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론

언제 뽑힐지 몰라

지리적 운명의 장난

by 정적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차피 뽑힐 운명, 죽을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삶은 어떠할까.


우리동네는 빌라 옆에 빌라, 그리고 그 다음에 빌라로 이어지는 곳이다. 처음 이 동네로 넘어왔을때 한 빌라에서 옥상과 화단을 연결해 덩굴식물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른다. 나오지 말아야 할 곳에서 자라난 이 녀석이. 나무를 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른다. 아직은 어리지만 분명 크게 될 아이다. 하지만 동시에 절대 클 수 없는 아이이기도 하다. 아이는 알고 있을까, 본인이 태어나지 말아야 할 곳에 태어났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을까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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