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일출 명소

일출 맛집 울산에 다 모였네

by 여행작가 정해경
해 뜨는 도시 울산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도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올 한 해 참 열심히 달려왔다 싶어도 언제나 후회와 미련이 남는 것 같다. 아쉽고 헛헛한 마음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수는 없는 법. 사람들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의 일출을 보기 위해 영하의 추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에 일출만 한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2년 연속 전국 각지의 일출 명소의 해맞이 축제는 모두 취소됐다. 울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울주군 간절곶 해맞이 축제, 동구 대왕암 해맞이 축제, 중구 함월루 해맞이 행사, 북구 당사항 해맞이 행사, 남구 고래문화마을 해맞이 행사 등 모두 취소됐다..


'잠깐, 보자 보자, 울주군, 동구, 중구, 북구, 남구... 울산은 각 구마다 일출행사를 하는 거야? 왜?'라고 물을 테지만 울산은 동해와 접하고 있어 다양한 장소에서 해맞이 축제가가 진행된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는 간절곶이다. 간절곶 외에도 정말 멋진 일출 장소들을 가지고 있는 일출 맛집 '울산'이다.

2년 연속 해맞이 축제가 취소된 간절곶


ㅣ 간절곶


동해를 접하고 있는 곳 중 일출 명소로 알려진 곳은 간절곶 외에도 정동진, 호미곶 등이 있다. 새해 첫날이면 어김없이 뉴스에서는 이 세 곳의 일출 시간을 언급할 정도다. 이 중 정동진과 호미곶이 이미 유명세를 탄 것에 비해 간절곶은 훨씬 덜 알려진 곳이었다. 그러던 간절곶이 일약 일출 명소로 떠오른 것은 새천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반도 지도를 놓고 보면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포항 호미곶이 툭 튀어나와 있어 가장 동쪽에 위치한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단순히 지형적으로 동쪽에 가깝다고 해서 해가 먼저 뜨지는 않는다. 그것을 증명한 것이 바로 간절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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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일출 (이미지 출처 : 울산시)

21세기를 여는 새천년에 새천년을 맞이한다는 이유로 전세계는 떠들썩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0년 1월 1일 어느 곳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가'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당시 국립천문대와 새천년준비위원회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울산 간절곶이 2000년 1월 1일 오전 7시 31분 26초에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른 곳으로 발표함에 따라 주목을 받았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던 시절 옛 문헌에도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艮絶旭肇早半島)'라고 기록돼 있을 만큼 간절곶은 예로부터 해맞이로 유명했던 곳이다. 해마다 지구 자천 축이 조금씩 달라지는 관계로 항상 간절곶에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것은 아니고 어느 해는 정동진이, 또 다른 해에는 호미곶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 뜨는 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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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2021년 2022년 간절곶 해맞이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간절곶은 울산시내에서 약 30km 떨어져 있는데 울산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니 꽤 먼 거리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나들이 삼아 간절곶을 가기는 해도 거리상의 이유로 울산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니다. 굳이 간절곶이 아니어도 30~30분 정도면 충분히 바다에 갈 수 있기에. 하지만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인 만큼 상징성은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간절곶 해맞이 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수십 만명이 한꺼번에 찾을 정도로 울산에서 열리는 축제 중 가장 규모가 큰 축제다. 이용객의 편리를 위해 시내에서 무료 셔틀이 운영을 하며 12월 31 전야제부터 일출 때까지 매시간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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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저녁부터 1월 1일 일출까지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간절곶이다.
내년에는 다 같이 모여 새해 일출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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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 등대에서 바라본 간절곶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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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우체통도 있고 등대전망대도 있다.


ㅣ대왕암


울산시 동구에 위치한 대왕암은 삼국 통일을 이룩한 신라 문무왕비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문무왕이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호국의 용이 되어 바다인 문무대왕릉에 잠겼다. 문무대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문무대왕비 역시 그 넋이 호국룡이 되어 울산의 한 대암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곳이 바로 대왕암이다.

문무대왕비가 잠들어 있는 대왕암. 이 바위 아래는 해초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은 1984년에 대왕암 공원으로 지정이 됐는데 울산시민들에게는 '울기공원'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울산 학생들의 소풍 장소이자 변변한 나들이 장소가 없던 시절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었고 지금도 시민들이 휴식처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왕암 공원은 총 28만 평의 엄청난 넓이로 수백만 그루의 해송과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고 최근에는 국내 최장 출렁다리가 생겨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왕암 일출

문무대왕비의 신비로운 전설이 담긴 대왕암에서도 해맞이 행사가 매년 열리고 있다. 지리적으로 간절곶보다 훨씬 가까워서 대왕암에서 열리는 해맞이 행사를 훨씬 더 많이 갔는데 2020년 일출도 이곳에서 맞이했다. 해가 뜨기 약 1시간 전부터 다양한 공연이 열리기 때문에 볼거리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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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 일출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2013년의 울산학춤이다. 학춤 하면 '동래학춤'이 유명한데 울산도 학춤이 있다. 울산은 '학(鶴)', 두루미로 불리는 철새가 옛날부터 많이 찾아오는 곳으로 지명에도 '학(鶴)'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 울산학춤은 신라 시대 울산과 관련한 전설에서 유래한 춤으로 학의 여러 가지 모양을 춤으로 형상화했는데 민족의 정서와 혼이 내재된 가장 한국적인 전래 춤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울산 학춤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학의 고고한 몸짓이 호국의 얼이 서린 대왕암과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했었다.

