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으니까, 치즈스틱부터

1인당 1과 1/2

by 해온






우리 사장님은 50대 초반의 남자였다.

그런데 일반적인 남자들과는 다르게 입이 굉장히 짧았다.

밥도 늘 반 공기, 국도 반만.

많이 먹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문제는 본인이 그렇게 먹으니, 다른 사람도 다 그럴 거라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여자 직원들은 새 모이만큼만 먹는다고 굳게 믿으시는 듯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골에서 농사짓던 부모님 밑에서 머슴밥을 먹으며 자란 나로서는,

밥 반 그릇에 반찬 몇 개 집어 드시고 젓가락을 내려놓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저건 밥이 아니라 간식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보통 오후 네 시, 다섯 시쯤이 제일 배고플 때였다.

눈꺼풀은 무겁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울리곤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사장님이 갑자기 “아, 배고파”를 연발하시더니 벌떡 일어나 지갑을 들고나가셨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간식을 사주시려나?’

치킨일까, 피자일까, 아니면 편의점 빵이라도?

크림빵, 피자빵... 뭐든 좋았다.


잠시 후 사장님이 들고 온 것은 다름 아닌 롯*리아 봉투.

그 순간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무실에는 여자 직원 넷만 남아 있었고 그걸 본 모두의 눈빛이 번쩍였다.

“오늘은 햄버거다!” 기대감이 사무실을 휘돌았다.


사장님은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은근히 뜸을 들이셨다.

우리는 언제든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불고기버거를 집어 들고 있었다.

드디어 그분의 인자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얘들아~ 햄버거 사 왔다. 맛만 봐라.”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튀어나간 나는 봉투를 찢듯 열어젖혔다.


읭?

서울 햄버거는 이렇게 생긴 거였나?


그 안에는 작은 봉투 하나.

그리고 그 안에 수줍게 들어 있던 건...

손가락만 한 치즈스틱 여섯 개였다.


햄버거? 불고기버거? 치킨버거?

그런 건 그림자도 없었다.


사장님은 허허 웃으며 말씀하셨다.

“자, 1인당 하나씩 하고... 1인당 1과 1/2씩 먹어라.”

친절한 산수까지 곁들여 주셨다.


나는 치즈스틱을 집어 들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뭐라고 계산까지 해가며 먹어야 하나...’


옆자리 대리님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맛있게 먹어라.”



며칠 뒤 또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날도 사장님은 배고프다며 지갑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셨다.


잠시 후 돌아온 그는 기름기가 묻은 검은 비닐봉지를 자랑스럽게 꺼내놓았다.

“얘들아, 간식 먹자.”

그 목소리는 그 어떤 사랑의 세레나데보다 감미롭게 들렸다.


우리는 봉투를 잽싸게 열어젖혔다.

안에는 튀김이 들어 있었다.

김말이 하나, 오징어 튀김 하나, 야채 튀김 하나.

합이 세 개.

사람은 넷인데, 왜 세 개였을까?


사장님 얼굴을 보았다.

입가에 빨간 떡볶이 국물이 수줍게 발라져 있었다.

MAC 립스틱보다 착 감긴 그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또 어느 날은 타코야끼를 사 오셨다.

우리는 12구 상자 안 가득을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고작 세 알.

사람은 넷인데, 세 알이라니.


우리는 서로 눈치만 보며 손을 대지 못했다.

결국 그대로 티테이블 위에 방치해 두었는데,

사장님이 나오시더니

타코야끼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서성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5분여, 드디어 입을 여셨다.

“이거 내가 먹어도 되냐?”


우리의 대답이 채 나오기도 전에 사장님은 그 세 알을 전부 드셨다.

(이거, 우리 괴롭히는 거 맞죠?)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껍질과 고구마 한 덩이만 들어 있던 고구마 사건,

가득한 봉투 속에 반 개만 덩그러니 들어 있던 크림빵 사건...


간식은 늘 모자랐고, 먹지 않으면 섭섭해하셨으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먹어야 했다.




결국 나는 그런 날이면 퇴근길에 사무실 앞 포장마차에 들러

떡볶이와 튀김을 포장해 갔다.

(그렇게 포장해 갔던 떡볶이값만 수백만 원은 되는 것 같다)


배는 채워졌지만, 마음은 허전했다.(ㅎㅎ)


세월이 흘러 다시 떠올려 보면

그 장면은 웃기다 못해 정겹기까지 하다.

사장님 나름대로는 우리를 챙긴다고 사 온 거였을 테니.


지금도 치즈스틱을 보면 그날이 떠오른다.

작고 기름진 봉투, 그리고 1과 1/2의 계산법.


그게 왜 그렇게 섭섭하고, 서러웠던지.





신입사원 일대기, 짠내투어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덜렁댐의 대가였던 제가 회사원 시절 겪었던
실수 투성이, 눈물바람의 나날들을 풀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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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을 다루는 직업을 가졌지만, 편집하기는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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