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에요.
퇴사하신다고요?
오랜 백수공백을 깨고 다시 회사를 다닌지도 몇 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앞자리 동료의 퇴사 소식을 들었다. 항상 열정에 넘치던 그가 퇴사라니! 처음에는 놀랐으며, 조금 있다가는 서운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밥 신청을 했다.
“다른 일이 하고 싶어서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난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사랑이 이뤄지는 것이 몇 백만분의 확률이라나 하는 이야기가 있지 않는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는 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일이 생겨야 하고,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사랑해야 하고, 타이밍을 잘 맞춰 사랑을 확인해야 하고,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첫방에 찰떡같은 일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퇴사를 말하는 그에게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몰라서, 해보지 않아서,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여러 이유로 인해 우리는 점점 더 행동하기 어려워지곤 한다.
퇴사의 용기와 다행인 이유를 안고 그는 그렇게 짐을 챙겼다.
문득, 나의 첫 퇴사가 떠올랐다. 덕지덕지 이유를 붙여 퇴사의 이유를 만들고 일 년 동안 삶아왔던 용기를 꺼낸 날. 아는 게 많아질수록 더 움츠려 드는 나에게 그는 용기 한 자락을 심었다.
겨우 찾은 나의 일을 조금 더 넓고 밝게 보고 싶다. 가끔은 아닌 것 같고 가끔은 부족한 스스로에게 실망하지만 그래도. 유연하게 용기를 꺼내고 좋은 타이밍에 고백하는 멋진 쟁취자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