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몰랐던 음악가를 만나 몇시간 이야기를 했네. 좋네.
과거 대학시절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만 만났었다.
한참 광고 공부를 하고 있던 때라 광고 회사를 다니는 선배나
광고를 잘 아는 친구들 우선적으로 만났다.
책 역시도 광고, 마케팅, 그리고 인간관계나 협상과 관련한 책
또는 CEO, 유명인의 책을 중심으로 찾아봤다.
그러다가 가끔씩 내 의지와 상관없이 관심 없는 분야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사회 운동을 하던 친구, 영화감독을 꿈꾸는 친구 등이 그랬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내 뇌가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책과 관련해서도 그런 적이 있다.
'목민심서'가 그랬고, '당신 인생의 이야기',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등이 그랬다.
목적을 가지지 않고 어쩌다, 또는 추천에 의해서 읽어 본 것인데
새로운 관점을 심어주고,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녹턴'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름부터 전혀 모르는 단어이고, 표지도 그저 그렇고
작가도 들어본 적이 없고, 뭔가 나랑 맞지 않는 책이라는 생각을 우선적으로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내 첫 느낌을 그대로 정리하자면
오! 음악가들의 생활, 행동, 사고방식, 지향점, 그들의 고충과 니즈? 이런 것들
생각해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는데 꽤나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그러면서도 흥미진진하고
약간 허무한 듯하면서 묘한 뭉클함이 있고. 신기한 느낌이다.
어쩌면 처음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정보가 아닌 감성, 분위기가 느껴지는 기분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녹턴'이라는 단어의 뜻을 살펴보았는데,
야상곡이라고 한다. 그럼 '야상곡'은 또 무엇인가?
야상곡은 영국의 존 피일드(1782~1837)가 창시한 음악의 한 형식으로 가톨릭의 영향을 받은 그가 밤기도(Nocturn)에 착안을 하여 밤의 정적과 몽환적이고, 달콤한 가락으로 연주한 음악이라고 한다.
또한 유럽에서 당시 귀족들이나, 상류층들의 입맛에 맞게 초저녁 밤에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아
피아니스트의 생음악을 들으며 자유스럽게 시간을 보낼 때 연주되는 곡이기도 했다고 하는데..
아.. 어쩐지.. 정말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
신기하다..
사피엔스나 디맨드 같은 책을 읽었을 때처럼 저자의 통찰에 놀라고
밑줄을 치고 내 생각을 책에 막 적고 하진 않았지만
분명 새로운 관점과 생각, 그리고 아이디어를 줄 것만 같다.
정보가 아닌 느낌을 주는 책! 정말 신기하군.
5개의 단편이기에 하나하나 짧게 이야기해보자면
'크루너'는 한때 명성을 누렸던 가수가 지금은 소원해진 새 애인에게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이 핵심인데
그 연주를 주인공이 한다. 주인공은 그 노가수를 잘 안다. 왜냐면 그의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
이야기의 흐름이 일반적인 스토리대로 안 가고 조마조마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감정선이 잘 드러난다. 그걸 디테일하게 표현해주니 모든 인물의 감정이 이해가 되면서 더욱 쫄깃하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나 역시도 바로 그 현장에 있는 듯했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는 주인공이 친했던 남녀 커플의 집에 초대되었는데. 그 초대한 남자는 바로 여행을 떠난다. 주인공에게 부탁을 했다. 부인의 마음을 달래 달라는.. 그러다가 주인공이 여자의 수첩을 보게 되고 그걸 숨기기 위해서 어이없는 상황들이 벌어지는데.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한심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결국 별일 아닌 일로 끝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주인공과 여자는 노래에 대한 감상과 공감 그리고 춤을 함께 추면서 끝나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이 굉장히 로맨틱했다. 비록 연인이 아녔지만.
'말번 힐스'는 무명의 싱어송라이터가 누나 집에 얹혀살다가 우연히 만난 노부부에게 연주를 하는 내용인데, 작곡을 하는 사람의 심리 묘사 그리고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노부부의 모습이 새로웠고 보기 좋았다.
'녹턴'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재능 있는 섹소포니스트가 아내와 이별하면서 성형수술을 하고 유명한 여자 셀럽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뭔가 사건이 벌어지는데.. 성공과 재능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된다. 말미에 있던 여자 주인공과의 도망치는 에피소드는 그전에 많이 본듯하여 다소 식상해서 긴장감이 좀 떨어졌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웠다.
'첼리스트'는 재능이 뛰어난 주인공 그리고 그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자가 나오는데 하지만 반전.. 그 여자는 첼로를 연주를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재능이 너무 뛰어나서 누구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벙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예술에 있어서의 잠재력의 허와 실을 보여준 내용이었다. 역시나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5개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내가 평소에 접해보지 않은 인물들이라서..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롭게 볼 수밖에 없었다.
결론, 음악가를 만나 음악가의 삶에 대하 다양한 얘기를 몇 시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나에게 녹턴(또는 야상곡)이라는 단어, 느낌, 나아가 음악까지 소개하여줘서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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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음식 가끔 너무 소중하고 좋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