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다니!
'임산부 맛보기' 김칫국 사발로 거하게 마신 지 한 달이 지나 나는 결혼 1주년을 맞이했다. 남편과 자축하러 좋은 곳에서 외식도 하고, 남편으로부터 귀한 선물도 받고, 귀여운 도시락케이크에 꽃다발까지 서로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주말이었다. 그날 찍은 남편과의 셀카 사진을 보는데.
아니, 왜 이렇게 내 얼굴 임신한 사람 같지. 기분 탓이겠지만 그 당시엔 진짜 저 생각을 많이 했다. 왜 이렇게 임신부 같지 얼굴이?
그리고는 희한하게 유독 주위에 임산부가 눈에 많이 띄었다. 심지어 주위 친구들 중에서도 임신한 소식을 더러 전해주었다. 둘째, 심지어 셋째까지... 아니, 임신붐인가봐, 임신했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듣네. 저출산시대 아닌 거 같아.
핑크달력 앱을 보는데 곧 9월의 생리예정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 이번에도 생리를 제때 안 하면 또 임테기를 사야만 할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들어...! 핑크달력에 최근 배란일 주기 중 표시한 하트모양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저대로라면, 저 핑크달력의 배란일 계산이 내 신체리듬과 비슷하다면, 나는 배란일 기준 3~4일 전에 표시한 하트가 2개나 기록이 있으니, 저걸로 판가름이 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생리예정일이 됐는데, 역시나 생리를 안 한다. 다시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본다. 음, 여전히 임산부 같은 내 얼굴. 뭔가 임산부의 느낌이 온다. 웃기지만 실제로 저렇게 느꼈다. 생리주기 칼인 나는 생리가 밀려도 1일 혹은 2일이거나, 그마저도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 싶었다. 다음날. 또 생리를 안 한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면 생리여부를 알 수 있는데, 여전히 깜깜무소식이었다. 조용히 출근을 했다가, 하루를 잘 마치고 퇴근길에 집 근처 약국을 들렀다. "임신테스트기 2개요."
지난달의 경험이 한 번 있다고 우습게도 한 달 만에 능숙해졌다. 그땐 약사가 아침 소변으로 체크하면 정확하다고 했지, 근데 나 왠지 그냥 지금 집에 가서 바로 테스트해 봐도 될 것 같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니, 거의 확신이었다.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서 유튜브를 좀 보다가, 다시 네이버에 이것저것 검색을 한다. '임신극초기증상', '임신초기증상' ... 이번엔 나에게 해당되는 증상이 하나도 없었다. 어디가 불편하지도, 배가 묵직하지도, 아프지도, 미열이 나지도 않았다. 그냥 평상시랑 너무 똑같은 지금. 그렇게 저녁 8시가 됐고, 나는 화장실을 가는 김에 비장한 마음으로 임테기 하나를 챙겨서 들어갔다.
그리고,
두 줄이 떴다. 역시. 임신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