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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Oct 24. 2016

마윈의 알리바바
그 주문이 세계로 통하다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 (2015년 1월 발행)

제조업에서 ‘Made in China’는 아직도 값만 싸고 질이 나쁜 상품의 꼬리표입니다. 과연 ICT 업계에서도 ‘Made in China’는 같은 의미일까요?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ICT 기술력으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중국의 모험과 혁신이 증명됐습니다. 서서히 글로벌 무대에서 무거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의 ICT 기업들.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마련했습니다.

첫 주자는 마윈이 이끄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입니다.


‘트렌드 연구소’ 코너를 통해 미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혁신을 조 명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존의 소비자 혁신이 전 세계 사람들을 그들의 몰(mall)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아마존이 매우 대단하고 흥미로운기업임은 틀림없지만, 안목이 잠시 짧았음을 반성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제 아마존이 아닌 ‘알리바바’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USA투데이는 “이제 아마존과 이베이는 잊어라. 알리바바가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상거래 업체가 됐다”고도 평한 바 있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난 이 인터넷 몰은 지난해 9월, 뉴욕증시(NYSE)에서 2천314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기업공개를 마쳤습니다. 이는 미국에 상장한 IT기업 중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금액이며, 페이스북보다 높은 금액입니다. 아직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세계에선 주목받는 알리바바와 알리바바를 탄생시킨 마윈에 대해 소개합니다.



떠오르는 글로벌 리더, 마윈

지난 2년간 세계 유수 경제지에서 ‘올해의 인물’로 마윈을 꼽았습니다. 외국에선 잭 마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죠. 마윈은 알리바바의 창업자입니다.

그는 스티브잡스 못지않게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인물입니다. 그의 자서전과 성공에 대한 책자들이 중국 서점가의 제일 좋은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가 강의를 하거나 발표를 할 때 썼던 말들은 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가 이토록 ‘마윈 열풍’이 불고 있는 까닭은 뭘까요? 마윈이 알리바바를 중국은 물론 세계 최대의 인터넷 회사로 키운 사실도 한몫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성장배경 때문입니다. 초라했던(심지어 KFC 점원에서도 탈락했던) 과거를 가진 그가 지금은 중국 부자 순위 Top에 올랐고, 그 이야기가 매우 극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난했지만 안목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 영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여러 번의 고배를 마시고 항저우사범대 외국어학과를 지원했습니다. 돈 없이도 영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항저우 시내에 있는 호텔 앞에서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외국인이 나오면 공짜로 시내를 안내해주겠다며 영어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안목은 영어강사로 일하며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빛을 발했습니다. 미국에서 인터넷을 처음 접한 그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검색하고 살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Beer’를 검색해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어로 된 페이지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그는 인터넷 분야에 사업기회가 있으리라 판단하고 인터넷 기업을 차리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돌아와 아파트를 팔고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했습니다(1999년은 한국에서 ‘네이버’가 생겨난 때이기도 합니다). 그가 알리바바를 창업할 때 지인 24명 중 23명이 반대했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인터넷 보급이 활발하지 않았을 때니까요. 그러나 그는 자신의 안목을 고집했습니다. 결국 그의 말이 옳았습니다. 그는 성공신화를 쓰며 세계가 주목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캐지 못할 보물은 없고, 팔지 못할 보물도 없다”

99년 벤처 기업으로 출발한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전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래액 70%와 택배 물량의 60% 이상을 알리바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래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알리바바가 모든 택배를 책임진다는 우스갯소리가 통할 정도니까요. 알리바바는 어떻게 이토록 성장하게 됐을까요. 마윈은 참 성실하면서도 전략적이었습니다.


마윈은 처음에는 외국기업을 중국 제조업체와 연결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로 ‘알리바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제품 홍보에 어려움을 지닌 중국의 중소기업이 알리바바의 고객이었죠. 알리바바는 중간에서 이들의 상품 정보를 전 세계 220개국 680만 바이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안 그래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의 물건들이 유통단계가 줄어들자 더 저렴해지는 것은 당연했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결과 1천500만 중소기업 회원과 천만에 육박하는 해외 회원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B2B 사이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알리바바의 다음 행보는 C2C(Customer to customer) 사이트인 ‘타오바오’로 향했습니다. 타오바오는 ‘보물을 캐다(套包)’란 말을 가지고 있는데, 마윈은 타오바오를 만들며 “캐지 못할 보물은 없고, 팔지 못할 보물도 없다”는 재미있는 슬로건으로 설립 취지를 밝히기도 했지요. 당시 중국 오픈마켓 시장에선 이베이가 우세했습니다. 타오바오는 후발주자였습니다. 그러나 마윈은 수수료 무료를 선언하며 중국 현지화 마케팅 전략으로 대응해 시장을 점령해갔습니다. 


