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ena Nov 13. 2017

Zion으로 가는 길

베가스 



    초등학교 때 엘에이로 이민을 온 나는 가을이 무슨 계절인지 책으로 혹은 티브이로만 보고 느꼈다. 낙엽이 지는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트렌치코트, 스카프, 롱부츠, 기타 등등 가을을 상징하는 단어들 혹은 물건들이 엘에이의 따뜻한 계절 앞에선 무의미했다. Palm tree 가득한 일 년 내내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동네에서 무슨 가을의 정취를 알겠는가. 내가 자이언 파크를 가고 싶어 했던 이유도 아마 낙엽 때문이 아녔을까? 솔직히 아무 데나 상관없이 전편에서 내가 말했던 데로 자연을 보고 싶었다. 그래도 가을이니 조금 더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단풍이 많이 진 곳으로 가면 좋겠다고 느꼈나 보다. 그렇게 나는 엘에이를 내 친구와 떠나 목적지인 Utah로 떠났다. 엘에이에서 자이언 까지는 차로 총 6시간 30분 거리로 하루 종일 운전을 하기엔 너무 힘들 거 같아 중간지점인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가는 동안 들떠서 힘든지도 모르고 약 4시간 30분을 달려 베가스에 도착.

    베가스는 밤의 도시이다. 낮에는 주위의 사막을 닮은 삭막한 모습을 하고 있다가 해가지면 별처럼 반짝인다. 베가스를 오면 시간 감각이 둔해진다. 호텔 안에서 구경하고, 술 마시고, 춤추고, 겜블을 하고 있다 보면 지금 밖에 해가 떠있는지 졌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고 혼란스럽게 움직인다. 많은 사람들이 베가스에 이런 점 때문에 오는 것 같다. 일상에 지친, 시간에 쫓긴 사람들이 잠시나마 다 내려놓고 놀 수 있는 곳이라. 근데 그렇게 신나게 놀고 마시고 즐겼음 돌아갈 때 후련하고 "아 잘 놀았다!" 이렇게 말을 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항상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피곤에 찌든 얼굴, 레드불과 함께 허전하고 더 쓸쓸해진 마음을 안고 가기 일수였다. 베가스는 그렇다. 겉은 화려해도 텅 비어있는 곳. 신기루 같은 곳. 


    베가스가 주 목적지가 아닌 잠시 거쳐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놀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대신 그래도 베가스에 왔으니 호텔로 가기 전 친구와 마트에 들려서 맥주 2캔과 과자 몇 봉 다리 사서 베란다에 앉아 마셨다. 반짝반짝거리는 베가스 야경이 조용하고 쓸쓸하게 느껴지던 밤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Utah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