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인재임에 분명하다며?
평화로운 백수에게도 고난은 온다. 지난 주 면접을 진행했던 기업에서 탈락 메일이 도착했다. 음..한참을 뒤집고 생각해 봐도 내심 울적한 멘트들이다.
해미리 님, 죄송합니다.
해미리 님은 우수한 인재임에 틀림없으나,
채용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 관계로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점 대단히 죄송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당사 1차 면접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무쪼록 해미리 님의 앞날에 더 좋은 기회가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제한된 채용 시장에서 매번 그 사이길을 뚫어내는 건 쉽지 않다. 탈락 메일이 울릴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메일을 열자마자 마스크를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대답하던 내 모습이 보였다. 조금은 큰 구두코에 발가락을 꿈지럭 거린 채 열심히 대답했던 것 같다.
오늘도 탈락했다. 한..10번째 탈락인 것 같다. (나는 내 멘탈을 위해 서류 탈락은 세지 않는다.) 좋게 말해서 더 좋은 기회에게 양보 받은 셈이다. (이 문장을 쓰면서 꿈보다 해몽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코로나 시대. 더욱 치열하고 숨막히는 마스크 생활 속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그냥, 그런 고민이 들었다.
대학 졸업 전 취업을 준비할 땐, 나를 뽐낼 것들을 많이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 3년 차, 몇 번이고 내 속을 울렁거리게 했던 탈락 메일은 나를 자꾸 생각하고 도망치게 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퇴사를 말하던 패기는 어디갔나 코 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딱 10번 째의 탈락 메일, 그리고 2번째 합격메일을 받으며 드디어 알게 됐다. 6개월의 지난했던 취준에서 깨달은 단 하나의 사실이다. 취업은 '나와 케미가 맞는 곳'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그 작은 깨달음을 통해 수 많은 탈락 메일에서 본 '우수한 인재임에 틀림없으나, 채용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 관계로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뜻을 해석할 수 있게 되다니!
다행스럽게 여러 기업에서 양보를 받은 덕에 원하는 곳에 취업했다. "앞날에 더 좋은 기회가 있으시길 기원합니다."라는 문장이 처음으로 기껍게 느껴졌다. 역시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
만약 내가 또 한번의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와 맞는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 채용 과정을 통해 이것들을 어떻게 증명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겠지. 뭐든 지금보다는 더 단단하고 친절한 마음을 지닌 상태이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