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자존감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하다가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더 나아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계속 존재하려고 한다'
고 생각이 확장되었다.
물질, 원자, 무생물, 또는 그 어떤 생명체든
운동 제 1 법칙 '관성의 법칙'처럼 가만히 있는 것은 계속 가만히,
움직이는 것은 계속 그 움직임으로 그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인간 역시 계속해서 존재하려고 한다.(살려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는 인간을 유전자의 운반체로 바라보는 데
이 경우에는 존재하고자 하는 것의 주체는 인간이 아닌 '유전자'로 볼 수도 있다.
어쨌든, 인간은 계속해서 존재하려고 한다.
그래서 미래에도 계속 생존할 수 있도록 일을 하고, 불확실에 대한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인간은 물질적인 존재감(살아있다)과 함께
사회적인 존재감(관계를 통한 존재감) 역시 계속해서 추구하려고 한다.
가족, 친구, 연인을 만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하고 싶어 한다.
SNS를 통해서 끊임없이 글을 올리고 좋아요를 받고자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나 여기 존재하고 있어. 나 잘 살고 있지?
계속해서 자기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은 거다.
'생존의 존재' 그리고 '관계의 존재' 이 두 가지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 가운데 관계를 통한 존재감은 요즘 더욱 중요해진 것 같다.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자살이나 살인으로 죽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은가.
자살을 하거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했다.'
반면, 사람들과 많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삶의 만족감이 높고, 자살할 이유도 적다.
가끔, 가수들(혹은 연예인들)이 공연을 할 때면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들지만
정말 황홀할 정도의 희열과 에너지를 느낀다고 한다.
이것 역시 엄청난 존재감에 대한 확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면서 열광하면 그만한 존재의 확인은 없는 것 같다.
평소 누군가가 나에게 상담을 하거나 조언을 구할 때 역시 엄청 큰 존재감을 확인하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고
나 스스로 충분히 존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 일 수밖에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가 되기도 하면서,
세상의 조연이 아닌 주인공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의 존재감에 대한 추구는 사회적 약자들을 볼 때도 발견하게 된다.
전철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를 볼 때
마트에서 울거나 때를 쓰는 아이들을 볼 때
인기 없는 팀장(관계 속에서의 약자)이 직원들에게 화를 낼 때
나 무시하지 마! 나 여기 존재하고 있어!
라고 외치는 것 같다.
존재감.. 또는 존재의 확인
우리는 어쩌면 이것을 계속해서 확인받기 위해서 그 많고 많은 행동들을 한다.
나 역시 나의 존재감을 크게 그리고 오래도록 느끼게 된다면
내 삶의 안정과 만족 그리고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존재감을 크게 잘 유지해가려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이 계속 찾는 사람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것이 계속해서 강하게 존재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은 더욱더 존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