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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라 클래스 Mar 23. 2020

김어준 생각 0113~0117

#20200113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추미애 장관 인사에 대해 보수진영은 대학살이라고 하죠.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해 검사들을 좌천시켰다’는 프레임입니다. 

보수진영이 정권 비판을 위해 검찰과 일시적으로 같은 편이 되는 건 정파 이익에 부합하는 당연한 판단입니다. 그런데 언론이 이 프레임을 거드는 건 개인적으로 동의가 안 됩니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국회가 논의 중인데도 검찰은 강제 수사를 시작했죠. 청문회 당일에는 후보자 배우자를 소환 조사도 없이 기소해 버립니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건 대통령더러 조국 임명하지 말라는 거였죠. 이거 대통령 인사권에 검찰이 공소권으로 개입한 것 아닙니까?

그래도 장관이 사퇴하지 않자 사상 최초의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부터 가족 전원 소환까지 검찰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사퇴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에 걸맞은 혐의가 나오지 않자 유재수, 하명수사 그렇게 별건 수사로까지 확대해 나간 거 아닙니까? 

언론이 정권 수사를 막는다는 프레임에 가세하고 있는 건 그래서 가소롭습니다. 지난 6개월간 대체 누가 검찰 수사를 막았습니까? 청와대도 막지 못한 걸. 검찰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했어요. 풀스윙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검찰의 핵심 역량을 조국에 다 쏟아붓고 나온 게 뭡니까? 딸 장학금 6백만 원이 뇌물이다. 아들 온라인 퀴즈에 커닝을 도왔다. 이런 거 아닙니까? 권력형 범죄, 수십억, 수백억 뇌물 다 어디 갔나요?

검찰이 그걸 못 찾아냈으면 그럼 언론 당신들이라도 그걸 찾아내고 그리고 권력이 막아서 수사를 못한다고 해야지. 6개월 마음대로 풀스윙 하고도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수사를 막는다는 겁니까? 

풀스윙을 그만큼 했는데 제대로 된 안타가 하나가 없으면 그럼 삼진 되는 겁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20200114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패스트트랙에 올렸던 일곱 가지 법안 선거법, 공수처법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소위 유치원 3 법인 유아교육법, 사학법, 급식법 그렇게 모두 일곱 가지 법안이 표결 처리로 통과됐습니다.

공수처의 등장으로 사정기관 간에 상호 견제의 틀이 만들어졌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상하관계에서 대등한 관계로, 선거 제도 역시 한 표가 선거 결과에 기여하는 정도가 동등해야 한다는 표의 등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게 됩니다. 


정치가, 권력이 작동하는 게임의 룰이, 플랫폼 자체가 변화하는 겁니다. 이런 근본적 변화는 자주 있는 게 아니죠. 모든 체제는 자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성과 기존 체제로부터 혜택과 이익을 누리던 기득권과 익숙한 것을 계속하려는 인간 본성이 있거든요. 

이 변화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새로운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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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국회의장>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 땅! 땅!

검찰청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땅! 땅! 땅!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산회를 선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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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5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검경 수사권 관련 법안들은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는 등 중대한 변화를 담고 있죠. 그중 언론이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으나 매우 중요한 대목, 바로 검찰 조서 증거능력의 제한입니다. 

그동안 경찰 조서와는 다르게 검찰의 조서는 피고인이 추후 그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법정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됐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자백을 받아내려고 온갖 기술을 동원하죠. 일단 그 자백을 문서화하는 데 성공하면 법정에서 고스란히 증거로 인정되니까요.

그런데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압도적인 강제 수사권을 가진 검찰을 상대로 일개 개인이 조사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아서, 겁이 나서, 당황해서, 주변인들 피해가 우려돼서,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서, 관계자들에게 미안해서, 상황 파악을 잘 못해서, 기타 여러 사정으로 자신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경우 허다합니다.

그 경우 공판장에 가서 변호인 조력을 받으며 당시 진술이 충분한 진실이 아니고 자신의 법익에 반한다는 걸 깨달았다 해도 때는 이미 늦는 거죠. 그때는 그저 말 바꾼 범인 취급밖에 못 받게 되는 겁니다. 바로 그 점이 바뀌는 겁니다.

이제 검찰의 조서도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쓰일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앞으로는 공판장에서, 판사 앞에서 검사와 대등한 법률 당사자가 되어서 직접 진술한 내용이 우선하는 겁니다. 이게 정상입니다. 다른 나라는 다들 그렇게 합니다.

언론은 그러니까 누가 누구와 싸우고, 누가 사표를 쓰고, 말고 하는 검찰 무협지 좀 그만 쓰고 시민의 관점에서 대체 뭐가 바뀌는 건지 그 설명 좀 해주시라.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20200116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김웅 사표에 검찰 결국 폭발’

‘김웅 검찰개혁 사기극 검란으로 번지나’

법무연수원 교수인 김웅 부장검사가 검찰을 떠나며 검찰의 내부 게시판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비판글을 게재하자 어제저녁까지 4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는 언론 보도의 제목들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주장의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몸 담아왔던 조직을 떠나며 조직의 내부망에 자신의 주장을 얼마든지 토로할 수 있는 일이지요. 제가 웃게 되는 대목은 댓글이 몇백 개라며 검찰이 폭발했다는 언론의 호들갑입니다.

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해서 다는 댓글도 있었을 것이고, 최근 비판받는 검찰 조직의 일원으로 착잡한 속내를 드러내는 댓글도 있었을 것이고, 개인적 인연으로 다는 댓글도 있었겠죠.


그래서요? 

현직 검사가 2천8백여 명인데 댓글 그 정도 달렸다고 검찰 조직이 폭발하게 됩니까? 기사 하나에 만 개의 댓글이 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럼 그 경우에는 인류 멸망입니까? 댓글 수백 개가 폭발이면 시민들은 매일매일 폭발하는 겁니다. 

호들갑 좀 적당히 떨자.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




#20200117

안녕하세요. 김어준입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어제 우리 정부의 북한 개별 관광 검토 관련해서 제재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오해가 없게 하려면 한미가 사전에 협력해야 한다며 워킹그룹을 통해 이 문제를 협의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주권국가가, 더구나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우리 운명과 관련해 정책 결정하겠다는데 ‘오해가 없도록 하라’, ‘미국 관료와 먼저 협의하라’는 자체가 무례한 겁니다. 이런 소리는 이런 음악이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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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 men – who let the dogs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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