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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na Jul 08. 2017

(London)Derry!

(런던)데리

런던데리는 북아일랜드에 있는 2번째로 큰 도시야. 사실은 벨파스트에서 묵을까 아님 런던데리에서 묵을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어. 그래도 벨파스트보다 런던데리의 분위기가 더 궁금해서 그냥 런던데리로 가자고 결정을 하고 벨파스트에선 점심만 먹기로 했어.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이라 쓰는 화폐 단위도 틀리고 (북아일랜드는 파운드, 아일랜드 공화국은 유로) 거리 단위도 틀리고 아무튼 전부 다 그냥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면 돼. ㅋㅋ 그리고 사람들도 약간 틀리게 느껴졌어. 아일랜드에서는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정겹다면, 북아일랜드 사람들이 조금 차가우면서도 친절한 츤데레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영국 사람 특유의 톡 쏘는듯한 쿨함이 이곳 사람들에게도 약간은 있어. 어쨌뜬, 벨파스트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차로 한 2시간 달렸나? 런던데리에 도착했어. 표지판에 'Welcome to Londonderry!'라고 적혀있는데 앞에 London에는 검은색 선이 찍찍 그어져 있더라고. 알고 보니 아일랜드 사람들은 우리가 일본 사람들한테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영국 사람을 상당히 안 좋아해. 그래서 아일랜드에 있을 때 'I went to Londonderry'라고 말하면 꼭 'No, it is Derry, '라고 고쳐주더라고. 생각해보니 우리도 만약에 도시 이름 앞에 도쿄 서울이라고 붙이면 설혹 그게 진짜 이름이라고 하더라도 기분이 나쁠꺼같아. 


처음에 데리에 도착을 했는데 너무 우중충하더라고. 건물들도 많이 낡아있고 거리도 좀 더러워 보이고. 그래서 치안도 좀 걱정되고 무서웠는데, 계속 다녀보고 둘러보고 하니까 이 도시만의 특유의 자유분방함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고, 다들 굉장히 쿨 해 보여서 약간 안심이 되더라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도시 중심지에는 호스텔도 많이 있어서 여러 나라에서 온 배낭객들, 여행객들이 많이 보이더라고. 

데리의 길거리.

길을 걷다 보니 거리 구석구석엔 그라피티들도 많이 그려져 있고, 담배 피우고 노래하는 젊은 아일랜드 청년들도 많이 보여 뭔가 어두우면서도 장난스러운 느낌이 많이 나는 동네였어. 그러면서 한참을 돌아다니는데 참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어. 아일랜드에는 현관문들이 알록달록 하더라고. 어느 문은 노란색, 어느 문은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등등 뭔가 칙칙한 건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밝은 색으로 많이들 칠해 놨더라고. 참 이런 거 보면 위트가 있는 사람들이 틀림없다니까. 

문들

아마 배낭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이렇게 걸으면서 둘러보는 것이 아닐까 싶어. 만약 내가 돈을 내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유명한 명소들만 찾아갔다면 이러한 자그마한 것에 신경이나 썼을까? 물론 멋지고 유명한 곳을 가는 것도 신나고 좋은 일이지만, 나만이 보고 느끼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게 여행에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 내가 긴장을 조금 더 풀고 아일랜드를 더 받아들이기 시작한 게 아마 데리에서부터였던 거 같아. 

칙칙한 데리 골목
데리에서 먹었던 아침

비로소 긴장이 풀린 나는 그다음 날 아침, 처음으로 기네스 맥주에 (응^^ 아침부터) 아이리쉬 브렉퍼스트를 먹어봤어. 칼로리가 어마 무시하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 먹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이렇게 아침을 든든하게 먹으니 저녁까지도 배가 든든하더라고. 농사일을 많이 하는 아일랜드 사람에겐 아침밥은 없어서 안 되는 존재이고 또한 노동을 많이 해야 하고 힘도 많이 써야 하니 고칼로리 음식을 아침에 먹어야 하는 수밖에! 지금도 종종 아이리쉬 브렉퍼스트가 생각이나. 보고 내일 아침에는 한번 아이리쉬 브렉퍼스트를 만들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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