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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집사 Jun 08. 2023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일

예쁜말 고운말의 힘

생각해 본다, 나는 어디 내가 내 돈 주고 물건이나 음식을 사면서 너무 좋다, 괜찮다, 맛있다는 감사문자를 다시 역으로 보내본 적이 있던가. 온라인으로 네이버 리뷰평을 작성하는 것 말고, 직접적으로 연락을 보내는 일 말이다. 일종의 수고스러움 아닌가. 미처 거기까지 생각이 잘 미치지도 않는다.


그냥 '맛있다', '좋다', '괜찮다' 정도로 그 자리에서 나누고 끝내는 게 보통이지, 그 느낌을 기억했다가 제공자에게 공을 되돌리며 감사를 표한다는 건 실로 엄청난 차이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우리는 수강생과 고객들에게 음식을 전한다. 요리수업을 통해 만나는 수강생들에겐 엄마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요리해 전하고, 개별 주문으로 연락 주신 고객들은 엄마가 직접 만든 음식들을 받아보신다.


그리고 나는 우리와 연을 맺은 모든 이들에게 각종 A/S안내를 드린다. 한 달에 문자만 약 500건 이상 보내고 있으며, 항상 핸드폰을 가까이하고 있다 보니 웬만해선 내 사전에 연락이 늦을 일은 없다. 내가 어디 숙면을 취하고 있거나 설거지하느라 손에 물을 묻히고 있지 않는 이상, 거의 모든 연락에 10분 내로 회신이 간다.


그렇기에 수강생이나 고객들로부터 다양한 연락을 받는 것 또한 내 몫이다. 수업을 듣고 귀가하신 수강생들, 음식을 받아가신 고객들로부터의 따뜻한 피드백도 여럿 받는다. 가끔 표정 변화도 적고, 조용히 말수 없던 분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연락이 오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사진 출처: 본인 제공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 아니던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돌아오면, 다음에 뭐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 쿠키라도 한 두 개 더 얹어주고, 반찬 한 통이라도 서비스로 더 챙겨드리고 싶어진다.


나 또한 매사 무슨 일을 하든, 소비자와 운영자 입장에서 동시에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레터링 도시락케이크 주문할 일이 있어서 베이커리 측에 문의 카톡을 남겼는데 자동응답으로 날아온 답장엔 지금 휴가 중이라는 거다. 휴가가 끝나면 순차적으로 답장을 주겠다는 자동응답 메시지. 그래서 그런가부다 했다.


그런데 몇 분 뒤 사장님께서 주문이 정상적으로 확인됐으니 픽업 예정일에 방문하시면 된다는 카톡이 도착했다. 그래서 내가 휴무이신데도 빠르게 확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장을 (굳이) 드렸다. '파워읽씹러'인 내가, 소위 '읽씹' 해도 되는 으례적인 내용에, (굳이)답장을 드리는 거다. 휴무라고 했을 땐 말 그대로 휴무가 끝나고 체크해도 되는 운영자의 입장에서, 이를 거스르고 고객의 연락을 읽고 카톡 답장보낸다는 건 궁금해하고 있을 고객의 입장을 나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레터링 도시락케이크 픽업 예정일에 조금 일찍 도착한 나에게 사장님은 이름을 묻더니, '아, ㅇㅇ님 그때 휴무 때 주문해 주셨죠~ 혹시 초랑 카드 필요하시면 같이 좀 몇 개 챙겨드릴게요.' 내 앞에서 포장을 꼼꼼히 해주셨다.


생각해 보면 참 별 게 아니다. 말 한 두 마디 더 오가는 것뿐인데, 단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거다. 나 또한 '다음에 또 주문할게요' 인사를 드리게 된다. 심지어 아직 케익은 먹기도 전인데.






몇 주 전엔 한 도시락 업체에 내가 문의한 적이 있는데,

'도시락 보통 한 상자가격대 얼마 정도 하나요?' 물어봤을 때 '어떤 도시락이요. 보신 이미지 보여주세요' 무뚝뚝한 대답이 오는 거랑 '저희가 도시락 구성마다 견적이 다양해서요. 어떤 이미지를 보셨을까요? 캡쳐화면을 보여주시겠어요?' 대답이 길게 오는 건 고객의 입장에서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나의 경우 전자로 대답을 듣긴 했지만, 내가 저기 운영자였다면 후자처럼 대답했을 텐데 아쉬움이 드는 거다. 거기다 내가 그날 기분이라도 좀 꽁했다면 '고객 응대가 귀찮으면 홈페이지에 가격대를 좀 알아서 잘 써놓던가!' 궁시렁대며 씹는 것까지 갈 수도 있지.


내가 하루에 한 번꼴로 연락받는 단골 내용 중 하나가, '약과 수업받고 싶어요'인데 그냥 '저희 이제 약과 수업 안 해요.' 하는 것보단 '저희가 지난 4월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해 온라인 마켓들에서 약과를 판매하고 있어서, 죄송하지만 약과는 이제 수업 품목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하는 거랑은 다르다는 얘기.


구구절절 설명충을 자처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납득할 만한 이해를 시켜드리는 건 중요한 차이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한 점이 있어 어디 전화문의를 할 때도 난 꼭 0번을 눌러 '상담원 연결'을 선택한다. 결국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고 속이 편하며, 통화하는 김에 다른 것까지 같이 물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 엔 마지막에 꼭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내 궁금증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하루종일 전화를 붙들고 앉아 수많은 민원을 응대했을 상담원 고충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면서. 그럼 보통 대개 상담원의 90% 이상은 '고객님 감사합니다, 고객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상냥한 목소리로 재차 감사의 인사를 몇 번이고 다시 전한다.


예전에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몇 시간 뒤, 상담원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온 도 있었다. '고객님, 아까는 제가 미처 말씀 못 드린 부분이 있었는데 좀 더 알아보니 고객님의 경우 이러저러한 케이스가 있어 이렇게 저렇게 해결하실 수도 있어요'라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래서.


자랑하는 거냐고. 내가 이 일을 하면서부터 나에게 생긴 변화인데, 나름 좋은 장점이라 생각한다. 나도 원래는 안 그랬다. 오늘도 엄마한테 "저 저 저 승질머리. 승질 좀 죽여라." 한 소리 들었는 걸.


업무전화 안 좋아해요... 문자나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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