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반격'을 읽고

느리지만 본질적인, 하지만 소수를 위한 아날로그

by 해라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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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3년 전만 해도 최신 트렌드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었다.
최신 디지털 기기와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앱까지..
무조건적으로 구매하거나 사용하려고 애썼다. 좋아했다기보다는 애쓴 게 맞는 것 같다.
왜냐면?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것들이 생겼다.
나의 아이폰은 여전히 쓸만하기에 3세대나 뒤쳐져 있었고
누구나 하나씩 사용한다는 필터 앱을 다운 받는 것도 왠지 망설였다.


나는 어느 땐가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그렇게 늦추면서 특이하게도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나 앱 게임보다 직접 몸을 쓰는 놀이가 좋아졌고,
아이패드보다 두꺼운 책이 더 잘 읽혔다.
그리고 수제로 만든 음식이나 아이템들이 더 끌리기도 했다.
이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본능, 본질을 자극하는 것들이다.
즉각적이고, 감각적이고, 보다 디테일했다.

내가 일상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적응의 방식으로 아날로그를 찾아보려고 했다면,
저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아날로그의 가능성을 찾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점점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레코드판
그리고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깬 종이 책의 성장세
필름 카메라 그리고 최근 아날로그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보드게임 등

아날로그의 인기는 일시적이고 일부에 진하지 않다고 생각도 했지만,
좀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그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수제 시계, 수제 스포츠카, 수제 가방 등
이미 아주 예전부터 초고가의 상품들은 수제로 만들어졌었다.
그것들은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정성 그리고 스토리, 감성이 담겨 있었고
무엇보다 결코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다른 것들을 소유하고자 하는 상위 계층에게 이미 많이 소비되고 있었다.

수제라는 가치가 디지털이 점령한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파고들고 있는 것 같다.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그래서 오랫동안 유효한 아날로그 감성
게다가 쉽게 소유할 수 없다는 특징으로 인해
아날로그 아이템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그 힘을 유지해 갈 거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은 프랜차이즈, 아날로그는 동네 맛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둘 다 흥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오래 살아남을 음식점은 단연 동네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더 본질적이고 더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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