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린다고요?

# 울산도 '영화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by 여행작가 정해경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 '청년의 시선'을 주목하다.


전 세계가 K-drama에 열광하고 있는 요즘. 아직 미완성인, 그래서 더 주목하고 더 지원하고 더 응원하며 계속해서 한국 문화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 그런 영화제! 그래, 이젠 이런 영화제 하나쯤은 열릴 때가 되었다. 그 역할을 자처한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UIFF)가 2021년 12월 17일~21일(5일간) 열렸다.


세계로 이어진 바다에서 펼쳐지고 있는 레드카펫, 감독의 의자를 멋스럽게 배치한 제1회 울산국제영화제 포스터

울산도 국제영화제가 처음은 아니다. 해마다 4월이면 열리는 '울주 세계 산악 영화제(https://www.umff.kr/kor/) 가 벌써 7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데 77개국에서 781편의 출품작이 접수돼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도 영화인들 사이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2022년 4월 1일~11일까지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리는 영남알프스 웰컴복합센터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는 2015년 프레 페스티벌로 시작해 공식적으로 2016년에 본격적인 서막을 올렸다. 2015년 프레 페스티벌의 경우 영화제 홍보를 위해 국내 몇 군데 도시에서 울주 서밋 3편을 상영했다. 당시 서울에 살고 있던 나로서는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레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은 반가웠고 울주 서밋에서 만났던 영화 '오월'은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었다. 하지만 매년 4월에 열리는 영화제 일정에 맞춰 울산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마음만 있었고 실제 영화제에 참가한 적은 없었다.

2015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레페스티벌 울주서밋 프로그램

코로나로 울산에 본의 아니게 발이 묶이게 되면서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현장에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어 기대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영화제는 2년 연속으로 비대면으로 진행이 됐다. 그러던 차 울산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은 정말 반가웠다. 코로나 시국이라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다행히 총 20개국 82편의 영화들이 5일간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다.

울산 성남동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울산국제영화제

울산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 영화제인만큼 각 섹션별로 영화를 모두 보고 싶었으나 5일 내내 영화를 볼 수 없는 노릇이라 좀 아쉬웠다.


이 글을 통해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를 소개하는 한편 개막식을 시작으로 3일 동안 울산 국제영화제에 참여한 소감을 간략하게 기록해둔다.

울산국제영화제는?

울산국제영화제는 '청년의 시선'을 가진 전 세계 영화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영화제다. 세계적인 산업도시로 성장한 울산광역시가 차세대 콘텐츠로 급부상하고 있는 영상산업을 이끌어갈 '젊은 영화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영화제로 첫 번째 영화제이니만큼 슬로건 또한 '청년의 시선, 그리고 그 첫걸음'으로 정했다. 특히 울산국제영화제 영화 제작 지원사업은 '국내 영화학도들의 독창적이고 완성도 높은 영화 제작을 지원' 하기 위한 영화제 핵심사업이니 만큼 젊은 영화학도들이라면 참여해 보는 것이 좋겠다.


영화제 현장에서 최근 <오징어 게임>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누팜 트리파티(Anupam TRIPATHI)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아누팜 씨는 이청아 배우와 함께 제1회 울산국제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았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다. <오징어 게임> 이전에 2020년 울산 국제영화제 프레 페스티벌 지원 작품이었던 <제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함께 했었다. 이젠 스타 배우에 이름을 올린 아누팜 씨를 보며 앞으로 울산 국제영화제가 대한민국 영화산업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명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어 매우 뿌듯했다. 젊고 가능성 있는 감독과 배우들을 주목하고 지원하고 응원하는 영화제야 말로 한국 영화산업의 뿌리를 더욱 두텁고 견고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에 그들에게 울산 국제영화제가 단비 같은 존재가 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 홍보대사 아누팜 트리파티(Anupam TRIPATHI) 씨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 개막식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개막식은 유튜브 생중계로 함께 진행됐다. 기습한파에 현장을 찾은 관객들이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레드카펫을 독점하다시피 한 것은 1회 만이 누릴 수 있는 찬스였다. 울산 국제영화제가 앞으로 더욱 유명해지면 개막식조차도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질 테니 말이다. 1부 순서만 보고 2부 순서는 너무 추워서 실내로 들어갔는데 우리가 알만한 유명인들은 모두 2부에서 입장했다.

