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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Oct 26. 2016

13억 중국인을 하나로!
바이두와 텐센트

중국 ICT 기업의 시작 

세계 ICT를 이끄는 리더로 자리매김한 중국. 특별 연재로 준비한 ‘특집 차이나ICT’ 마지막회는 검색엔진과 메신저로 13억 중국인을 연결하는 바이두와 텐센트입니다. 그들의 인사이트를 배워볼까요?


중국의 부(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예로부터(?)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부자의 수는 한국 인구수보다 많다’
‘중국인들에게 100원짜리 하나씩만 팔아도 몇 억을 번다’


저희 할머니까지도 썼던 이 오래된 농담은 현재까지도 중국을 표현하는 관용어로 굳어졌습니다. 그만큼 중국 부자들의 자금력이 막강하고, 중국에서 부를 축척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겠지요. 


중국의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최고 부자 리스트에는 제조업, 부동산 개발업, 식음료 업체의 오너들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중국 최고 부자 자리에는 중국에서 급성장한 인터넷 기업 오너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2014년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BBI)에 따르면 중국 내 최고 부자 Top3는 인터넷 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마윈 회장, 온라인 메신저·게임 서비스 기업 ‘텐센트’ 마화텅 창업자, 그리고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바이두’ 리옌홍 창업자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가장 부자이니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재벌이 겠죠. 세계는 부자인 그들보다는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기업에 더 관심을 집중합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 기업들을 ‘BAT’로 통칭합니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그리고 텐센트의 알파벳 첫 이니셜을 딴 단어입니다. 앞으로 BAT가 구글과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의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고, 점점 사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알리바바에 대한 소개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나머지 B와 T, 바이두와 텐센트를 소개할까 합니다.


하루 50억 개의 검색어

지난 해 7월 초. 중국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이 있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경제사절단을 동행해 더욱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와 함께 한국을 찾은 ‘중국기업 대표’가 있었으니, 바로 바이두의 리옌홍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방한 기간 동안 한중 경제통상협력포럼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에서 바이두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위상이 국가 산업을 대표할 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바이두(白度; Baidu)’는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자 그들이 제공하는 검색 사이트의 이름입니다. 바이두라는 이름은 중국 남송의 시인 신기질의 작품에서 따왔습니다. 


중리심타천백도, 맥연회수, 나인각재등화난산처(衆里尋他千百度,驀然回首,那人卻在燈火闌珊處) 


'사람들 속에서 그녀를 천백번 찾다가 불현듯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가 등불 아래에 있더라’는 시가 있는데, 우리 음으로 ‘백도’가 중국어로 바로 ‘바이두’입니다. 이용자들이 필요한 것을 즉시 찾아주는 검색 사이트의 본분을 이런 옛 시구에서 찾아냈다는 것이 꽤 흥미롭습니다.


바이두는 중화권의 대표 검색 사이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루에 검색되는 단어의 수만 해도 50억 개나 된다고 합니다. 사업을 다각화해 지난해 5월에 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3억 달러를 투자, 인공지능개발센터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인공지능이야말로 ICT 기업들의 확실한 ‘다음 먹거리’입니다. 바이두 역시 놓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바이두가 튼튼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의 인터넷 규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만리장성 방화벽’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을 정도로 민감한 사항은 모두 검열을 통해 막아버리지요. 구글도 중국 앞에선 맥을 못추고 2010년 일찌감치 철수했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은 아예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이런 중국의 특수한 상황은 자국 내 인터넷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고 바이두는 그렇게 몸집을 불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바이두를 구글의 빈자리를 메운 2인자로 치부하면 곤란합니다(상징인 곰발바닥이 찍혀 있는 것만 빼면 구글 디자인을 너무 따라 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바이두의 강점은 구글과는 다른 검색엔진에 있습니다. 


창업자 리옌홍은 중국의 천재로 불리는 개발자입니다. 그는 바이두 창업 전, ‘랭크덱스’라는 검색 알고리즘을 설계했습니다. 랭크덱스는 문서의 품질을 측정해 검색 랭킹에 반영함으로써 질적으로 높은 차원의 검색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단순한 나열로 보여주는 다른 검색엔진과는 달랐던 것이죠. 이 아이디어는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 특허 문서에서 인용할 정도였습니다.


