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스튜디오를 오픈할 때, 실내 인테리어를 어떻게 꾸밀까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인테리어 디자이너님의 빅픽쳐를 백프로 신뢰하며 예산 아래 마음껏 꾸며주시오 맡겼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님은 여자의 마음으로 섬세하게 시공하신다는 모토를 갖고 계셨고, 엄마는 그 모토에 반해 우리 스튜디오의 인테리어를 부탁드렸다. 첫 미팅 때 디자이너님께서는 우리에게서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생각해냈고, 포근한 가정집 같으면서도 세련미를 놓치지 않겠다 하셨다. 당시 스페인에서 촬영했던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을 떠올리며, 창문과 공간을 같이 놓고 봤을 때 아늑함이 느껴졌음 좋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의 스튜디오는 디자이너님 말씀대로 한 달 여의 시간을 지나 너무나 예쁘게 변신했다. 그후 엄마와 나의 손길을 더해, 더욱 가꿔지고 채워지고 비워지길 반복. 지금은 오시는 분들마다 공간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면서 편안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이렇게 하루의 절반 이상을 꼬박 머무는 작업장을 잘 차려놨는데, 뭐가 부족할까. 나는 끊임없이 sns를 통해 남의 스튜디오를 구경한다. 남의 집을 구경하고, 남의 작업실을 찾아보고, 외국의 시골집까지 찾아 들어간다. 손가락 클릭 한 번에 남의 일상을 보는 일은 별것도 아닌 게 참 재미있는데,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현대인의 관음증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본능인 것일까.
그렇게 나는 매일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충족하기 위해 찾고 또 찾는다. 어떨 땐 시골의 빈티지스러움이 예뻐보이고, 어떨 땐 먼지 한 톨 없어보이는 모던한 깔끔함이 좋다. 또 어떨 땐 파리의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유럽스러움이 좋아보이는가 하면, 어떨 땐 한국의 옛 아날로그식 주택이 멋스러워 보인다. 줏대가 없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다. 보다가 예쁜 포인트들을 발견하면 핸드폰으로 화면을 캡쳐하고, 엄마에게 보여준다. 우리도 이런 거 할까? 하지만 결론은 언제나. 아니. 우리 스튜디오와 안 어울려.
우리만이 낼 수 있는 느낌과 색깔이 분명 있는데, 자꾸 남의 것을 스크랩하고 모아둔다. 그렇다고 실제로 구매로까지 이어져 지갑을 여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사실 스크랩하고 그걸 자주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난 (새로운) 취향을 찾고 또 찾는다. 혹시 누군가가 취향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글쎄. 예쁜 건 다 좋아합니다.
'아, 확실히 해둘 건 있어요. 뭐든 지저분하지 않아야 하고, 먼지가 쌓이지 않아야 합니다. 즉, 청소하기 수월해야 한다는 것이죠. 사방으로 빛이 환하게 들어와야 하고, 큰 창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가 사진찍기 좋거든요. 지루하지 않게 알록달록 채도감 있는 공간이길 바라요. 화초나 꽃은 늘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싱그러움을 두고 싶어요. 밖에서 들어왔을 때 '와!' 하는 느낌이 나면 좋겠습니다.'
쓰고 보니 그렇다. 지금 우리 스튜디오가 딱 저렇다. 결국 알게 모르게 우리 모녀의 취향이 총 집결된 곳. 정성스럽게 늘 쓸고 닦는 곳.
남의 떡은 늘 크다. 하지만 내 떡은 작아도 맛있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찾고 또 찾는다. 취향, 그 무형의 것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