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주춧돌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가장 정성이 담긴 편지는
10장, 100장처럼 많은 양을 쓰거나 화려한 글솜씨를 뽐내는 것이 아닌 글의 대상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쓴 편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영상과 다양한 매체들이 발달하더라도
난 여전히 글이 가진 힘을 믿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할 때면
주저 없이 손 편지를 고르곤 한다.
영화평론가로 유명한 이동진이 말하길
'영화, 영상은 술과 같은 존재이며 책, 활자는 물과 같은 존재이다' 정말 탁월한 비유인 것 같다.
술은 우리에게 쾌락과 동기를 안겨주곤 하지만
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난 오늘도 정성스러운 물 한잔을 담아본다.
편지를 시작할 때면 그 사람과 함께했던 순간이 담긴 사진이나 대화를 다시 꺼내어 보곤 한다.
그러면 잠시나마 그 순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그때의 감정과 기분을 기억할 수 있는데
미처 그때는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말이 떠오르거나
다시 돌이켜봐도 너무 행복했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기도 한다.
그렇게 한 줄, 두 줄 써내려 가다 보면 그 사람과
나의 짧은 일대기 같은 기록이 완성되고
이는 앞으로 관계의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 없이
더 많은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기억의 주춧돌 같은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