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극초기증상 그게 뭐길래
나는 생리주기가 매우 정확한 편이다. 일명 칼주기. 생리예정일에 밀려봤자 1일, 심지어 평소에 생리통도 없다. 엄마도 그랬다고 한다. 그러다 8월의 생리예정일보다 2일이 지나도록 생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희한하다, 핑크달력 앱을 봤는데 되게 어중띠게 걸쳐진 어느 체크된 날짜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설마 이게, 이걸로 임신이 되려나? 가임기 안에 들어가 있으니 되면 될 수도 있겠네? 싶었다. 퇴근길에 난생처음 임신테스트기라는 것을 약국에서 사 봤다. '아침에 해보시면 좋아요' 약사가 임신테스트기를 건네주며 말했다. '왜요?' 묻자 '그래야 더 정확하게 나와요'. 흠...
퇴근하려는 무렵, 그날 오후부터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추웠다. 몸살기운이 도지고 있었다. 팔을 스치기만 해도 아팠다. 미열이 있었다. 입맛도 없어서 집에 와서 저녁도 챙겨 먹지 않고 내내 안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본다. '임신 극초기 증상'
약간의 미열이 있을 수 있다
약간의 몸살기운이 있을 수 있다
어지러움, 두통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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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난데, 나 지금 저렇잖아. 임신인가 봐. 나 임신이야?
그러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난생처음 보는 웬 길쭉한 분홍색 찌꺼기 같은 게 나왔다. 생리는 아니었다. 아까 인터넷에 봤을 때 착상혈이란 것도 있던데, 이게 그거야? 혼자 갸우뚱갸우뚱하면서 다시 침대에 누웠다. 미열이었던 열은 계속 오르고 있었다. 37도, 38도... 퇴근이 늦는 남편을 기다리며, 혹시 몰라 타이레놀도 안 먹고 식은땀 흘려대며 끙끙 쌩으로 앓고 있었다. 열 오르는 게 이렇게나 아플 줄이야. 평소엔 잘 아프지도, 잔병치레도 없어 감기에 걸리지도 않는 내가 별안간 이게 무슨 일이냐.
퇴근한 남편은 으레 그렇듯 전화를 걸어왔다. 세상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겨우 받는 날 보고 화들짝 놀란 남편. 내가 임신인 것 같아서 타이레놀도 안 먹고 있다는 말에 더 놀란 남편은, "임신? 임신??? 에에에???" 얼굴을 안 봐도, 어떤 표정을 지으며 운전을 하고 있을지 그 얼굴이 생생히 그려져 조금 웃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편의점에 들러 무슨 감기약도 사 온 남편은 집에 들어와 겉옷을 벗자마자 허둥지둥 수건부터 물에 묻혀 내 몸을 닦아가며 열을 내리려 애썼다. "내가 오면서 찾아봤는데, 이렇게 고열은 임신이 아닐 수 있대. 임신초기 증상이라면 미열이래, 지금 38도가 넘으니까 그냥 해나 몸이 안 좋은 거 같아. 그러니까 그냥 타이레놀 먹자. 응?"
남편이 오고서 체온계 38.7도까지 찍자, 너무 힘들었던 나는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워 남편의 말에 바로 타이레놀을 하나 먹었다. 그리고 고작 십몇 분쯤 지났을까, 놀랄 만큼 스르르 열이 바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자 좀 살 것 같아진 나는 이제 괜찮다고 비실비실 웃어댔다. "혹시 몰라서 임신테스트기도 사 왔는데 약사가 아침에 해보래서 아직 안 해봤어, 내일 아침에 해볼게."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서 임신테스트기란 걸 태어나서 처음 해본 나. 웬걸, 어제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소변과 동시에 생리가 시원하게도 터졌다. 나 임신 아니었네! 어젠 그냥 아팠던 거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내 표정을 살피며, 소파에 앉은 남편은 기대반 걱정반 "뭐야?" 물어봤고, 아니라고 하자 남편은 아쉬움 가득, 조금은 실망한 듯 보였다.
남편도 내가 그렇게 아파하는 걸 처음 봐서 꽤나 놀랐다고 한다. 평소에 잘 아프지도 않은 사람이 왜 하필 사람 헷갈리게 타이밍도 꼭 그런 날에 그다지도 아팠을까.
그리고 한 달이 지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