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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운영한 블로그를 그만둔 이유

20대의 기록 안녕

by 달집사

20대 초반부터 거진 8년 이상 운영하던 네이버 개인블로그를 닫았다. 그게 벌써 3~4년이 지난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나는 20대에서 30대가 됐고, 17년을 키우던 강아지는 무지개별로 떠났으며, 직업도 큰 변화가 있었고, 여러 환경이 바뀌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게 된 계기를 구구절절 쓰려다 보니,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해야 할 듯 싶어서.


내 블로그는 내가 대학생 때 열 몇 개의 대외활동을 열심히도 하던 때라, 그 기록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서 시작했다. 그러니까 블로그는 내가 보기 위해 편하게 정리해둔 자료집이자 온라인 포트폴리오인 셈이었다. 대외활동과 인턴 등의 기록을 차차 쌓아가다 보니, 내 블로그 글을 보러 들어오는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생겼고, 구독자수가 늘고, 점점 유명해지더니 언젠가부터는 네이버 메인에도 노출되는 등 하루 방문자수는 1백명도 신기하던 시기를 지나 곧 1천명, 3천명, 7천명까지 기록했다. 내 블로그를 구독하는 이웃수도 7천명 가까이 됐다.


엄청난 정보를 공유하는 블로그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20대 대학생의 시시콜콜한 일상이었다. 학교 공강시간마다 시간 때우기 위해 보던 영화와 책 리뷰를 올렸고, 좋아하는 그룹의 콘서트 후기도 올렸으며, 직장을 다니면서부터는 휴가 시즌마다 짧고 굵게 떠나는 해외여행기, 가끔은 이유없는 짤막짤막 넋두리도 있었다. 내가 블로거라는 사실을 주위의 친한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고, 내 "전체공개" 블로그는 가족은 물론, 친척, 친구, 직장 동료들도 누구나 들어와 보는 공간이었다.


블로그를 워낙 오래 하다보니 자연스레 온라인 마케팅과 컨텐츠에 관심이 컸고, 직업도 온라인 마케터로 시작해 이직을 해도 계속 그 업계에 있었다. 굳이 온라인 마케팅 공부나 사례연구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관련 업무라면 남들보다 파악이 빠르고 접근하기 쉬웠다. 어떻게 보면 거저 얻은 감사한 기회같은 기분.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너무 기승전블로그인 일상에 권태가 온 걸까. 직장에서까지 sns에 연계된 업무 자체가 권태롭게 느껴졌고 벗어나고 싶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겸사겸사 신선한 도전도 할 겸, 완전히 다른 성격의 업종으로 이직을 했다. 대학교 직원으로서 차분히 사무 업무를 보게 됐다. 핸드폰으로 일상사진도 잘 안 찍게 됐다. 블로그가 이젠 귀찮다는 생각이 들면서 글쓸 거리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시덥지 않은 것도 잘만 올리더니. 그리고는 곧 sns가 아무 의미 없다는 결론에까지 이르더니, 나도 남들이 발행하는 컨텐츠들만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러운 마음의 변화로 인해 이웃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고하고서, 나의 20대 크고 작은 기록이 고스란히 남은 블로그를 닫았다. 그럼에도 좀 아깝긴 해서 내가 제일 애정하던 여행기록 글들만 비공개로 돌리고, 나머지 글들은 모두 삭제했다. 그렇게 나는 8년간 운영하던 나의 온라인 포트폴리오 공간을 정리했다. 나아가 인스타그램까지, 개인 sns는 모두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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