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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Sep 28. 2016

‘포켓몬 GO’ 한국엔 STOP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 (2016년 9월 발행)

전 세계가 포켓몬고 게임 열풍이다. 

하지만 한국은 국가보안을 이유로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 

포켓몬고의 증강현실 기술부터 한국에서 게임이 안되는 이유 그리고 

청소년 게임 과몰입 해소를 위한 리포트를 준비했다.


이슈 리포트 

미국 뉴저지에 사는 제프라 마더는 ‘포켓몬고(Pockemon GO)’가 소유주의 동의 없이 사유지에 포켓스탑포켓몬을 잡기 위한 ‘몬스터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곳을 배치했다며 게임 제공사인 나이앤틱과 닌텐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만 가오슝에선 오토바이를 몰면서 포켓몬고를 하던 남성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싱가포르의 한 부동산 중개업체 직원이 페이스북에 “포켓몬고가 서비스 되지 않는 싱가포르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어리석은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글을 올렸다 해고됐다.


전 세계가 포켓몬고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포켓몬고는 1999년 첫 방영 돼 세계적인 인기를 끈 만화 <포켓몬스터>를 원작으로 한 게임이다.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위치기반 게임으로, 유저의 실제 위치에 따라 모바일 기기 상에 가상의 캐릭터인 포켓몬이 출현하며, 이를 포획하고 훈련하는 캐릭터 육성 게임의 일종이다. 2016년 7월 6일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처음 출시됐으며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더니, 역대 게임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내려 받은 게임이 됐다. 게임을 만든 닌텐도는 포켓몬고 출시 이후 주가상승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는 홀린 듯 포켓몬고를 즐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제의 뒷전에 있다. 포켓몬고는 GPS와 구글 지도를 이용하는데, 우리나라는 ‘공간 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글 지도가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가 서비스 되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구글 지도가 속초와 울산 간절곶을 ‘한국권역 밖’으로 인식하면서 이곳에서 포켓몬고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에 많은 사람이 속초와 울산으로 향했다. 관광버스를 빌려 단체로 이동하는 패키지 상품까지 등장했다. 이병석 속초시장은 <포켓몬스터>의 배경인 ‘태초마을’을 패러디해 ‘속초마을’에서 포켓몬고를 즐기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포켓몬고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게임을 내려받고(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해외 계정을 가지고 있으면 다운로드는 할 수 있다)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스마트폰 화면 속에 피카츄나 이상해씨 같은 포켓몬이 나타난다. 포켓몬이 나타나면 화면에 버튼도 뜨는데, 버튼을 눌러 포켓몬을 잡으면 된다.



1. 증강현실이란 무엇인가… 중요한 건 콘텐츠

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영화 <터미네이터>의 눈(目)을 예로 들곤 했지만, 독자들 중에는 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보지 않은 친구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증강현실은 오래된 기술이다. <아이언맨>은 다들 봤을 것이다.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사람을 쳐다보면 스크린엔 사람과 함께 토니가 원하는 정보가 뜬다. 이름이 뭔지, 적군인지 아닌지 등. 이렇게 현실세계에 스크린 등을 통해 부가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증강현실이다. 달리 이야기하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유기적으로 연동하고 3차원적으로 결합한 ‘확장된 현실’을 말한다. 증강현실의 증강(增强)은 ‘더 늘려서 강하게한다’는 뜻이다.


증강현실의 핵심은 위치정보 시스템(GPS)다. 디바이스에 내장된 GPS를 통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고, 이 GPS를 인터넷을 통해 특정 시스템에 전송한다. 그 시스템은 해당 지역 또는 사물의 상세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를 다시 디바이스에 전송한다. 데이터를 수신한 디바이스는 유저가 있는 곳의 지도정보와 그 데이터를 매칭해 실시간 화면으로 보여준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혼동돼 쓰이기도 한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고 유저의 상호작용 능력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가상현실이 현실과 단절된 ‘가상세계에서의 몰입과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확장세계에서의 지능적 증강과 직접적 상호작용’을 강조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포켓몬고가 증강현실 게임이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하지만, 게임의 배경(속초라든지)에 대한 부가정보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또 카메라를 끄고 GPS만으로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강현실 게임이라기보단 GPS 기반 모바일 게임이라고 강조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포켓몬고가 증강현실이냐 GPS 게임이냐 하는 논란은 의미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이 이런 기술 때문에 히트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증강현실이나 GPS나 이미 어느 정도 기술적 토대가 마련돼 있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도 널릴 만큼 시장에 나와 있다. 포켓몬고 성공은 <포켓몬스터>란 콘텐츠에 기술을 입혀 전혀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증강현실과 같은 기술에 투자한다고 해서 ‘제2의 포켓몬고’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중요한 건 콘텐츠다.


