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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Sep 27. 2016

구글, 크롬캐스트
한국 시장은 글쎄...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 (2014년 6월 발행) 

TV를 스마트TV로 만들어주는 크롬캐스트. 구글은 크롬캐스트 서비스를 ‘혁신’이라 불렀고, 북미시장에선 출시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지난 2014년 5월, 우리나라에서도 크롬캐스트가 출시됐다. 과연 한국에서도 북미시장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누구든지 폰, 태블릿, 노트북을 통해 사진, 영상, 음악, 게임 등을 즐깁니다. 이걸 TV에 연결해 즐기려면 HDMI 선을 연결해야 하고… 불편하죠. 그런데 크롬캐스트를 TV의 HDMI 단자에 꽂아놓기만 하면 폰, 태블릿, 노트북의 컨텐츠를 TV로 즐길 수 있습니다. 꼭 안드로이드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윈도, 어떤 기기든 상관없습니다. 크롬캐스트, 단돈 35달러, 아주 멋진 제품입니다.”


TV를 진짜 스마트한 스마트TV로

2013년 7월, 구글은 미디어 행사를 갖고 ‘크롬캐스트’를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의 컨텐츠를 TV 화면을 통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동글(Dongle)입니다. USB처럼 생긴 이 크롬캐스트를 TV HDMI 단자에 꽂고, wifi로 스마트기기와 연결시키면 크롬캐스트 앱을 통해 구글이 제공하는 온라인 컨텐츠를 TV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동글(Dongle)

우리말 같기도 한 이 단어는 PC나 태블릿, TV의 HDMI 단자에 꽂아 사용하는 외장형 주변장치를 말한다. 큰 하드웨어에 사용하는 작은 하드웨어로, 큰 하드웨어에 없는 기능을 지원한다. 무선 마우스를 사용하기 위해 PC에 꽂는 작은 기기도, 크롬캐스트도 모두 동글의 한 종류다.


사실 새로울 게 없는 제품과 서비스입니다. 기존에도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TV에 연결하거나 TV에서 직접 온라인에 접속하는 방법은 물론 있었습니다. 


먼저 다른 기기를 TV로 연결시키기 위해선 기기마다 다른 연결선이 필요했습니다. 학교에서 노트북으로 수업하기 위해 TV에 연결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연결선은 늘 꼬여 있고, 이것을 정리하고 기기에 연결하는 일은 익숙해지기 전까지 꽤 복잡합니다. 귀찮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동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전선이 필요할 때마다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또 TV화면을 통해 온라인을 즐기고 싶으면 스마트TV를 사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스마트TV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게임을 하기 위해선 리모콘으로 화면을 제어해야 하는데, 이 리모콘이란 녀석이 꽤 복잡하고 불편합니다. 이미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우리에게 리모콘의 버튼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트TV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겁니다.


크롬캐스트는 이 불편함을 비집고 탄생했습니다. USB만큼 작고 스마트기기로 화면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출시가격은 35불. 게다가 가격도 착합니다. 크롬캐스트는 간단한 작동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북미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CNN이 “크롬캐스트로 인해 구글은 스마트TV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을 정도였습니다.


아시아시장의 테스트베드, 한국

지난 5월부터 한국에서도 크롬캐스트가 정식으로 판매됐습니다. 구글은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원언어에 일찌감치 한국어를 포함시켰고, 국내 동영상 업체들과도 제휴를 체결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마쳤습니다. 가격은 49,900원. 해외에서보단 비싸지만, 많은 사람들은 살 가치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판매가 시작되고 10여 일이 흐른 지난 25일, 국내 판매량은 1만 5000대에 달했습니다. G마켓에서만 14일 판매 시작 후, 6000개가 팔리며 전체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올랐습니다. 한때 G마켓에서는 ‘주문 폭주로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공지까지 떴으니, 이 정도면 크롬캐스트의 국내 상륙은 꽤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크롬캐스트의 서비스 채널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크롬캐스트. 구글은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ICT 기업에게 한국은 주요한 테스트베드 국가입니다.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무엇보다 빠르고 안정된 네트워크 인프라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구글의 크롬캐스트는 한국에서도 북미시장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요? 구글에게 미안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글쎄’입니다.


해외에서 크롬캐스트의 인기가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유료방송서비스의 가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콘텐츠는 가격이 저렴했고, 그래서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구입해 TV의 큰 화면을 통해 즐기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강해졌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크롬캐스트는 갈증을 해소하는 도구가 되기 충분했습니다. 가족들과 거실에 모여 영화 보기를 즐기는 북미문화와도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가 있을 경우, 유료 방송서비스 대신 온라인이나 구글에서 이를 저렴하게 결제해 크롬캐스트를 이용, TV로 즐겼습니다.


지상파 없는 크롬캐스트

그러나 한국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집에 있는 TV를 생각해봅시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IPTV나 유료방송서비스를 이용합니다. 휴대폰과 인터넷 등을 합친 결합상품이 늘어나면서 IPTV의 사용이 대중화를 넘어 생활화가 되었습니다. 혜택도 좋습니다. 개봉일자가 지난 영화나 지난 방송들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고, 서비스에 가입할 때에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를 주기도 합니다. 가령 방송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에서 결제하는 것과 가격 차이가 없습니다. 이미 스마트 기기에 있는 콘텐츠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크롬캐스트를 사용해서 온라인 콘텐츠를 결제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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