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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리 Dec 20. 2020

하마터면 설렐 뻔 했다.

개복치같은 인생이라 행복해

난 요즘 100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별건 아니고 밴드에 100일동안 글을 쓰고 인증을 하는 형태인데, 강제로 뭐라도 매여있으면 멈춰있는 손가락과 머리에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 시작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고 어디든 올린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 풀고 싶은 것, 그 날 느낀 것까지 아무렇게나 일단 내 얘기를 한다.


얼마 전 쓴 글이 처음으로 하루만에 300개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고작 30명 남짓이 들어오던 내 브런치에서는 유래 없는 일이었다. 난 내심 알고리즘의 선택이란 이런걸까? 하고 취해버리고 말았다. 결과는 별로. 나의 좋아요는 고작 5개다.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글이라는 뜻이다. 설렘은 24시간을 못 간다.


왜 나는 자꾸 글을 쓰려고 드는 걸까? 나에게 글을 쓰는 일만큼 하고 싶고, 하기 싫은 일은 없다. 빈 공책, 빈 화면. 내가 채워나가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이 차오를 때면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 속으로 숨고만 싶다. 그런데도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콘텐츠 마케터로 살면서 이런 마음은 더욱 더 이중적으로 변했다. 기왕 쓰는거 좀 잘 써야 할 것 같고, 멋지게 써야 할 것 같고, 꽤 반응도 있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매일 사람들의 반응을 체크하며 사는 삶은 대충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만들었다. 브런치의 '통계' 탭이 있는 줄도 몰랐던 때와 비교하면 아주 극단적인 변화다.


아마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게 분명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채 고장난 라디오처럼 구는 셈이다. 100일, 과연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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