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기차 타고 유럽까지 가는 날을 꿈 꾸며.

#4 비수도권 최초로 울산 광역전철 개통

by 여행작가 정해경
울산에서 기차 타고 유럽까지 가는 날을 꿈 꾸며



광역시 중 유일하게 전철이 없는 도시 울산에도 2021년 12월 28일 전철 운행을 시작했다. 엄격히 말하면 울산 도심을 연결하는 전철은 아니고 울산 태화강역과 부산 부전역을 잇는 광역 전철이다. 1974년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광역전철 이후로 약 50년 만에 비수도권에 광역전철이 생긴 역사적인 순간이 울산에서 탄생한 것이다. 울산과 부산이 광역전철로 이어지면서 부산과 울산은 이제 같은 생활권 안으로 진입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향후 부산 부전-마산이 연결되고 부산-양산-울산이 연결되면 동남권 도시 모두 같은 생활권으로 '동남권 메가시티'가 탄생하게 된다. 오늘 운행을 시작한 광역전철은 동남권 메가시티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언제가 울산에서 기차 타고 유럽 가는 날을 꿈 꾸게 하는 출발이 될 역사적인 순간이다.

동해선 태화강역

ㅣ 동해선 태화강역


울산에는 크게 2개의 기차역과 울산공항이 있다. 기차의 경우 경부선 고속철인 KTX가 운행하는 KTX 울산역과 동해선인 무궁화호가 운행하는 태화강역이다. 태화강역이 울산 도심에 위치하는 것과 달리 KTX 울산역은 도심 외곽에 위치하는데 역 이름을 보면 KTX 울산역(통도사)으로 표시되는데 양산과도 가까워 괄호로 통도사를 함께 표시하고 있다. 2010년 경부선에 고속철도인 KTX가 운행을 하면서 KTX 울산역이 생겼고 원래 울산역은 태화강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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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반기는 울산 KTX역

울산의 기차 역사는 1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21년 지금의 울산 원도심인 성남동에 울산역이 생겼고 최초의 울산역은 구. 소방서 사거리 인근에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생긴 철도의 정식 명칭은 조선 중앙 철도 '경동선'이었다. 처음 생길 당시에는 대구를 기점으로 경주역, 불국사역, 호계역, 병영역, 울산역까지 운행을 했다. 2021년 12월 27일로 동해남부선이 복선화 되면서 선로가 도심 외곽으로 이설되는데 이설과 동시에 기차 운행을 멈추게 되니 호계역, 불국사역이 모두 폐역이 됐지만 그 역사는 모두 100년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울산역은 부산 부전역을 기점으로 한 동해남부선이 경동선과 연결되면서 성남동에서 1935년에 학성동으로 이전했고 도심이 팽창하면서 1992년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울산역이 있던 성남동 원도심에는 안내판이 세워져 그 자리를 추억하고 있으며 성남사거리의 시계탑 위에 기차가 정각에 한 번씩 기적소리를 내며 돌고 있을 뿐. 가장 처음 울산역이 들어선 성남동은 세월이 흐르면서 기차가 다녔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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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울산역이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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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동 시계탑 사거리와 기차가 다녔던 젊음의 거리


태화강역은 KTX가 운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새마을호, 무궁화호, 통일호가 모두 운행하던 곳으로 울산의 관문역할이었다. 울산에서 부산으로, 대구로, 서울로 대도시로 나가는 울산시민의 발이 되어준 태화강역이다. 서울 청량리까지 혹은 정동진까지 대략 8시간 정도 느리게 움직이던 완행열차의 낭만과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울산시민도 꽤 있을 것이다. 그랬던 태화강 역이 울산의 관문 역할을 내어준 건 다름 아닌 고속전철인 KTX다. 전차선이 없는 태화강역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졌고 디젤기관차로 운영하는 무궁화 열차가 매일 청량리까지 두 대, 정동진까지 한 대가 운행하며 나머지는 동대구와 부산을 운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시대에 뒤처진 채 겨우 기차역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던 태화강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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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복선화가 완료되면서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게된 태화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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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문역과 덕하역이 새겨진 표지판도 이젠 추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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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선 없이 깨끗한 태화강역의 모습

그랬던 태화강역이 동해선 복선화가 완료되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동해선이 복선화 되면서 부산 부전역에서 울산 태화강역까지 연결되며 바야흐로 울산도 광역전철시대가 열린 것. 몇 년 동안 계속 공사가 진행됐는데 기존에 있던 태화강역을 허물고 대신 큰 규모의 태화강역이 새로 들어섰다. 코레일 고속철도 역사와 같은 콘셉트의 건물로 1층에는 버스 정류장, 2층은 대합실이고 3층을 통해 전철 혹은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기차를 타는 곳까지 대합실을 거쳐 가야 하므로 (동대구역이나 부산역과 거의 흡사) 꽤 많은 거리를 걸어야 하니 태화강역을 이용할 시민들은 시간을 좀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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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고속철도와 같은 콘셉트의 태화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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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이용객들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주차공간도 굉장히 넓고 버스정류장과 노선도 새롭게 개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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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운행하던 호계역은 폐역이 됐고 대신 새롭게 이설된 노선의 개운포역과 북울산역으로 이어진다.
개통 전날까지 막바지 점검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울산 태화강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는 광역전철로 약 76분이 소요되며 요금은 종점까지가 2,500원. 동해선을 이용한다면 벡스코역, 교대역에서 부산지하철로도 환승이 가능하니 부산까지 자가용이나 버스를 이용했던 시민들이라면 더없이 편리한 광역전철이다. 이젠 부산지하철 노선도에 울산이 광역전철로 함께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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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교통카드로 이용가능한 동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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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 기차와 광역전철 개찰구가 있다.