 

2. 공간 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 없이 지도 또는 사진을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되고 ▲국가안보나 그 밖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본측량성과를 국외로 반출해선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다.

포켓몬고 서비스 국내 미실시와 맞물려 논란은 구글 정밀지도 제공 여부로 옮겨붙었다. 미래창조과학부 등은 신산업육성 등을 위해 지도 반출에 찬성하는 기류지만 국방부 등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8월 4일 “특정기업에 조건없이 국가 정밀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는 건 주권과 안보에 저해되고 국내법 원칙에도 맞지 않는 특혜”라고 말한다. “현재도 국내법에 따라 국내에 서버를 둔 기업 등에는 정밀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고, 이에 따라 애플, 바이두 등 외국기업도 성실히 영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국내에 서버가 없기 때문에 구글에 지도를 제공하는 건 ‘국외 반출’이라는 것이다. 또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아 세금회피 의혹이 있는 특정 기업에 조건 없이 제공하면 국내법을 준수하는 기업과 비교해 심각한 형평성 위배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에 지도를 제공하지 않는 건 국가안보 문제뿐 아니라 국내기업 간 형평성 위배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지난 2008년부터 국토교통부에 꾸준히 규제 해소를 요구했다. 지난 3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창조경제 가시화를 위한 제6차 정보통신기술(ICT)정책해우소’에서 지도 측량 데이터의 해외 반출 허용을 요청했고, 지난달 초에는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3월 당시 국토지리정보원은 국가보안시설·군사시설 등이 지도에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할 경우 지도 측량 데이터 해외 반출 허용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네이버의 입장은 어떨까.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7월 15일라인 상장 간담회에서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세금 내기 싫어 한국의 법을 바꾸라고 요구한다”며 “구글 같은 자금력 있는 회사가 한국에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못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오는 8월 말까지 반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도 반출 여부는 미래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자부·산업부·국정원 등이 참여하는 ‘지도국외반출협의체’에서 결정한다. 하지만 구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율 주행자동차 등에 쓰이므로) 지도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와 같은 자원”이라며 “정부 지도반출 결정 심의회의를 앞두고 반출 심의 협의기관 간사격인 국토부에 (주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 포켓몬고… 우려는 하나 ‘게임 과몰입’

포켓몬고가 정식으로 서비스 된다면 게임 과몰입 논의를 피해가긴 힘들 것이다. 아직 정식으로 서비스 된 것도 아닌데 학원에서 해외 GPS를 잡아 게임을 하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기사가 등장했다. 특히 한국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에 포켓몬고가 출시된다면 게임 과몰입 논란이 한 동안 달궈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청소년의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셧다운제’와 같이 무조건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에선 게임 과몰입은 청소년 스트레스와 상관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 초 ‘게임 과몰입과 게임문화: 게임이용자 패널연구’를 주제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건국대·강원대·아주대·서울대병원·중앙대병원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게임 이용 시간보다 청소년의 자기통제 능력이 게임 과몰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역설했다. 연구팀은 게임을 하는 초중고생 자녀를 둔 수도권에 위치한 2000가구를 대상으로 2014년부터 2년간 조사했는데, 약물·도박처럼 이용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제력을 잃고 금단 증상을 보이는 중독성 질환과 달리 게임 과몰입은 이용시간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발표했다. 즉 게임을 많이 하는 게 중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대신 자기통제 능력이 약하면 게임에 중독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럼 자기통제 능력은 어떻게 저하되는 것일까. 연구팀은 청소년 스트레스와 상관이 있다는 결과를 밝혔다. 그리고 스트레스의 원인으론 ▲자녀에 대한 부모의 ‘과잉기대’ ▲자녀를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부모가 결정권을 쥐려고 하는 ‘과잉간섭’ ▲부모는 게임을 즐기면서 자녀에게만 즐기지 못하게 하는 ‘비일관성’ 등을 꼽았다.


연구팀은 “부모가 자녀들이 자기 통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자녀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에 대한 원인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 “그간 게임 과몰입 현상에 대한 연구에 있어 결론을 미리 내어놓고 이에 맞춰 내용을 맞추는 연구는 많았으나, 중립적 현상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게임중독을 막으려면 아이에게 게임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녀가 즐기는 게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 대화를 해나가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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