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7번째 프로젝트: 10일간의 묵언 수행

by 해라 클래스

하고 싶은 건[해라! 클래스]

열일곱 번째 프로젝트 '10일간의 묵언수행'

---

처음 이 프로젝트가 끌렸던 것은

10일 동안 말을 하지 않는다는 '묵언' 수행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다녀오고 나니

'묵언'은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의 5%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크게 얻었던 것은 '명상' 그로 인한 '깨달음'

그리고 '생각의 정리'라고 할 수 있겠다.


한참 여름이었던 지난 8월에 이 프로젝트 공고를 올렸다.


aaa.jpg



처음 이 명상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은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만난 친구 같은 동생으로부터였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책은 나보다 두배 정도 더 읽고

깨달음에 대한 동기가 나만큼이나 강한 친구이다.


여름이 막 오기 전 어느 날

"저 이번 여름휴가 때 묵언수행을 떠납니다."라고 말했다.


"응?! 뭐라고? 묵언수행?!"

나는 듣자마자 "오, 굉장히 흥미로운데? 이거 나도 언젠가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해라! 클래스 리스트'에 적어두었다.

그런데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오게 될지는 나 역시 몰랐다.


6월 중순~말 사이에 먼저 다녀온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나는 더욱 빨리 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 이왕 가는 거 빨리 가보자. 가능하다면 가능한 거다!


미리 가족과 친척, 그리고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여러 가지 일정들을 조절해서

결국, 추석 연휴를 끼고 9/19부터 9/30까지

묵언 수행(위빳사나 명상 프로그램)을 다녀오게 되었다!!


무려 10일간의 최장기 프로젝트이며

나 홀로 참여하는 프로젝트였다.


두둥!!



어느새 출발일이 다가오고 전날 부랴부랴 짐을 쌌다.

그리고 19일 캐리어를 끌고 고속터미널을 출발하여 전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려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센터'에 도착했다!


P20180930_082602682_AD5FE1D8-9E2A-4961-9583-758FE881E4A4.JPG


오 드디어 왔다!

여기가 명상의 오리지널, 붓다(고타마)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수하고 있는 곳이 맞나요?



약간의 두려움도 있지만, 그래도 그동안 많은 곳을 가보고 많은 일을 해봤다.

뭐 어려울 건 없다. 해보면 다 된다.

(라고 생각했던 나는 예상과 다르게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ㅋㅋ)


P20180930_082608253_F6FA098A-3361-47F8-A401-4DD082DDC01A.JPG

이곳은 식당이자,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곳이다.

여기서 좀 더 구체적인 참여 신청서 및 다짐서(?)를 작성하고

사무실에 가서 휴대폰과 귀중품을 보관했다.


생각해보니 휴대폰과의 이별도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 된다.

무려 10일 동안(실제로는 10.5일) 외부와 완전한 차단이 된다는 것은

정말 필요하면서도 낯선 경험이 되었다.


휴대폰을 반납하고 나는 개인 숙소로 이동했다.


P20180930_082323824_3640D573-A188-4F1F-BB9C-1D522320CBB1.JPG


이곳이 내가 11.5일 동안 자고 쉬고 했던 공간!

2인실도 있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1인실로 배정을 받았다.

(현재 기준으로 남자는 모두 1인실, 여자는 일부 2인실이 있다고 한다.)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고,

시설 및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자금이 구 수련생의 기부로 이뤄지다 보니

굉장히 깔끔하고 편한 숙소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1인실이라 좋았고, 다른 불만족은 크게 없었다.

P20180930_082336794_4144742C-BE51-4B7C-B465-208865270DE2.JPG


이건 방에서 찍은 복도 사진!


여기에 올리는 모든 사진은 수련을 마치고(휴대폰을 받고) 부랴부랴 찍은 사진들이다.

