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그리고 이직, 그리고 다시 퇴사
퇴사를 한지 2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채용 공고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회사에 지원했고, 1차 면접, 과제 전형, 2차 면접을 지나 최종 입사를 결정하게 됐다.
AE로 살아왔던 나에게게 조금은 새로운 도전이었던 '에디터'. 음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스타트업 에디터'로서의 큰 기대와 고민을 압축한 결과였다.
스타트업에 취업을 결정하면서 스타트업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혼란스러움'에 대해서는 충분히 각오를 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혼란스럽더라. 혼란스러움의 이유는 매우 다양했다. 사실 매일 매일이 혼란스러워서 이 혼란스러움을 정리하는데에도 이틀을 머리 싸매고 생각했어야 했다.
일단 첫번째, "나는 어디에 있나요?"
회사를 다녔던 5주동안 회사에게 가장 자주 물어봤던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지. 매일 '되는' 콘텐츠 아이템을 찾아오라고 하면서 도대체 그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 수가 없었다. 음 조금 더 설명을 해보자면 "신대륙을 찾으러 갑시다!"라는 비전은 있는데, 배를 타고 갈지 비행기를 타고 갈지 그래서 배는 어떻게 만들건지가 없었다고 할까..? "배를 타고 갈테니 어떤 배를 만들면 좋을지 생각해봅시다! "라는 대답을 바랬던 나에게 "일단 좋은 걸 가져와봅시다. 그 중에서 골라봅시다. " 하는 마인드셋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팀의 OKR이 없는데 개인의 OKR을 정립하자는 말. 일단 하고 싶은 걸 이야기 해보라는 말이 나에게는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두번째, "솔직한 피드백을 주세요."
입사 전 면접을 볼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우리는 솔직한 피드백을 통해 성장한다." 그런데, 피드백이 피드백에서 끝난다면요? 매 주 발표를 통해 개선되었으면 좋겠는 방향을 발표했고, 나보다 서비스에 대해 오래 고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은 건 '미팅 노트'. 아젠다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라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그들은 내가 잘 몰라서 그렇다고 했다.
세번째, "투명해도 너무 투명한 게 아닌가요?"
출근한 지 3주쯤 지났을 무렵이다. 회사의 대표님과 공동 창업자분의 다툼을 목격했다. 정말이지 너무 사소한 이유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입을 틀어막았다. 작은 사무실, 모두 오픈된 공간에서 큰 소리로 다투는 그들의 모습이 내게 좋게 보이지 않았음은 자명한 일이다. 팀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왜 이렇게 일을 못해요!"라는 말을 주고 받는 대표와 공동 창업자라니. 무례함이 뚝뚝 떨어지는 말들에 손과 동공이 멈춰버렸다. 다툼은 20분 가량 진행됐고, 결국 그들은 나가서 이야기를 마쳤다. 하지만 내 입 속은 짜게 식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니 회사도 나도 원하는 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지 않았다. 주말도 없이 일한 결과가 이정도라니. 스스로에게 답답했고, 소득은 없이 일이 끊이지 않는 회사에 답답했다. 결과적으로 1달의 시간을 가진 후, 나는 퇴사를 말했다. 나의 2번째 퇴사였다. 마지막 근무일, 사무실에 나오지 않은 팀원에게 전화를 했다. 첫 마디는 "직접 전화줄 줄 몰랐어요." 매일 퇴근 후 발표 자료를 만들고 주말에도 시간에 맞춰 일을 처리하면서 회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한 시간이 그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인턴의 퇴사였구나. 문득 억울해졌다. 약간 짝사랑하던 상대에게 차인 것 같은 기분..?
무사히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너무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했을까? 하나도 분명하지 않는 퇴사길. 가는 걸음 걸음마다 그림자가 늘어져서 꽤 무거웠다. 꽤 버거웠다.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삶을 사는 건 치열하기 그지 없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로 행복을 얻는 사람,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그럼 어떤 사람일까. 조금 더 잘하는 일, 조금 더 잘 맞는 옷, 조금 더 내가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는 건 내가 전자이기 때문일까? 정말로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