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빠진 이들의 하루
옆자리의 여자는 20분전부터 계속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이어폰을 챙기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하며
그녀에게 방금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냐고
묻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고양이가 자신의 꼬리를 잡기 위해
제자리를 맴맴 도는 것 같던 대화의 끝은
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해결책을 제시한 뒤였다.
나는 그런적이 없었던가.
내게 처한 상황을 애써 부정하며
남이 내 인생에 개입하여 결단해주길 바랬던적이.
나는 지금이 도대체 몇 번째 삶일까
어리석게도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