기자는 직접 현지에서 타오바오 서비스를 이용해 봤는데, 매우 좋았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제품 선택부터 결제까지 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었거든요. 외국인인 기자도 그랬지만 중국인들은 인터넷 거래에 대한 신뢰 수준이 매우 낮았습니다. 타오바오는 바로 이 점을 이용했습니다.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실시간 채팅으로 거래를 하게 했고, 대화가 기록으로 남아 저장됐습니다. ‘알리페이’란 서비스를 통해 간편하게 입금했고, 배송사고도 없었습니다. 이런 전략으로 타오바오는 설립 2년 만에 이베이의 점유율을 넘어섰고, 2006년 이베이는 결국 중국에서 철수하게 됩니다.


타오바오는 알리바바의 가장 큰 성장동력이었습니다. 타오바오의 가입자는 7억 명 이상이며, C2C 시장에서 타오바오는 중국 내 거래량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윈은 2008년 타오바오 설립 5주년 기념식에서 “향후 5년 동안 20억 위안을 투자해 10년 안에 타오바오를 월마트보다 큰 세계 최대 유통업체로 키우겠다”고 말하며 앞으로 글로벌 무대로 타오바오를 진출시킬 계획을 밝혔습니다.


타오바오의 성공 이후 2007년에는 B2C(Business to Customer) 사이트인 ‘Tmall’을 런칭했습니다. 기존 알리바바나 타오바오의 판매자가 중소기업인이었다면, Tmall은 중국 내 외국/내국 법인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의 대부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검증된 기업들입니다. 중국 온라인 시장의 신뢰할 만한 정품을 저렴하고 간편하게 팔겠다는 취지겠지요. 2014년 초에는 애플이 입점할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애플 외에도 7만개의 기업이 이곳을 통해 영업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이랜드, 매일유업, YG 등 한국 기업들도 이곳에서 간판을 걸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혁신, 알리페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부상한 알리바바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명실 공히 인터넷 금융그룹으로까지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체 지불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alipay)’가 알리바바의 대표적 금융서비스입니다. 알리페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임시 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일시 보관했다가 쌍방의 거래 완료 여부에 따라 자금을 이체하는 제3자 지불대행 시스템입니다. 인터넷 거래는 사기가 많았고 중국인들은 의심이 많았습니다. 소비자들의 불안을 알리페이는 과감히 해결해줬습니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있고, 금융기관과 협력해 대출 및 보험 업무는 물론 자체 인터넷 은행 설립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위어바오’ 서비스도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위어바오는 알리페이의 거래계정에 남아 있는 여유 자금을 비교적 리스크가 낮은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하여 수익을 돌려주는 투자 중개 서비스입니다. 중국의 금융기관과 비교해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고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은행 대신 ‘위어바오’에 돈을 입금해놓는다고 합니다.


알리페이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다른 것보다 큽니다.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은 지난한 모험입니다. 엑티브-X, 공인인증서와 같은 보안/본인인증 제도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이죠. 알리페이가 한국에 진출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이미 일본에 진출,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과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알리페이보다 더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일까요? 그렇다면 알리페이라도 빨리 도입됐으면 좋겠습니다.


제2의 신화를 꿈꾸며

중국은 지금 제2의 마윈, 제2의 알리바바를 꿈꾸며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젊은 창업자들이 테이블을 빌려 사무실로 쓰며 정보를 공유하는 ‘창업카페’들로만 조성된 거리가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 열기가 대단합니다. 중국 정부에서도 젊은이들의 창업을 반기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중국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인터넷 규제가 심한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성공가도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제2의 알리바바가 탄생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Made in China의 이미지를 바꾼 알리바바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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