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절이는 힘들다
뭔가 건강하게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전날 튀기고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운동을 못해 몸에게 미안해지는 날이면 꼭 파릇파릇한 무언가를 몸에게 줘야겠다고 생각 드는 날이 있다. 그날이 오늘이었다. 오늘은 냉동칸에 처박아 두고 언제 먹지 고민하게 만든 매생이와 바지락을 꺼내어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꽝꽝 언 매생이를 해동시킨 다음 냄비에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부드러워진 매생이를 넣고 볶은 다음, 쌀뜨물을 넣고 푸르르 끓이다가 바지락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약간 한 다음, 미리 끓여놓은 칼국수 면을 국물 속으로 넣어 또 한 번 푸르르 끓인 뒤에 파, 청양고추, 간장, 설탕, 마늘, 매실액, 참기름, 고춧가루와 깨를 넣은 다대기를 만들었다.
겉절이 없는 칼국수는 김치 없는 라면과 같아서 냉장고 속에 알이 작고 노오랗게 익은 배추를 설겅설겅 잘라 소금에 30분 정도 미리 절여 놓았다. 손아귀 힘이 센 사람이라면 배추에서 나온 물을 꾹 짜 주어야 아삭아삭함이 더해지지만 손아귀 힘이 없는 나는 남편의 도움을 빌렸다. (남편이 있다면 이럴 때 부탁을 좀 해보자. 나름 좋아한다.) 배추 좀 짜 달라고 하니까 갑자기 으쓱하더니 “이런 건 남자가 해야지” 하면서 쓸 때 없이 있는 힘, 없는 힘 다 써가며 꾹꾹 짜줬다. (이럴 땐 칭찬을 아끼지 말 것! 그래야 다음에도 해준다) 착하고 힘만 쎈 남편 같으니 ㅋㅋ.. 어쨌뜬, 그러고 나서 까나리액젓, 마늘, 쪽파,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 그리고 깨를 넣고 손으로 척척 비비면 겉절이 완성.
매생이는 먹을 때 목 넘김이 참 좋은 거 같다. 뜨끈하고 미끄덩거리는 것이 넘어갈 때 식도와 위를 덥혀주는 기분이랄까. 거기에 시원하고 아삭 거리는 겉절이 한 입이면 입 속이 시원하게 헹궈지는 거 같다. 표현을 하자면 한 겨울에 운전하면서 히터를 최대를 틀고 창문을 내려 따뜻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끼는 기분이랄까...? (기름 낭비의 지름길)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한 번쯤은 꼭 먹어야 하는 음식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