그래서 위의 사진도 짐 정리하는 다른 분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ㅋㅋ


첫날, 말하자면 0일 차에는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짧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체 명상을 두 시간 정도 한다.^^

(워낙 낯선 곳에서 낯선 행동을 하다 보니 정신없이 지나갔다)

P20180930_082634037_07DDB707-AF60-4DB9-8201-96797B2FB07E.JPG


여기가 바로 '식당'인데,

왼쪽에 각자 밥과 반찬을 담는 곳이 있고, 각자 먹을 만큼 떠서 먹고, 각자 식판을 씻는다.

P20180930_082649682_3B71207D-29FF-4163-A6F5-EEC5764C09B3.JPG

식판은 초딩용 식판 같았다.


음식은 전체적으로 '심심식'이라고 불릴 만큼 대체적으로 심심했다. ㅋㅋ


아침 식사는 6시 반에 시작되고 밥 대신 죽이 나온다.

김가루에 김치류, 그리고 간단한 샐러드 같은 것이 나온다.

그리고 매 식사마다 반쪽 또는 1/3쪽 정도 되는 과일(사과, 키위, 바나나 등)이 나온다.


점심 식사는 11시에 시작되고

밥이 나온다! ㅋㅋ 그리고 다양한 반찬들이 제공된다.

하지만, 고기는 없다!

종교성이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아무래도 붓다의 가르침을 알려주는 곳이다 보니

살생(곤충 포함)을 금지하고, 고기반찬도 없다.^^


그리고 처음엔 몰랐던 저녁시간!

저녁시간에는 밥이 없다. @.@ (몰랐다 나는 ㅋㅋ)

오직 강냉이와 과일 반쪽이 있을 뿐이다

I LOVE 강냉이!!


나는 거의 매번 강냉이를 1그릇 반씩 먹었다.

나는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ㅋㅋ

(물론 나중에는 적당한 배고픔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명상은 배가 좀 덜 채워졌을 때 잘된다.^^)


식당뿐만 아니라 캠프 곳곳에는

'고귀한 침묵'이라는 메시지가 있다. 뭔가 엄숙해진다.^^

P20180930_082932531_5BC1D934-ABEE-4B51-A7A8-4407CA342937.JPG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침묵을 더 잘 지키게 되는 것 같다.


P20180930_082702024_B64057F0-5BEB-4CF2-89D6-57B0B87209B2.JPG


그리고 식당 안쪽에는 그날 그날의 안내 문구들이 있다.


위의 사진처럼 그날 그날의 일정이 있어서 사람들은 대화 없이 일정대로 움직이게 된다.

(운영을 담당하는 봉사자들도 딱히 말을 하지 않는다)


저기 속세의 '맥심 모카골드'가 있었지만 난 먹지 않았다.

내가 있던 세상과 좀 더 단절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첫날(0일 차)은 정신없이 흘러가고

본격적인 명상 10일 코스가 진행되었다.


처음 1~3일 차는 사람들이 정말 힘들어하는 기간이다.

그래서 2, 3일 차에 그만두고 가는 사람이 존재한다.


남자 참가자 대략 25명, 여자 참가자 대략 35명인데,

매번 3~4명이 중도 포기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남자 참가자 한분이 3일 차에 집으로 돌아갔다.


1~3일 차에는 명상의 기본을 배운다.

하루 12시간 정도 명상을 하는데, 오로지 호흡에 집중

또는 코 주위의 감각에 대한 집중만 한다.

그래서 "이게 뭐하는 것인가", "이게 제대로 된 명상이 맞나" "나 잘하고 있는 건가?"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4시 반~6시 반

8시~11시 / 1시~5시 / 6시~9시

이렇게 하루 FM 12시간을 명상을 하기 때문에 지루하고 힘들다.

무엇보다 좀이 쑤시고 다리가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


그러나 그 아픔은 명상을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다.

나 역시 4일 차에 도저히 허리가 아파서 등받이를 사용하려고 상담을 받고자 했었다.

다행히 나에게 맞는 자세와 쿠션을 활용했기에 그렇게 까지 하진 않았다.

(다행이었다.)


