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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집사 Feb 15. 2023

배달치킨이 맛없는 이유

닭강정 안 배우셨어요?

배달음식 먹을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어쩌다 가끔 생각이 날 땐 역시 피자, 치킨 아니면 중국집이다. 굳이 나누자면 나는 치킨 순살파인데 입이 짧아서 그마저도 5, 6조각 집어먹고 나면 이제 배부르다며 멀찍이 떨어져 앉곤 한다. 치킨을 배달시켜 먹을 땐 처음 한 두 입은 늘 맛있다. 강력한 시즈닝에 범벅된 바삭한 닭 껍질에 맛있어! 하는데, 곧 금방 물리는 이유. 바로 닭 살코기에 양념 밑간이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달로 시켜 먹어본 대부분의 치킨들이 그러했다. 껍질 벗겨먹고 나면 살코기는 대부분 허여멀건하니 식감이 뻑뻑하다. 가끔 스튜디오에서 엄마랑 둘이서 치킨을 시켜 먹을 땐 거의 닭고기를 해체시키다시피 해, 살코기에 염지가 되어있나 안 되어있나 두 눈으로 확인하기도 한다.


봐, 밑간 하나도 안돼있잖아. 이래서 많이 못 먹는다니까.




우리 수업에 오시는 전체 수강생들의 80%는 꾸준히 찾고 또 찾아주시는 단골들인데, 매달 오시는 분들은 물론, 2~3개월에 한 번, 혹은 1년이나 2년 만에 다시 찾아주시는 반가운 분들도 많다. 그러면서도 늘 모든 수업마다 신규 수강생분들도 한 두 분씩 계시기 마련인데, 한번 물꼬가 트이기라도 하면 엄마나 내가 대화에 끼어들 틈이 없다.


'어디서 오셨어요? 안 막히셨어요?'

'우리 선생님 고기요리 다 맛있어요'

'반찬도 진짜 유용해요, 저 LA 가서 진미채 만들었다가 대박 났잖아요'

'나중에 1:1로 갈비찜은 꼭 배우세요'

'대구에서 오셨어요? 뭐라도 더 가져가셔야 하는 거 아녜요? 여기 명함이라도 챙겨가세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홍보대사를 자처한 수강생분들끼리 서로 알아서 메뉴를 추천하고 추천받는 재미있는 현장. 그러면서 꼭 빠지지 않는 대화주제가 있다면,


'아, 닭강정 안 배우셨어요? 닭강정 대박인데'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우리 닭강정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닭강정은 밑간에 재운 닭고기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 동글동글 한 입 크기로 바삭하게 튀겨낸다. 매콤 달콤한 닭강정 소스는 따로 끓여 완성한다. 닭강정 소스를 닭고기에 묻혀 버무려 가져가면 아무래도 튀김이 금방 눅눅해질 수 있기에, 닭강정은 후라이드 상태의 고기 따로, 소스 따로 가져가시게 된다.


수강생님께서 수업 끝나고, 정자동까지 차를 타고 귀가하시는 길에 앉은자리에서 후라이드 닭강정을 계속 집어 드시면서 운전을 하셨다고 한다.


'선생님, 나 집에 도착하니까 닭강정 3개 남았잖아'


분명 엄마가 손이 커서, 우리가 모든 수업에 제공해 드리는 음식 양은 꽤 많은 편임에도... 결국 닭강정 소스만 한 통 가득, 댁에서 버무려 드시라고 따로 튀겨가신 후라이드 닭강정은 꼴랑 3개 남았다고 하신다. 그래서 다음 닭강정 수업이 또 언제 올라오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시다가, 결국 몇 개월 뒤에 똑같은 닭강정 수업을 한 번 더 수강하셨다. 사실 지금까지도, 닭강정 수업이라면 언제든 또 수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하시는 편.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이 에피소드는 우리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웃픈 닭강정 일화 중 하나이다. 최근 얼마 전에도 어느 한식가정식 수업 중에 닭강정이 주제에 올랐기에, 엄마가 이 일화를 재미나게 소개하고 있는데 구석에서 양념장을 계량하고 계시던 우리 수강생님께서,


'어머, 그거 저예요! 집에 도착하니까 진짜 3개밖에 없더라니까요? 닭강정은 진짜 꼭 배우셔야 돼요'


우리 닭강정은 튀김옷이 얇다 못해 살코기가 투명해 비칠 정도다. 충분히 염지한 살코기에 튀김옷이 이렇게도 묻혀지나 싶을 만큼. 그리고 기름에 바삭하게 두 번 튀겨낸다. 닭강정 수업을 들은 또 다른 우리 단골 수강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면,

 

'선생님, 저 사실 며칠 전에 속초 다녀왔거든요. 거기서 그 유명한 닭강정 줄 서서 사 먹고 왔는데, 진심 선생님 그 옆에서 닭강정 장사하셔야 될 것 같아요. 훨씬 더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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