ㅣ 동해남부선


언뜻 생각하면 그저 광역전철이 생긴 것에 불과한데 왜 이리 호들갑인가 싶지만 여기에는 큰 의미가 있다. 동해남부선이 복선전철화되면서 부전에서 청량리까지 KTX 노선이 새로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KTX-이음이 달리고 있는데 2022년이면 동해선인 태화강역에서 중앙선인 안동역까지 이어질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경부선을 달리는 KTX 외에도 동해선과 중앙선을 달리는 또 하나의 KTX가 명실공히 완전체로 탄생하게 된다. 즉, 경부선 고속철도와 함께 중앙선과 동해선이 연결된고속철도 이렇게 2개의 고속철 노선이 생기는 셈. 해운대에서 청량리까지 소요시간은 대략 2시간 50분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동안 교통이 낙후됐던 경북 내륙지역도 KTX로 연결되니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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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말이면 신해운대역에서 청량리까지 또 하나의 KTX 노선이 완공된다.


울산에 광역전철이 생긴다고 해서 당장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울산보다 대도시인 부산으로 소비를 위해 젊은 층이 빠져나간다는 우려가 있기도 했지만 광역전철이 아니어도 이미 부산까지 왕래가 어려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지나 봐야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한 가지 장밋빛 미래를 생각하자면 울산 관광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정학적으로 동해로 치우진 울산은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곳이라 다양한 관광자원을 가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에 비해 여행지로서 인기는 다소 부족한 곳이었다. 하지만 부산과 울산이 전철로 연결되니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담 없이 울산을 방문하기 수월해진 것이다. 당장 부산 울산을 잇는 광역전철 개통 소식을 알리니 부산 가는 김에 울산도 방문하고 싶다는 의견들이 SNS를 통해 올라오고 있다. 울산 도심에 위치하고 있는 태화강역의 이점을 살려 울산 명소마다 촘촘하게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을 높인다면 울산도 충분히 관광도시로 위상을 갖추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울산과 부산을 연결하는 광역전철보다 울산 도심을 연결하는 트램에 더 기대가 크다. 국내 최초로 수소를 이용하는 트램으로 2027년을 운행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2023년 9월에 태화강역~울산항역 4.6㎞구간에서 먼저 운행할 계획에 있다. 트램 노선 계획에 따르면 4개의 노선 중 하나의 노선이 태화강역에서 신복로터리까지 운행된다. 따라서 태화강역은 2022년에 동해선 KTX가 운행을 시작하고 향후 트램과도 연계가 된다면 울산 도심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울산을 찾아와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도시임을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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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역 앞 버스 정류장. 광역전철이 생기면서 울산 버스 체계도 수십 년만에 개편될 예정에 있다.


ㅣ동해안 철도시대


동해남부선이 이설을 완료했고 향후 동해중부선과 동해북부선이 모두 연결되면 그야말로 '동해안 철도시대'가 열리게 된다. 지난 20202년 4·27 판문점 선언 2주년을 계기로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이 53년 만에 복원을 결정했다. 참고로 동해선은 부산에서 포항까지 동해남부선 142.2km, 포항에서 삼척까지 동해중부선 166.3km, 삼척에서 고성까지 동해북부선 140.9km까지 약 450km 동해안을 연결하는 철도다. 동해선이 모두 완공되면 유일하게 기차가 다니지 않던 동해 지역에 기차가 다니게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해선 기차를 타고 금강산, 두만강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유럽까지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동해남부선과 동해중부선, 동해북부선 자료출처 : 연합뉴스

지난 2018년 故 문익환 목사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서울역에서 '평양행' 열차표'를 발권하는 행사가 열렸었다. 그때만 해도 서울-평양, 서울-런던, 강릉-베를린 등 한 번도 꿈도 꾸지 못했던 기차표는 낯설었고 일회성 이벤트였음에도 가슴은 마구 뛰었다. 그렇게 '언제가 통일이 되면...'이란 전체를 달았던 유라시아 열차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동해남부선과 동해중부선, 동해북부선 자료출처 : 연합뉴스 / 평양행 열차표를 다오~

고작해야 울산에 동해선 광역전철 하나 생긴 것뿐이라고 하기엔 그 의미가 너무 크고 창대하다. 그때가 되면 울산에서 기차를 타고 금강산에서 내려 1박 하고, 그래 까짓껏 두만강역에서 내려 두만강 구경도 좀 하고.. 그렇게 느긋하게 런던이 됐건 파리가 됐건 가보자. 아직은 뜬구름을 너무 심하게 잡는 것 같지만 그 꿈이 언젠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하며...



글.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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