2020년 1월은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이라 귀밝이 술을 마시고 떡국을 나누어 먹던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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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왕암 일출 행사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가까이에서 떠오르는 둥근 해를 마주 하지 않아도 그곳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해맞이다.

일찍 가지 않으면 사람이 많아 대왕암에는 서보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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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드폰 속에 새해 첫 일출 저장!
새해 소망을 묻는 인터뷰는 언제나 옳다.


ㅣ 정자항


울산 북구에는 크고 작은 8개의 포구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 바로 정자항으로 곽재구의 '포구 기행'에도 소개된 항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자항에서도 일출행사가 열렸는데 지금은 해맞이 행사는 하지 않는다. 대신 북구의 경우 무룡산에서 열리기도 했는데 2022년 울산 북구의 해맞이 행사는 당사항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 공식적인 해맞이 행사는 없지만 조용하게 나만의 해맞이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시끌벅적함이 없어 차분하고 고요하게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한 해의 각오를 다지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개인적으로 꼭 첫날의 일출이 아니어도 뭔가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일출을 보기 위해 무작정 달려오는 곳이다.

좌우 고래 한 쌍이 어부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정자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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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가리어도 일출은 멋있다.

여명조차도 분위기 가득한 정자항. 해뜨기를 기다리며 서성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는 정자항이다.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정자항.

정자항 등대의 모양은 울산을 대표하는 귀신고래를 형상화 해다.


ㅣ 명선도


겨울이 되면 사진을 좀 찍는다 하는 사람들은 붉은 오메가 일출을 담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데 안다는 사람은 안은 그곳이 바로 명선도다. 특이 이 맘 때면 기온차로 인해 바다에 물안개가 자주 끼는데 물안개가 끼는 날 명선도 옆 강양항에는 조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멸치잡이 배를 담기 위해 수많은 사진가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강양항 멸치 배와 명선도 오메가 일출을 다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곳이다. 운이 없게도 나는 명선도 오메가 일출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명선도는 새해 해맞이라기보다는 이맘때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라 사진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이지만 일출이 어디 사진가의 전유물이기만 할까. 꼭 멋진 일출 사진을 담지 않더라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곳이 바로 명선도다.

달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명선도
달이 뜨는 명선도도 좋다지-

ㅣ 병영성


매일 떠오르는 태양인데 새로운 시작을 하는 첫날 일출을 보지 않으면 참 섭섭하다. 서울에 있을 때는 집이 상암이라 하늘공원으로 해맞이를 갔었다. 울산에서는 간절곶, 대왕암, 정자항 이 세 곳 중 한 곳은 어김없이 찾아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2021년 일출도 2022년 일출도 모두 코로나로 취소됐다. 그렇다고 일출없이 한 해를 시작하는 건 꽤 섭섭한 일이라 집 근처 병영성을 찾았다. 조선 시대 태종 때 지어진 육군성인 병영성은 지대가 높아 울산만도 보이고 울산 시내도 보인다. 무엇보다 무룡산이 바로 지척이라 무룡산에서 떠오르는 해를 마주할 수 있다.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는 곳인데 해맞이가 취소되니 이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자기만의 해맞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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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룡산 위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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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저마다의 바램을 첫 일출에 실어 보낸다.

겨울 추위도, 수만의 인파도 막을 수 없는 한 해의 첫날에 마주하는 일출의 경건함. 그건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가 지난해보다 조금 더 낫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기대를 걸어보는 새로운 한 해에 대한 희망의 주문이 담긴 일출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사진으로 남긴 곳에도 동해와 접하고 있는 울산은 바다로 나가기만 하면 어디랄 것 없이 일출이 가능하다. 아쉽게도 2022년 일출 해맞이 행사는 모두 취소됐지만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새해가 시작되는 날 울산을 찾아 멋진 일출을 맞이하시길..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

시간은 절대 멈추는 일없이 쉼 없이 달려가지만 일 년에 딱 한 번 마음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는 오늘이다. 오늘과 같은 내일의 수많은 오늘을 위해 열심히 살아내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하루다. 2022년에는 코로나로 2년간 미루고 있는 지중해 몰타에서 뜨거운 태양과 마주하기를 기대하며...제발 코로나야 물러가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덧. 위에 소개된 여행지들은 일출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라 개별 포스팅으로 모두 소개할 예정입니다.^^


글.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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