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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리 May 22. 2020

마음이 이상할 때

그 감정의 이름은 뭘까

가끔, 특히 잠 안오는 새벽이 되면 마음이 이상할 때가 있다. 이미 지나친 감정들 분명한데도 새벽만 되면 또 기억 속으로 숨어든다. 우리는 이런 마음을 ‘새벽 감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의 새벽은 대체로 ‘마음이 이상할 때’로 정의 할 수 있다. 특히나 지나쳐 온 시간에 대한 감상이 떠오를 때면, 마음이라는게 참 이상해진다.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쉽게 오지 않는 이상함은 그 날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은 하루를 보내면 그 미련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내 마음이 이상해지는 때와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오늘 나는 그 시작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 감정의 이름이 무엇이며, 왜 잠못드는 새벽 찾아 오는 건지 발걸음을 쫓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미 안정된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그립다는 글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마무리하지 못한 관계에서 오는 추억 때문이겠지요.’ 그래 마음이 이상한 건 마무리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봉인된 그 기억에서 출발하는 건 아닐까.


직장인들이 가장 자주 소비하는 것 중 하나는 아마 ‘맥주’일 것 같다. 퇴근 후 깨끗하게 씻은 나에게 주는 하루의 보상은 가끔은 의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수고한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은 어설프게 끝난 하루를 잘 마무리 시켜주는 열쇠로 작용한다. 잘 잠구지 못한 날의 기억은 새벽에 슬그머니 찾아오게 되니, 마무리를 위한 임시방편이자 해결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유독 어설픈 기억이 많다. 성격상의 문제인건지 미숙했던 나에 대한 애처로움인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나에게 최대 난제는 이 감정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기억이 있어서 도통 어떤 이름을 정해줘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얼마간 글을 적어 내려가면서 나는 나름대로 찾아 낸 것 같다. 바로 ‘미련’이다.


그렇다면 미련을 뭘까. 결국 ‘그리움’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 아름답지만 아름답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나에 대한 그리움, 황홀하거나 처절한 기억을 녹여내지 못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곤 깨달았다. 감정을 잘 녹여서 배출해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마음에도 미니멀이 필요하다. 공간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너무 많아지면 공간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물건이 된다. 마음도 똑같다. 버려지지 못하고 마음에 쌓여있는 감정이라는 물건에도 분리수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그것을 깨달은 지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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