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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리 Dec 17. 2020

코로나 시대의 재택근무

일단, 집을 나가지 않은지 5일째.

지난 1월 코로나 시대가 창궐한 이후, 거리두기 2.5단계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고삼 시절 쓰던 독서대가 노트북 받침대가 됐고 새로운 무선 키보드도 장만했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블루라고 하던가? 같은 집에 사는 엄마를 제외하고 사람을 만나지 않은지도 5일이 됐다. 엄마는 그래도 내가 있어 함께 밥을 먹으니 좋다고 말했다. 엄마는 장을 보러 가지 않은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요새는 쿠팡이 빨리 온다며 내일 먹고 싶은 게 있다면 11시 전에 말해야 한단다. 엄마는 트로트 프로그램을 보며 프레쉬 백을 내놓으라고 성화를 부린다. 아마 오늘 두부를 산 것 같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공간의 분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재택근무 첫 주에는 자꾸 침대가 아른거려서 점심도 못 먹고 자기 일수였다. 책상으로 침대와 나를 구분하는 선을 만들어 둔 후 나는 매일 아침 아홉 시가 되면 방 한구석에 놓인 책상으로 출근을 한다. 세수를 하고 줌으로 사람들과 체크인을 했다. 마스크를 쓴 채로만 만나던 사람들이라, 맨 얼굴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인터넷을 종종 끊겼지만 오늘도 힘내라는 인사를 전한 채였다.


재택근무가 좋은 점은 출퇴근 시간이 비약적으로 준다는 점이다. 나는 경기도와 서울을 통근하는 프로 통근러로, 약 3시간을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그 시간에 나는 이렇게 글도 쓰고, 커피도 한잔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모두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과연 집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 크다는 것을 배웠으며, 더 이상은 집에서 어떤 창의적인 일을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교차됐다. 나는 자연스럽게 소설책 한 권을 결제했다.


삼일째가 되고 나니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근처 산책로를 걸었다. 오후 8시, 운동과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걸었던 그 거리에는 더 이상 불빛이 비추지 않았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롱패딩과 마스크를 낀 채다. 우측통행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건 좋네- 하며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은 채 공원을 걸었다.


코로나 시대에도 시간을 쏜살같이 흐른다.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고, 우리는 아직도 여기 있다. 회사에서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일을 집에 둔 채로 꾸역꾸역 해 내며, 좀 괜찮아지면 꼭 만나자는 약속을 한 사람들과 서로의 건강을 빌어주며, 어찌 됐든 그렇게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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