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슬픈 영화도 아니고 슬픈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영화를 보는 내내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났을 때 거짓말처럼 내 마음은 온통 충만한 마음으로 가득 차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하게 웃으며  기도를 이렇게 한다고 했다. 

"오 주여 소화가 잘 되게 해소서. 그전에 소화가 될 음식을  주십시오."  


이 얼마나 유쾌한 유머인가. 또 한 번의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그렇게 영화 러닝타임 내내 울다가 마지막에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유머. 

한 해동안 팽팽한 긴장감으로 살고 있던 마음이 느슨해지며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 맨 오브 히스 워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영화로는 정말 탁월한 영화라 감히 말하고 싶다. 




 영화 시사회 후 공지영 작가와 오동진 영화평론가의 GV가 있었다. 

공지영 작가의 첫마디 "영화를 보내는 내내 눈물이 나서 너무 울었어요." 


이 영화가 이렇게 너나없이 사람을 울리는 영화일 줄이야. 


오동진 평론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베네딕트 16세의 전격적인 결단이 있었다고 하는데 전, 현진 두 교황을 다른 다큐도 있다고 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니 한번 찾아봐야겠다. 


공지영 작가와 오동진 영화평론가의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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