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9봉 완등기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영남알프스 9봉
코로나 시국에 오히려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등산. 등산 애호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운동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울산도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도심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데 바로 영남알프스다. 그리고 이 영남알프스가 그야말로 제대로 대박을 쳤다. 정상 비석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려면 족히 30분은 기다려야 할 정도니 '이게 무슨 일이고? 난리 났네 난리 났어.'라며 어리둥절. 영남알프스 9봉 완등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산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는데 도대체 영남알프스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영남 알.프.스? 스위스 알프스가 영남에도 있다는 말인데.. 누군가는 '영남 알프스'가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일 테지만 산을 좀 탄다는 사람들에게 영남알프스는 매우 유명한 산이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여러 개의 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워낙 산새가 아름다워 등산 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영남알프스는 이중 9개의 산이 해발 1,000m가 넘는다. 가장 형님 격인 가지산(1,241m)을 시작으로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08m), 고헌산(1,034m), 운문산(1,188m), 문복산(1,015m)이 울산, 청도, 밀양, 경주, 양산 5개 지역에 걸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울주군은 지난해 처음으로 영남알프스 9봉 완등 기념으로 '은화'를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가히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배우 이시영도 자신의 버킷리스트였던 영남알프스 9봉 완등을 인증하면서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사실, 은화 지급 전에도 9봉을 완등 하면 인증서와 약소한 기념품을 증정하기는 했지만 '은화'를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결정은 엄청난 사람들을 영남알프스로 불러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은화가 예사롭지 않은 물품이었던 것. 2021년은 가지산, 2022년은 운문산.. 등 해마다 테마로 정해진 산의 기념 메달이 제공될 계획으로 9년간에 걸쳐 영남알프스 9봉 인증이 진행될 예정이다.
역 6만 5천 원에 달하는 은화는 무게 31.1g, 지름 38㎜ 크기의 순은으로 영국령 국가인 지브롤터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았기에 화폐기능이 있는 아주 특별한 은화였다. 특별한 은화를 받기 위해 사람들은 9봉 완등 인증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9개의 산들은 너나없이 사람들의 인파로 북적거렸다. 애초 3만 개 한정수량 제작 이어 었건만 일치감치 5월에 모두 마감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다. 은화 지급은 모두 마감됐거만 인증을 위한 발걸음을 멈출 줄 모르고 급기야 민원이 속출하니 예산을 추가 편성했고 2만 명에게 추가 지급을 결정했지만 은화는 아니고 은메달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울산에 살게 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바로 영남알프스 9봉 완등이었지만 마음만 앞설 뿐 9개의 산을 모두 오른다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했다. 가지산과 고헌산 정도만 오르고 엄두가 안 나서 미루고만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함께 해보겠다고 해서 10월 중순부터 영남알프스 등산이 시작됐다. 내가 영남알프스를 오르기를 마음먹었을 때는 너무 늦은 상황이라 추가 지급 2만 명 안에 들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은화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영남알프스 9봉에 완등에 목표를 두고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영남알프스를 올랐다. 그리고 고헌산을 마지막을 오른 날 추가 2 만명도 마감됐고 어쨌거나 은메달은 받을 예정이다. ^^
각 산의 간략한 내용만 미리보기로 작성했고 산행기는 개별로 모두 따로 작성할 예정이다.
영남 최대의 억새 군락지인 간월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간월산이 오른쪽으로 오르면 신불산이 있다. 임도를 따라 걸으면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걸을 수 있어 등산이 아니라 산책 가는 느낌으로 산을 오를 수 있다.
산을 좀 잘 타는 사람이라면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이 능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하루에 다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워밍업 삼아 간월산을 먼저 갔기에 통도사 뒤쪽의 영축산으로 올라 신불산까지 걸었다. 요즘 SNS에서 핫한 영축산 산장에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신불산까지 걸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힘든 산행이었다. 그 멋진 억새밭길을 걷는데도 가도 가도 길이 끝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케이블카가 없었더라면 천왕산과 재약산을 한 번에 오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케이블카가 놓인 덕분에 9개의 산 중 가장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다만, 꼭 등산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을에는 단풍 구경을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 새벽 일찍부터 움직여야 했다. 등산 초보자도 거뜬히 두 개의 산을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멋진 산이었다.
영남알프스의 형님 격인 가지산은 그리 호락호락한 산은 아니다. 하지만 경사와 평지와 적절히 있기 때문에 걸을 맛이 나는 산이라고나 할까. 적당히 숨이 찰 즈음이면 쉬어가는 코스가 나타나고 정상에 오를 때까지 반복한다. 저길 언제 가지 싶은데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면 정상에 도착해 있는 산이 바로 가지산이다. 그에 비해 운문산은 아- 9개의 산 중 가장 힘든 산이 아니었나 싶다. 가지산이 일단 높기도 했지만 가지산에서 운문산으로 걷는 코스가 능선이 계속 이어지는데도 만만한 편은 아니었다. 일단 한 번 내려온 산을 다시 오를려니 운문산을 앞에 두고 욕이 절로 나오더라는... 산을 가장 오래 탄 날.
9개의 산 중 사람들이 가장 만만하게 보는 산이지만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인데 만만할 수가 있을까. 다만 다른 산에 비해 산을 타는 시간이 확실히 짧긴 하지만 그 가파르기만은 결코 뒤지지 않는 산이었다.
작년 영남알프스가 워낙 인기를 얻으면서 생각지도 않은 문제들이 생겼는데 그중 하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예산 낭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수령해 울주군에서는 인증방식을 비롯해 은화 지급 방식이 일부 변경된다.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모바일 앱 :카카오스토리 친구 추가 후 산에서 찍은 사진을 전송하는 것으로 인증하던 것이 앱을 설치 후 해당 앱 안에서 위치정보(GPS)를 활성화 후 사진을 찍고 등록해야만 인증이 된다. 이젠 일일이 사진을 제대로 보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고 인증한 날짜를 기록하거나 기억할 필요도 없다.
1일 최대 3개 봉우리까지만 인정 : 2022년의 인증은 1월 1일부터 11월 30일 사이에 9봉을 모두 등반해야 한다. 무엇보다 1일 최대 3개의 봉우리까지만 인증된다. 특히 만 14세 이상만 인증이 가능하도록 운영된다고.
울주군에서는 2022년에도 3만 개 한정으로 은화를 제작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은메달이 뭐라고 이걸 받고 나니 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야 우리 2022년에도 인증하자'며 마음이 벌써 앞선다. 허나, 3월에 지중해로 출국이 예정되어 있어 아무래도 올해는 인증을 하기는 좀 힘들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 가장 잘한 일이 바로 '영남알프스 9봉 완등'이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었지만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산을 가지고 있는 울산이구나'싶어 새삼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