여기서 명상의 방법 및 효과를 다 이야기할 수 없지만

대략 이야기하면 이런 것이다.


아픔은 나타났다 곧 사라진다.

그러니, 지금 아픔에 너무 집착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아픔, 문제 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집착(갈망이나 혐오)을 버리고 내가 집중하고자 하는 곳에 집중을 한다


대략 이러한데,

그래서, 처음엔 아팠던 다리와 허리, 등 등의 아픔이 어느새 사라지고

가르쳐 주는 대로 내 생각대로 집중을 하게 되었다.


꽤나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붓다(고타마)의 가르침

그리고 명상의 효과를 알 수 있게 되었다.

P20180930_082922191_14C612B3-E8F7-4B4B-9E06-7F96A4B6CB92.JPG


이곳이 모두가 모여 명상하는 '담마홀'이다.^^


하루 종일 가장 많이 앉아 있는 곳

오직 침묵과 법문의 메시지가 있는 곳!


대부분이 움직이지 않고 명상에 집중한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었다.


P20180930_082924668_C6E78357-FF60-4A09-8B61-E1DEEF8CE344.JPG


내가 가부좌(양반다리) 자세를 잡는데 도움이 된 쿠션이다.

큰 것 작은 것을 적절히 사용하여 최적의 명상 자리를 세팅하였다.^^

명상 고수 분들은 그런 것 없이도 잘 하신다.(존경!)



4~6일 차 동안에는

내 몸 곳곳에 집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래서, 단순히 호흡이 아니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나의 집중 포인트를 옮긴다.


수행(시키는 대로)을 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굉장한 평온함을 느끼기도 하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빛을 보거나 따뜻한 기운을 느끼기도 한다.

나 역시 2~3번 그런 걸 느꼈는데 정말 신기했다. (그렇지만 그걸 느끼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리고 매일 7시~8시 반 사이에 고엔카 선생님의 법문을 듣게 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재밌어지고 많은 걸 깨닫게 된다.


고엔카 선생님은 인도 사람이고

붓다의 명상법을 미얀마에서 14년 동안 배우고 수련해서

인도 그리고 전 세계에 전파시킨 아주 훌륭한 분이다.

이야기도 매우 잘한다.^^

하루 동안 가장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 된다. (좀 더 편한 자세로 듣기만 하면 되니깐^^)

132732555.jpg


명상을 배우러 가기 전에,

독서모임 동생이 선물로 보내주었다. 그래서 먼저 읽고 갔는데 도움이 꽤 된다.


책 표지에 보면 '유발 하라리'가 추천을 했다고 하는데,

전체 참가자 중 30% 정도는 유발 하라리의 영향 덕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심지어 최근 출간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라는 책

마지막 제언이 바로 '명상'이다.


---


하루 종일 거의 명상만 하는데

먹고, 씻고, 자고 하는 시간까지 제외하면 대부분 배회를 한다 ㅋㅋㅋ


말하자면 산책인데,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아서 배회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P20180930_083012964_D9E55BA2-2626-452A-830B-B84EB5306DD4.JPG


식당과 화장실 사이에 있는 큰 나무&벤치

여기서도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다.


앉아서 하는 건 없다. 그저 멍~ 하니 있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그리 심각해 보이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저기 앉아서 했던 생각이 기억이 나진 않는다.)

P20180930_082749392_B6683A95-256D-4A71-B2D4-DE50CF5F170E.JPG


이곳은 빨래를 너는 곳!

다행히 내가 갔던 때 대부분 날씨가 좋아서 빨래는 바로바로 말랐다. ^^

(비록 세탁기, 탈수기가 없다 하더라도)

P20180930_082422956_DF798958-02D8-45A0-8C69-437CA053CB13.JPG

오른쪽이 남자 숙소이고

오른쪽 끝에 있는 곳이 바로 '담마홀(단체 명상 홀)'이다.


그래서 사람들인 식당과 저 끝에 보이는 주차장 사이를 늘 왔다 갔다 한다

총거리가 100m도 되지 않는다.

