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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Oct 25. 2016

거대한 좁쌀 샤오미
세계를 흔들다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2015년 4월 발행)

글로벌 무대에서 무서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국 ICT 기업들. 첫 주자로 마윈이 이끄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소개했습니다. 두 번째 주자는 좁쌀이란 뜻을 가진 ‘샤오미’입니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일군 기업이 있습니다. 애플처럼요. 그러면 얼마 후 그 기업의 아이디어를 빼앗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제2의 기업이 생겨납니다. 경제학에선 이런 후발기업을 ‘카피캣(copycat)’이라고 부릅니다.


모방 기업 또는 ‘굴러온 돌’이라고 풀이해도 될 것 같습니다. 중국의 ‘샤오미(小米)’는 애플의 카피캣이라는 유명세를 치르며 알려진 기업입니다.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인 ‘미우이(MIUI)’의 UI가 iOS와 흡사하다는 점과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창업자 레이쥔의 모습이 스티브 잡스를 연상하게 해 ‘중국의 애플’, ‘레이 잡스’라는 조롱을 받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샤오미는 창업 후 얼마 안 돼 애플의 카피캣이라는 조롱의 꼬리표를 떼고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좁쌀을 뜻하는 샤오미라는 이름이 무안해질 정도의 큰 성과였습니다. 지난 2014년 12월 기준,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IT기업 레노보의 3배고, 현대자동차보다도 높은 금액입니다. 그저 애플을 따라만 했다면 출범한 지 4년 만에 이처럼 높은 기업가치를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애플을 뛰어 넘는 샤오미만의 견고한 전략으로 이같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거죠.


싸지만 없어서 못 사는 레어템

샤오미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입니다. 샤오미 스마트폰 Mi 시리즈의 출고가는 20만 원대로 갤럭시나 아이폰보다 서너 배 더 저렴합니다. 품질이 떨어져서 가격이 싼 것은 아닙니다. 샤오미는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오프라인 유통을 없앴습니다.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주문을 받기때문에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신제품이 출시되면 자사 홈페이지와 쇼핑몰 그리고 SNS에 알리는 등 매스미디어 광고비용도 매출의 1% 수준으로 낮추었습니다(참고로 갤럭시는 매출의 5% 수준입니다).


두 번째는 ‘헝거 마케팅’입니다. 헝거 마케팅은 상품의 공급부족 상태를 만들어 고객들로 하여금 상품의 희소성을 인지하도록 하고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나가사끼 짬뽕’이나 ‘허니버터칩’도 일종의 헝거 마케팅인 셈이죠. 샤오미는 애플처럼 1년에 한 모델만 출시하면서 한정수량만 판매했습니다. 매진사례는 뻔한 일이었죠. 샤오미의 이런 전략은 ‘싸지만 돈 주고도 못사는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이런 전략에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다림을 감수할 정도로 샤오미의 제품은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매력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주문 후 생산ʼ 방식을 택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먼저 주문을 받고 그 수량만큼만 제조합니다. 이런 식으로 제품을 만들면 재고가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다음 제품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고 당연히 제품의 품질을 향상 시킬 수 있었습니다. 샤오미의 타깃은 중국 내 수입이 높지 않은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품질의 샤오미는 매력적인 제품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죠. 


글로벌 시장 역시 고가로 인식되던 스마트폰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샤오미의 모험을 크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다음 정착지는 인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입니다. 비교적 스마트폰 시장이 늦게 열린 동남아에서도 샤오미는 젊은 사람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팬을 위한, 팬에 의한, 팬의 스마트폰

저렴한 가격, 없어서 못 파는 헝거 마케팅으로 대륙과 세계에 ‘뽐뿌’를 날린 샤오미는 A/S 책임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샤오미의 운영체제 미우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해 매주 새로운 버전을 내놓습니다. 이틀 동안 기획하고, 이틀 동안 개발하고, 이틀 동안 테스트해 업그레이드를 하는 이 과정을, 400명이 넘는 개발인력이 100주나 넘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출신인 레이쥔은 늘 ‘샤오미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업이다’라고 강조해왔는데, 이 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업그레이 과정에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샤오미의 구매자들은 ‘미펀(米粉)’이라는 유저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샤오미를 좋아하는 팬클럽입니다. 이들은 이곳에서 배터리 문제라든가 각종오류, 개선점 등의 피드백을 올립니다. 샤오미는 그걸 놓치지 않고, 다음번 업그레이드에 대부분을 반영합니다.


이런 식으로 샤오미는 고객 충성도를 쌓고, 젊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갔습니다. 미펀 활동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확산돼 입소문을 퍼뜨리는 역할도 맡아하고 있습니다. 샤오미에게 고객들은 소비자이자 개발자이자 마케터인 것입니다.



2015년에도 샤오미 열풍은 계속된다

2014년 3분기 업체별 스마트폰 출하량 및 점유율을 봅시다. 삼성전자와 애플 뒤를 샤오미가 무섭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샤오미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하지면 전년대비 출하량이 200%로,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샤오미 특유의 판매방식으로 인해 재고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수치는 정말 무섭습니다.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 삼성은 이제 애플이 아니라 샤오미를 경쟁상대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샤오미가 좁쌀이라는 이름을 택한 이유는 창업자인 레이쥔과 그의 동료들이 ‘좁쌀죽을 먹을 만큼의 어려움도 견딜 각오가 돼 있다’는 포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불교 교리에서도 좁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작은 좁쌀이 산보다 거대하다’는 말이 있는데, 샤오미의 행보가 이 경구와 아주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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