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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리 Dec 13. 2020

6 # '일'을 한다는 건 대단해

직장인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지

13살 때쯤일까?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써내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썼다. 나는 그때 슈퍼주니어의 팬이었으므로 아마도 연예인과 가까이할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다가 골라 적은 것일 테다. 옆 자리에 앉았던 내 짝꿍 주황이는 장래희망에 '직장인'이라고 적었다. '누구나 직장인이 되는데, 장래희망에 뭘 저런 걸 적는담?'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황이는 정말 똑똑했다. 스스로를 먹여 살려야 하는 성인의 세계를 그때부터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은 주황이와 친구가 아니라서, 물어볼 수 없다는 게 한탄스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하게 지낼걸. 지금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일'을 한다는 것, 그러니까 '직장인'이 되는 건 정말로 힘든 일이다.


일단, '직장'이라는 소속이 생기기까지의 과정이 힘들다. 적성에 맞는 직무를 선택하고,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도 쌓아야 하고, 이력서, 자기소개서... 말하기도 입 아픈 여러 과정을 지나고 나면 직장을 얻을 '수'도 있다. (얻지 못할 수도 있고)


기쁜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되면 수많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적성에 맞지 않거나, 회사와 맞지 않거나, 연봉 조건이 맞지 않거나, 회사 사람과 맞지 않거나, 거래처와 맞지 않거나. 난 첫 직장생활을 통해 세상에 이렇게 안 맞는 게 많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하지만 저 안 맞는 것들 중에서도 우선순위가 있다. 내가 견딜 수 있는 것과 견딜 수 없는 것, 그리고 좋은 것과 나쁜 것 등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해 견딜 수 없는 것을 마주하고, 싫어하는 것을 한다.


물론 매번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작은 성취감, (비록 스쳐가더라도) 나를 안심시키는 월급, 그리고 사람들의 인정들은 내가 일을 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줬다. 그렇지만, 결국 나는 그만두는 것을 선택했다. 이직 자리를 알아보면서 나의 기준은 딱 하나였다. '싫은 것보다 좋은 게 많은 곳으로 가자'. 2년의 시간을 투자한 결과다.


그런데, 13살의 주황이도 몰랐던 게 있다. '꿈'과 '직업'과 다르다는 것이다. 직업을 내려놓고 나니 '꿈'이 보였다. 만약 지금도 주황이가 내 친구라면 주황이의 꿈은 무엇인지 물어봤을 텐데... 아쉬웠다. 어쨌든, 나는 주황이의 장래희망이었던 직장인이 됐다. 주황이는 무어가 됐을까?


어쨌든 누군가의 꿈이자, 대학을 졸업한 나의 목표였던 직장인이 되는 것에 성공했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직장인은 무척이나 대단했다. 그 대단함을 몸소 느끼는 지금, 나의 다음은 어디에 있을까? 앞으로 나는 뭐가 될 수 있을까? 또, 뭐가 되고 싶을까?


어른은 없다. 나이 든 어린아이만 있다. 어른이 되면 알게 될 줄 알았던 꿈은 여전히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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