제1회 울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울산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개막식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 개막식은 첫 발을 띠는 영화제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역동적이면서도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오롯이 담아냈다.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젊은 영화인들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꿈을 지원하는 영화제로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이 시대의 부조리나 인생의 면면을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따뜻하게 앵글 속에 담아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 개막식에서-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 개막식 다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i0CKm2MBkqc
개막식 진행을 맡은 이청아, 김의성 배우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위프 프리미어 : 전 세계의 최신작들을 울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섹션으로 올 한 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들로 구성됐다.

청년의 시선 : 대한민국 영화계의 미래를 엿보게 하는 젊은 시선의 영화 4편이 소개됐는데 장차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신진감독들이 보여주는 개성 넘치는 미학적 실험을 확인할 수 있다.

마스터 뷰 : 대한민국 영화계의 르네상스를 이끌어온 김지운 감독이 초청됐고 <밀정>,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상영되고 그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시간.

자크 오디아르 특별전 : 2015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디판>을 수상한 감독으로 <디판>, <러스트 앤 본>과 함께 그의 신작인 <파니, 13구>를 울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선보인다.

K 시네마 : 판데믹 시대 난관을 뚫고 제작된 보석 같은 영화 4편이 소개됐다. <기적>, <내가 죽던 날>, <도굴>, <세자매>

위프 파운데이션 : 2021년 울산 국제 영화 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선정된 총 35품 단편 작품들로 22편은 학생 일반부, 6편은 울산을 배경으로 촬영된 학생 울산 부분 작품, 울산시 민감 독 7편이 상영됐다.

영화학교 기획전 : 올해는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페미스(La Femis)가 주빈 영화학교로 초대돼 총 5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인디애니페스트 기획전 : 국내 유일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인디애니페스트와 특별히 협력해 아시아 내 실력 있는 학생 감독들의 애니메이션이 소개

울산 청소년 감독 기획전 : 울산광역시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들이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와 함께 제작한 7편의 단편영화

다시 2020: 2020년 울산 국제영화제 지원사업 선정작 5편을 다시 볼 수 있다.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 프로그램에서 총 82편의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영화들 가운데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을 했다. 첫 영화제이니 만큼 영화제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젊은 청년의 시선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영화로 테마를 골랐다. 개막작인 <하얀 요새>, 위프 프리미어 EP2 섹션 5편, 자크 오디아르 감독 <파리, 13구>, 영화학교 기획전 5편을 봤다. 위프 파운데이션의 경우 매 영화 상영 후 GV가 있어 감독들과 함께 자신의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고 관객상을 직접 뽑을 수 있었다. 유일한 경쟁부문인 위프 파인데이션에서는 작품상에는 <숨> 연출 나미리, 촬영상에는 <여고부 2위 한정민> 연출 한지민 촬영 김재경 , 연기상에는 <황금마차 떠났다> 정명 역 박규태, 관객상에는 <터> 연출 조현서가 선정됐다. 나는 아이디어가 정말 발랄했던 <김정은 아저씨께>에 별점 5개를 줬다.


무엇보다 울산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위프 파운데이션의 국내 젊은 감독과 파리 영화학교의 젊은 감독들의 시선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영화제라는 점이었다.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시각이 때 묻지 않은 날 것의 시각으로 거침없이 담아내는 젊은 감독들의 패기와 상상력은 국내냐 해외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물론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단연코 국내 감독들의 역량이 상당하는 생각이었다. 다만, 다양한 지구인들이 모여 있는 파리 영화학교에서 만드는 영화들의 소재는 확실이 국내 감독들과는 많이 달랐다. 일테면 성소수자, 이슬람 문화의 여성 등 출신 국가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고나 할까. 특히 프랑스 영화학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 특유의 문화적인 코드들이 영화 전반에 녹아나는 점도 인상 깊었다. 내년에는 어느 나라의 영화학교가 주빈으로 참석할지는 모르겠으나 위프 파운데이션의 영화들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솔솔 하겠다.