P20180930_082818146_16CA04E8-B834-472B-A14E-D5B6FD150196.JPG


가을이라 코스모스가 정말 많이 피었다.

사람들은 저 코스모스와 함께 벌이 꿀을 빨러 이 꽃 저 꽃 돌아다니는 것을 구경한다.

(할게 별로 없다 ㅋㅋ)



P20180930_082837226_165E5F0E-A829-46AD-95D6-41260CAAC227.JPG


그리고 내가 가장 많이 서 있던 곳!

주차장 앞쪽의 논이다.


가을이라서 벼가 노랗게 변해갔고

메뚜기도 종종 구경하게 된다. 그냥 한없이 보고 있게 된다. ㅋㅋ



P20180930_082839194_2F8E3F5A-F6EB-4D9C-B90F-F291A62447E7.JPG


그리고 멀리 산이 보이고,

밤에는 저 산 위로 달이 보인다.


차들도 무심하게 지나간다.

(우리는 여기 갇혀있는데 말이지 ㅋㅋ)


명상 코스에 참가하는 동안 하늘은 정말 변화무쌍했다.

구름 구경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어쩌면 서울에서도 가능한 구름 구경을

땅만 보고 살면서 못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1~3일 차 적응기 매우 힘들고

명상의 기초를 배우게 되는 때이며, 나갈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시기고

4~6일 차는 슬슬 명상의 방법을 알게 되고

법문을 재밌게 듣고, 여러 가지를 깨닫는 시기라고 느꼈다.


그리고 7~9일 차는

점점 명상에 집중하고 점점 명상이 익숙해지는 시기라고 본다

그런데, 나는 7~9일 차 동안 오히려 딴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명상의 고수가 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명상이란 무엇인가 어느 정도 익히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고차원적인 수련을 하기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많이 한 시기였다.

특히나 지겨움을 못 견디는 나로서는 7~9일 차가 초반만큼이나 힘이 들었다.


나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다.

명상도 4~5시간 집중하면서 나머지 5~6시간을 나만의 생각 정리시간을 가졌다.


지난 내 인생, 그동안의 연애, 군대 생활

부모님 생각, 형제 생각

그동안 갔던 여행지,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 등등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

프로그램 자체가 무료이고, 또한 각자 스스로 모인 곳이다 보니

모두가 각자의 컨디션, 저마다의 의도나 목적에 따라서 자유롭게 임하는 것 같았다.

FM대로 하루 12시간을 꼬박 명상하는 분도 있고,

중간중간 숙소에 가서 쉬시는 분들도 이었다.

(명상의 3/5 정도는 필히 함께 해야 하고, 2/5 정도는 각자 숙소에 가서 해도 된다.)


나도 2/5 정도는 숙소에 가서 쉬거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생각 정리를 했다.

P20180930_082828520_0D7CE719-49B4-4A26-9FC2-20FA541CB8E2.JPG


이곳이 담마홀 입구

정해진 시간이 되면 종이 치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여기 앞에서 방황하다가 들어간다.^^

살짝 끌려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굳은 다짐을 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명상 프로그램을 추천해준 친구가

2~3일 차만 잘 견디면 나머지는 꽤 할만하다고 했었는데

나는 10일 내내 조금씩 힘들었다.

물론! 그만큼 깨닫고 얻은 것이 많기는 하다. 아주 가치 있는 힘듦이었다.


...


그리고 어느덧 대망의 10일 차가 되었다.


이날은 특별한 것이

아침 식사 이후에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갑자기 세상을 만나게 돼서 말을 못 하게 될까 봐 그런 것 같다. ㅋㅋ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리고 대부분 신기하게 서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여러 명 이야기를 한 번에 하게 되다 보니~)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한국에 와서 프로그램에 참가한 20대 중반 친구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데 신문을 보다가 알게 된 프로그램인데,

관심이 생겨서 신청한 아저씨


이런저런 명상을 고루 배워오다가

와이프의 강력한 추천을 받고 온 형님


전세계를 여행 중인데 한국 여행 일정에 맞춰

10일 코스를 신청한 스위스 청년 '마르코'


아내가 너무 좋다고 해서 함께 신청해서 온

아저씨도 있었다.

