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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국, 나의 전부

by 마흐니

39주 3일 차에 그토록 만나고 싶던 아기를 만났다. '살려주세요.. 엉엉...' 울부짖던 내 목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가 계속 귀에 맴돌고,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멍하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서 잠을 잘 수 없던 출산 후 첫날밤이 문득 떠오른다.


고생스러운 출산 후 더 고생스러운 육아를 하다 보면 이상한 현상을 겪게 되는데

바로 남편의 얼굴이 너무 커 보이고 못생겨 보이는 것이다!

처음엔 아.. 남편도 육아하고 일도 하느라 힘들어서 수척해지는구나 했는데

모든 이들의 얼굴이 못나 보인다.


그것은 뽀얗고 솜털이 난 아기의 자그마한 얼굴만 늘 쳐다보면서 살다 보니

웬만한 얼굴은 다 닳아버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까르르 웃고 응애응애 울고 알 수 없는 옹알이를 내뱉는 목소리마저

때가 타지 않는 것이 느껴지는 아기와 24시간 밀착된 하루.

이 아기는 어느새 나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육아는 정말 총알 없는 전쟁터다. 지치고 힘들고 아파도 일어나서 아기를 먹이고 안아주고 달래야 한다.

나는 쉴 수도 잘 수도 없었다. 내 맘대로 죽을 수도 없다.

근데 자꾸 전쟁터에서 버티며 생존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나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가 나에게 안겨 잠들어있다.

내 품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는 듯이 폭 안겨있다. 천사 같은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이 아이에게 내가 전부이고, 나에게도 이 아이가 전부이구나.


딸의 아버지가 예비 사위에게 '내 천국을 너에게 준다'라고 말하는 드라마 대사가 떠오른다. 어쩜 대사를 그리도 잘 썼을까. 이 작디작은 몸이 내 품에 있을 때 따뜻함이 온몸에 퍼지고, 아이의 얼굴, 손과 발 모두 내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타자가 홈런을 칠 때 야구공이 수박으로 보인다던데 나에게는 우리 아이가 그렇다. 고작 60cm에 7kg 좀 넘는 아기인데 내 눈에는 보스 베이비이다. 내 시야의 전부인 존재. 사실은 천사가 나에게 안겨있는 게 아니라 내가 천국에 와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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