위프 파운데이션

또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신작 <파리, 13구>는 올해 본 영화 중 최고의 영화였다. 사랑마저도 얕고 메마른 인간관계를 맺는 현대인들에게 감독은 '과연 사랑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곧 끊어질 듯 위태로운 관계의 써늘함은 흑백 필름 안에서 파리의 공기마저도 차갑게 느끼게 하지만 기어이 '그래, 이런 게 사랑이지'라며 우리의 가슴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내고야 마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 역시 명불허전이구나 싶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석에서 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으니 영화에 대해선 두말하면 잔소리겠다. 울산 국제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니 조만간 국내에도 개봉할 텐데 기대하셔도 좋겠다.

<파리 13구> 스틸컷, 이미지 출처 : 울산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이밖에 시민참여 프로그램으로 한국 영화계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이명세 감독과 함께하는 시네마 클래스가 열렸다. 약 1시간 30분 동안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일반 관객임에도 참 새겨들을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언제적 이명세 감독이냐 하겠지만 그가 준비하고 있는 최신작은 무려 VR로 선보이는 영화라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이명세 감독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쉬 지치지 않는 열정과 끊임없는 호기심이야 말로 창작자들이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었다.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젊은 영화인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니 '한때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막 시작한 봉준호 감독 등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등에 식은땀이 난다. 그래서 더 이상 조언은 하지 않는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지금이야 이름만 대면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감독이 됐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지만 한국영화를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어려운 시절 묵묵하게 세계시장을 두드리고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이명세 감독이 있어 지금의 봉준호도 있는 것이다. 이명세 감독의 겸손의 말씀,역시 대가는 대가였다.


이명세 감독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K-드라마에 대해 계속 전성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 향후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인생을 영화에 바친 이명세 감독의 한 마디 한마디는 묵직했다.


"한국 영화는 마치 부모가 없는 가운데 거칠게 자라난 것이 한국 영화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역설적으로 한국 영화들이 어떤 한쪽은 양쪽, 질적으로 성장해서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주목받고 있지만 어떤 한쪽은 소외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건에서 현상으로 넘어가는 시점인데 어떤 면에서 머니 게임에 뻐져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산업적인 측면만 강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나머지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것.




이제 첫 발을 띈 제1회 울산 국제영화제는 사전 온라인 예매율 93%, 2700여 명이 다녀갔으며 실 좌석 점유율은 81%로 공식 집계됐다. 오미크론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시국인지라 개막 상역작 감독을 비롯해 외국 초청 인사들이 코로나로 인해 영화제 참석을 못한 점은 매우 아쉽지만 주요 영화마다 GV도 있고 현장에서 영화제가 진행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겠다.


첫 영화제이니 만큼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일단 홍보가 너무 안 됐다는 생각이다. 거리 곳곳에 영화제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기는 했지만 지방 뉴스에 잠깐 나오는 것 외에는 거의 보지를 못했다. 그것도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닌 대다수 시 민들은 국제영화제가 열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시민들이 참석할 수 있는 행사가 있긴 했는데 사실 국제적인 행사에 걸맞은 프로그램은 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행사 때마다 사진과 영상 촬영은 하는데 홈페이지 업데이트가 너무 늦었다. 개막식 사진이 3일 뒤에 업데이트되는 것은 좀 심했다 싶었다.


울산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성남동은 울산 원도심으로 오래된 도시가 가지고 있는 원도심의 문제점이 울산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원도심의 상권도 많이 축소된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한산해도 너무 한산한 모습은 겨울이라 더없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여차 저차 하다가 예매를 못했고 3일 내내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었는데 김지운 감독의 GV를 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오전에 건강검진이 있었고 바로 극장으로 갔으면 참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컨디션 회복이 너무 늦어 영화 중간 즈음에 도착했는데 표가 완전히 매진이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총평 : 울산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영화제의 미래는 밝겠구나 싶었다. 울산 국제 영화제를 통해 앞으로 세계적인 감독이 될 젊은 영화인을 미리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제는 충분히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 각 대학교마다 배출해내고 있는 수많은 젊은 영화인들이 울산 국제영화제가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장소이자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워갈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무엇보다 전국 각지에서 젊은 영화인들이 영화제 기간 동안 울산을 방문하고 '영화'를 통해 울산과 썸을 타는 사이가 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때가 되면 영화제가 열리는 울산 성남동의 원도심에도 다시 젊은 공기가 가득 차겠지. 식상하지만 '울산 국제영화제가 배출한...' 이런 타이틀도 기대해마지 않는다. 내 고향 울산에서 열리는 울산 국제영화제여. 꼭 성공해다오!


글.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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