대부분은 프로그램에 만족해했다.

처음에는 다들 힘들었지만,

아픔과 고통을 현명하게 보내주는 법

그리고 세상을,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관의 짧은 단절

침묵의 경험 등 새롭게 느끼고 배우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사람들은 수시로 모여서 여러 가지 대화를 했다.

그리고 11월 중순이면 문을 연다는

새로운 '담마홀(단체 명상 홀)'에 가서 명상도 해보았다.

시설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P20180930_082858641_97A9607D-2A33-4953-92DF-4DD8F9A1AEBE.JPG

이 곳이 바로 새로운 명상 홀

(안은 훨씬 더 크고 좋다. 단독 명상실도 있다)



이 명상 프로그램은 한국이나 전 세계 모두 기부와 봉사만으로 운영이 된다.

한국 위빳사나 명상센터에도 그동안 기부자들이 많았고

최근에는 어떤 부부가 무려 5억 원이나 기부를 했다고 한다. (대단대단~)

정말 순수한 기부만으로 이렇게 성장해 가는 것이 신기했다.

프로그램 자체가 워낙 건전하고 좋다. 그래서 앞으로 더 더 많이 성장할 것 같다.

10일 차는 정말 시간이 잘 갔다.

그리고 재밌었다.

역시 사람들은 본인의 생각을 누구와 함께 나누는 것을 즐거워한다.


나는 고시 공부를 하다가 배움이 좋아서

여기 오게 되었다는 친구와 밤 10시 반까지 이야기를 하고 늦게 잤다.

그렇게 10일(0일 차까지 포함하면 10.5일)이 지났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날!

9월 30일 아침!

새벽 4시 반의 명상, 마지막 명상인데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ㅋㅋ


마지막 식사를 하고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ㅋㅋㅋ (왕 반가움)


그동안의 메시지도 확인하고

남북 3차 정상회담 성과도 찾아보고 ㅋㅋ

그렇게 다시금 그동안의 세상과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숙소 및 화장실, 식당 등을 청소했다.

정리할 것이 많았지만, 모두가 성실하게 청소하니 금세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8시 30분경, 드디어 퇴소!

(왠지 훈련소처럼 퇴소라는 말이 어울린다 ㅋ)


나는 함께 주방을 청소한 젊은 친구 둘과 함께 버스를 타고 전주로 갔다.

나는 바로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

부모님이 계신 청주로 향했다.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역시나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


원데이 해라클래스가 아니라 무려 10일간의 일정이었고

배우고 느낀 바가 너무 많아서

그동안의 후기보다 많이 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함이 있다.


혹시 위의 프로그램(위빳사나 명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개별적으로 안내를 해줄 수 있겠다(내가 알고 경험한 정도에 한해서..)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명상이 하도 이슈이고 여기저기서 좋다고 하길래 배워보고 해봤는데 참 좋은 것이구나!

그 옛날 실제 존재했다 하는 붓다(고타마)는 참으로 똑똑한 사람이었구나.

나를, 타인을,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아픔과 슬픔, 그리고 즐거움 역시 잠시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내 몸을 통제하듯, 내 인생을 좀 더 잘 리드할 수 있겠다.

말을 하지 않고 나를 자극하는 것들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생각정리가 많이 되었다.

세상과의 단절, 수많은 자극들과의 단절, 휴식, 멈춤, 수행 등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이 너무 많았던 10일이었다.


10보 전진을 위한 1보 멈춤이었다.


바로는 힘들고, 6개월 이내에 2~3일 코스로 다시 한번 방문을 할 것 같다.

내 삶에 '명상'이 좋게 자리 잡게 되었다.


역시 해라클래스 굿!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6번째 프로젝트: 시골 별 삼겹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