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릇한 향과 함께 봄이 왔다.
풋풋한 풀내음이 창문 너머로 물씬 풍겨져 온다.
아직은 여린 초록색을 내뿜는 작은 새싹들이 땅 위에 고요히 그렇지만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어렸을 적 우리 집에는 큰 마당이 있었다. 하얗고 두툼한 이불 같던 눈이 녹고 나면 그 위로는 어김없이
푸릇푸릇하게 풀과 잡초들이 자라났다. 키가 작고 여리여리한 풀들이 집 밟힐 새라 조심조심 디딤돌 위로 올라
풀들을 관찰했던 기억이 있다. 봄은 우리를 관찰하게 만든다. 전혀 관심 없던 나무 밑 조그마한 귀퉁이를, 버스 밖 매일 똑같았던 풍경을, 그냥 지나치던 마트 안 야채 코너에 봄나물들을. 지루하고 재미없던 나날을 아주 작은 초록빛이, 노란빛이, 그리고 분홍빛이 생기를 넣어준다. 짧디 짧은 계절을 그냥 보내기 전에 새싹 하나 꽃 하나 마음속에 담아 그 향기가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