서비스의 기본에 충실한 점. 이것이 바이두의 성공 노하우였던 셈입니다. 리옌홍은 2008년 모교인 베이징대 졸업 축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한 가지에 미쳐야 차별화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남들이 해내지 못한 일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검색 서비스 하나로 중국 최대 부를 이룬 그의 명언입니다.


메신저에서 게임까지, 텐센트

텐센트(Tencent; 騰訊(텅쉰))는 PC전용 메신저로 사업을 시작해, SNS 그리고 게임을 통해 급성장한 기업입니다. 1999년 2월 PC전용 메신저 QQ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중국에서 전화번호 대신 숫자로 된 QQ 아이디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 꽤 오래 인기를 끌었습니다. 


메신저의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 가자, 텐센트 역시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바로 ‘위챗(We Chat;微信(웨이신))’으로 텐센트의 캐시 카우가 된 작품입니다.


위챗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깁니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이고, 페이스북·트위터와 같은 SNS이며 채팅 어플 같기도 합니다. 위챗은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해 2012년 3월엔 1억 명, 그해 9월 2억 명을 넘어서더니 현재는 중국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4억6천만 명이 위챗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챗 역시 바이두처럼 외산 SNS의 유입이 금지된 중국의 상황을 딛고 성장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전 서비스인 QQ처럼 위챗 역시 중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중국인들의 정서를 반영한 전략이 숨어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개인 마이크로 블로그의 요구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쯤 위챗이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페이스북처럼 개인 프로필을 만들어 상태나 사진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고, 트위터처럼 다른 사람의 계정을 ‘팔로우’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는 빠르게 중국의 젊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위챗의 세부적인 기능들이 맘에 듭니다. 먼저 메시지 화면 속 단어가 크게 확대됩니다. 간단한 기능이지만, 중국어가 획이 많은 걸 감안하면 필수 기능입니다. 또 텍스트 대신 목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마치 무전기처럼 말입니다. 손으로 입력해야 하는 글보다는 말이 빠른 중국어와 중국인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겠지요. 


주 고객이 젊은이들인 만큼 청춘사업에 바쁜(?) 이들을 위한 서비스도 마련해두었습니다. 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여주는 ‘주변탐색(people nearby)’ 기능, 마치 운명의 상대를 찾아주듯, 같은 순간 휴대폰을 흔든 사람끼리 매칭시켜 주는 흔들기(shake)’ 기능, 지금은 사라졌지만 메시지를 담은 병을 가상에 빠뜨리고 그 병을 주운 사람이 메시지에 답장할 수 있는 ‘병편지(Drift bottle)’ 기능 등은 사적인 공간인 모바일에서 사람들이 쉽게 누릴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며 위챗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줬습니다.


텐센트는 위챗을 통해 얻은 막대한 수입을 바탕으로 게임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중국의 게임 산업을 처음부터 일구어내는 대신 투자와 기업인수를 통해 성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가 눈에 띕니다. 카카오톡이 다음과 합병하기 전인 2012년 카카오톡에 7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3%를 인수했고, CJ게임즈, 파티게임즈에도 투자를 마쳤습니다. 최근에는 넥슨의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게임까지, 모바일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텐센트가 만들어가겠다는 포부겠지요.


무서운 중국 그러나 기회도 그곳에

중국 ICT 기업들은 내수 그리고 중화권 중심의 단순 글로벌 성장을 넘어 선진국 시장으로 확장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단순 베끼기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확실한 중국만의 ‘킥’으로 선진 기업보다 오히려 앞서가는 분야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모두 바이두와 텐센트처럼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ICT 기업들의 가장 큰 지원군은 역시 중국 정부입니다. 중국은 2008년 ‘천인계획(千人計劃)’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중국에 1000명의 글로벌 인재를 유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런 발상으로 지금까지 정보와 기술 산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무대였던 세계 ICT 산업. 소림무술처럼 빠르고 날렵한 중국만의 ICT 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단시간 만에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 글은 청소년 인문 매거진 <유레카> (2015년 5월 발행)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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