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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생각 0106~0110

by 해라 클래스

#20200106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김정은이 준 풍산개 새끼 연평도서 사람 물어’ 지난 주말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 송강이의 새끼 햇님이 지난 8월 평화의 상징으로 연평도에 분양됐는데 작년 말 연평도 웅진군 관계자가 산책을 시키다가 인근 주민 반려견과 마주쳐 싸움이 났고 이를 말리던 담당자가 손을 물렸는데 상처가 깊지 않아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고 끝났다. 이게 기사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한 살짜리 어린 강아지가 동네 개를 만나 으르렁거리는 걸 말리다 손이 살짝 물렸다. 이게 기사의 전부입니다.


어쩌다 이런 시답지 않은 내용이 기사가 된 걸까? 한 살짜리 풍산개 강아지는 산책 시 다른 견종을 만나면 흥분할 수 있으니 전국 견주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는 반려견 긴급 정보인가요?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이렇게까지 기사화한 이유는 ‘김정은’, ‘개’, ‘새끼’, ‘연평도’, ‘사람 물다’를 한 묶음으로 만들어서 연상작용을 의도한 것 아닙니까? 김정은의 개, 연평도에서 사람 물고 다니는 미친개. 그런 이미지, 그런 이미지와 북한을 연결하려는 것 아닙니까?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수작이 우리 보수를 대표하는 신문의 새해 첫 주말 북한 관련 기사입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김정은, 운신의 폭을 넓힌다는 문재인. 이들이 만들어 낼 2020년 한반도의 운명. 뉴스공장이 가장 앞줄에 서서 함께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올 한 해 조선일보는 반려견 정보지로 활용하시면 되겠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20200107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미국이 이란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명분은 ‘그가 워싱턴 D.C를 공격하려 한 적이 있다.’, ‘미국인 수십 명이 위험해질 뻔했다.’인데 이 주장은 사실일까?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죠. 다만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 전 세계에 내세웠던 명분 ‘대량 살상 무기’는 이라크 전쟁 발발 20년이 다 돼가지만 그 흔적조차 발견된 적이 없다는 거짓말의 역사는 우리가 잘 압니다. 그렇게 미국이 거짓말로 시작한 이라크 땅에서의 전쟁은 여전히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않아 지난해 12월 한 달여 만에 215명이 총기에 사망을 했고, 그렇게 사망한 누적 인원이 전쟁 발발 이후 28만 명에 이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해 솔레이마니 살해를 지시하게 만들었다는 바그다드 미 대사관 기습시위는 미국이 그 이틀 전 시아파의 성지인 카르발라를 공습해 죽인 25명의 장례식을 치른 현지인들이 몰려가서 벌어진 일입니다. 미국이 현재 당하는 공격은 그 이전 미국이 그들에게 행한 공격에 대한 대응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들은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제거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죠. 마치 정당한 권리행사에 방해가 되는 인사를 치워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행위에 정당성과 합법성이 담보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미국의 시각으로 사태를 보도합니다.


미국 행위는 이라크에 대해서는 주권 침해고 이란에 대해서는 요인 암살이고, 이해관계가 없는 우리에게는 엄연히 살인인 겁니다.

미국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게 익숙해지면 우리 문제조차 미국의 시각으로 보게 되죠. 한반도 문제조차 미국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자들이 그래서 많습니다. 사고의 노예가 된 거죠.

이 이란 사태 미국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게 남의 일만 아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20200108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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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자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조치에 대응하여 핵심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에 기업과 노동계, 정부와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목표에 온 국민이 함께 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못한 일이었지만 불과 반년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이제 대일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품목들을 국내 생산으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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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의 신년사였습니다.

‘업계 4개월밖에 못 버틴다 아우성인데 정부는 한가하게 중장기 계획으로 대응’

반년 전 정부가 일본이 규제한 핵심 품목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겠다고 하자 조선일보가 내놓은 기사입니다.

‘일본 수출 규제 한국 GDP 손실 일본의 다섯 배’

‘불화수소 일레븐 9 직접 연구해 보니 수십 년 도전해야 얻는 장인 노하우’

‘엣칭 가스 일본산 독보적’

보수매체들은 한결같이

‘일본에 이길 수 없다.’

‘우리는 못 만든다.’

‘우리 경제만 결딴난다.’ 떠들어 댔습니다.

무슨 보수가 싸워보지도 않고 지레 나자빠집니까?

그러나 시민들은 전혀 다르게 반응했죠. 역사가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는 걸 직접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일본 극우 집권 세력이 걸어온 싸움에 우리 시민들이 정면으로 응수했던 지난 6개월이 그랬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우리도 우리 역량을 몰랐겠죠.

그런 쉽지 않은 기회를 마련해 준 ‘아베 땡큐!’

김어준의 감사였습니다.



#20200109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이란이 이라크의 미군기지 두 곳을 공격했습니다. 미국이 반격한다면 이스라엘의 하이파, UAE의 두바이 그리고 미국 본토도 공격할 것이며, 미국 반격에 미국 우방이 가담한다면 그들 역시 표적이 될 것이라는 엄포와 함께.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사상자가 없기 때문에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제재로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이번 공격으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이 사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죠.

미국과 이란을 지켜보며 우리 한반도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반도가 저런 국면에 돌입한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죠. 만사가 다 해결될 것만 같았던 싱가포르 이후에 모든 게 원점으로 되돌아 가버린 하노이를 거쳐 크리스마스 선물을 운운하다 이제는 언제 다시 발걸음을 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 그런 교착 상태에 묶여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미국이 자국 대선을 끝내고 다음 대통령이 결정된 다음 대북 전략을 재정비할 때까지 그냥 손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 우리 운명을 남의 나라 국내 정치의 종속변수로 그냥 맡겨 둬야 하는가? 미국이 미국의 이익 기준으로 한반도 문제를 자신들 뜻대로 결정해 버릴 여지를 그 사이에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 어차피 미국의 국내 정치 때문에 미국이 크게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국 입만 쳐다보는 건 작년에 충분히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우리 템포로 우리 길을 갈 때가 아닌가. 우리 걸음에 거꾸로 미국이 보조를 맞춰야 할 때가 아닌가.

남이 내 운명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 거니까.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20200110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최근 검찰 인사, 한쪽은 학살이라고 하고 한쪽은 항명이라고 하지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추미애는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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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제가 위반한 것이 아니고요.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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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시나트라 –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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