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다가올 미래를 아주 현실적으로, 인간적으로 만나게 해 주었다.
지금껏 과학소설은 아마도 ‘당신 인생의 이야기’만 읽어본 것 같다.
그때 읽었던 느낌을 함께 정리해보면,
아, 과학소설(또는 공상과학소설)은 초반에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구나!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 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굉장히 그럴듯하다는 것이다. 마치 사실인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만 봐서 그런지 몰라도 다 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더욱 몰입이 된다. 허무맹랑하지 않다.
그리고 굉장히 철학적인 주제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종종 친구들과 “만약 OOO 하다면 어떻게 할래?”라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그런 상황이 주어지니,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번 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마찬가지!
초반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물론 ‘당신 인생의 이야기’ 보다는 5배는 이해가 쉬웠다)
그렇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바로 곧 일어날 것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몇백 년 후의 이야기조차)
그리고 단편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여러 가지 철학적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유전자 복제 또는 통재로 완벽한 인류를 만든다면.. '가타카'라는 명작 영화를 통해서 접해본 소재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매우 현실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담고 있다. 모두가 완벽하기에는 늘 변이는 있기 마련이고
또한 우리 인간은 완벽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불안전한 서로가 사랑하고 돕기 때문이다 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 같아서 좋았다.
두 번째, 스펙트럼
외계인을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이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영화 컨택트)를 통해서 보았다
그때도 내 예상과 달리 너무 신기하고 현실적이었는데(그럴듯했는데) 이번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인간에게 관심이 없을 수 있고, 오히려 애완동물처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관심과 애정을 가져갈 수 있다. 그들의 수명이 짧고, 색채를 언어로 쓴다는 것도 신기했다.
세 번째, 공생 가설
처음에는 우주와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아이들의 언어를 분석하는 얘기가 나오다니...
그리고 외계인들이 인간의 뇌 속에 자리 잡고 철학적 사유를 심어 놓는다니!!!
7살이 넘으면 사라지는 존재... 게다가 사라진 행성의 외계인들이라니.. 신기하고 오묘했고 너무 그럴듯했다.
어쨌든 인류는 류드밀라라는 독특한 존재로 변화를 맞이한다. 역시나 돌연변이에 의한 진일보가 생기는구나 싶었다.
네 번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사람이 동면에 들어가야 한다. 이는 인터스텔라에도 나오는 장면이다.
그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나노봇이나 인공 효소 등의 영향이 필요하다는 것이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그런데 우주여행을 위한 새로운 발견 때문에 그 방법이 뒤로 밀리다니.. 그리고 남편과 자식과 떨어지게 되다니.. 역시 너무 그럴 듯!
하지만, 주인공은 그들을 향해 떠나려고 한다. 이미 죽고 없을지라도.. (너무 슬프고 멋지다)
아니, 어쩌면 인터스텔라 쿠퍼처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다섯 번째, 감정의 물성
불안한 감정은 필요가 없는 것인가? 마치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사람은 원래 불확실한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그러니 기쁜 것이든 우울한 것이든 눈에 보이는 게 좋다.
그리고 보현이라는 사람의 가정환경과 힘듦에 대해서 나는 감히 뭐라 할 말이 없다.
나는 그 상황에 있어보지 않았으니깐... 어설픈 위로는 안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그리고 이모셔널 솔리드와 관련한 기사들과 사회 현상들이 너무 리얼했다. 디테일 쩔어.
여섯 번째, 관내 분실
아주 가끔씩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에서 영혼과 조우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리얼하게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으로 제대로 그려주다니,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아이를 가졌지만 기쁘지 않은 주인공과 그러면서 자신의 엄마를 찾아가는 주인공..
나는 여자가 아니지만 그러한 힘듦과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할 수는 있었다.
결국 바라던 바 대로 엄마를 만났고, 다행히 엄마를 이해한다는 주인공의 말이 나왔다. 그래 그거면 충분했다.
일곱 번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역시나 가타카를 떠올렸다. 우주여행을 위해서 신체를 극복하고(리얼로 극복하는 건 아니지만) 이뤄나가는 주인공
모두가 기대했던 한 소수자 이모의 예상치 못한 도망침. 하지만, 그것 또한 인간의 마음이고 그녀의 자유이다.
물론, 받은 게 있는 만큼 그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지만 말이다. 비행선이 폭발해서 소송을 당하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런 이모와 똑같이 떠나지 않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주인공은 떠났다. 그리고 보았다.
비록 그것이 크게 다르지 않은 우주의 모습일지라도 말이지...
일곱 개의 단편 모두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갔고
흥미진진했고, 속도감도 빨랐고, 다행히 모두가 답답하게 끝나지 않았다.
결론을 가지고 있고, 생각할 거리를 가져다주었다.
다시 읽어보니 리얼하다. 현실적이다. 디테일하다 라는 평이 많네.. (난 이런 것에 감동을 느끼나 보다 ㅋ)
오래간만에 한 편 한 편 흥미롭게 읽었다.
주변에 벌써 여러 명에게 추천을 하고 있다. 다른 건 없다. 흥미진진하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